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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y 30. 2024

내가 운동하면서 싸우지 않는 이유

1. 스포츠란 본질적으로 나를 테스트하는 게임이다


지난 날, 나는 좋아하는 운동(축구)을 하면서 경기 중 몇 번 상대 선수와 다툰 적이 있다. 


그땐 그게 정상적인 것처럼 여겨졌고, 마치 싸움이 경기의 일부인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경기 중 다툼이 흔하고, 그것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읽혔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대회를 치르면서 나는 이기고 싶은 마음에, 정신적으로 밀리지 않으려 적절한 때가 되면 싸웠다. 소리도 지르고, 나 스스로 더 강해지려 남성다움을 폭발시키려 적을 향해 용맹함을 보여주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이제 나는 경기 중에 소리지르는 일이 없다. 상대와 다투지도 않는다. 아무리 상대가 거친 태클을 하고, 반칙을 하고, 공격적인 태도로 나를 넘어뜨려도 나는 그냥 털고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날 뿐이다.


뭐가 달라진 거지?


사실, 경기 중 싸움이 일어나면 경기에 집중하기 더 어려워진다.


내가 깨달은 것은 모든 게임은 모든 경기는 근본적으로 나와의 대결이란 점이다. 나의 정신력, 나의 체력, 나의 판단을 시험하는 무대다. 나이가 들고 있으나, 내가 운동을 멈추지 않는 것은 운동 고유의 매력, 효과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겠으나, 운동을 함으로써 깨닫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실수의 장이다. 이긴 게임도 있고 진 게임도 있는데, 실수가 없는 게임이란 없다. 나는 지금도 실수한다. 잘못된 판단, 잘못된 대응, 잘못된 동작, 잘못된 습관.... . 이 모든 실수가 내 생각에는 스포츠가 지니는 진정한 효과다. 게임이 끝난 뒤에 나는 내가 잘했던 것못지 않게 내가 잘못했던 부분에 대해 복기한다. 걸으면서, 밥을 먹으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지난 주 게임의 실수에 대해 생각한다. 그땐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그 상황이 다시 찾아온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한다. 서너 가지 이상의 대안을 만들어내고서야 그 문제에서 해방된다.


스포츠에서, 게임에서 실수가 필연이듯, 삶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은 온갖 실수의 누적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목표를 갖고 도전하지만 실패와 실수는 필연적이다. 그것이 쌓여야 성공을 향한 길을 인내하며 완주할 수 있다.


2. 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스포츠


나는 내 딸들과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가는 일이 재밌어졌다. 내 딸들이 꼭 운동을 했으면 했는데,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둘째가 자전거 타자고 졸라, 우연히 한강에 간 것이 발단이 됐다. 무엇보다 두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생겼다는 점이 기뻤다. 아이들에겐 운동이 필요하다. 강한 자아를 가진 주체적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신의 일부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나는 내 딸들이 이왕이면 훗날 여럿이서 하는 스포츠에 참여하길 원한다. 


혼자 하는 스포츠와 함께. 혼자 하는 스포츠와 여럿이 하는 스포츠 모두 각각 장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축구란 11명의 적을 피해가면서 나의 편인 10명과 공을 주고 받아야 하는 게임이다. 나에게는 언제나 10개 이상의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도의 심리 게임이자 고도의 신체 훈련이다. 축구 말고도 농구, 복식 테니스, 배구 등 여럿이 하는 복수의 게임은 여러 면에서 유익하다.


우선은 자전거로 운동의 유익함을 깨닫게 되리라. 그 다음 수순은 그녀들 자신에게 달린 일이다. 아빠인 나는 그저 안내자일 뿐이다. 


운동하는 인간, 스포츠 하는 인간, 그 인간은 자신의 절반을 이해하고, 자신의 신체를 가꿀 줄 아는 현명한 인간이다. 이것이 내가 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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