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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07. 2024

이번 유럽 여행에서 내 아이들은 뭘 얻을까?

여행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하게 들리리라. 사실, 별것 없다. 내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것을 삶 속에서 힘들지만,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뿐이다.


옛 유럽인들은, 자산가 혹은 귀족층 유럽인들은 어떻게 자녀 교육을 시켰을까? 학교라는 공적 시스템이 없던 시절, 그 시절 교육은 어떻게 행해졌을까? 여러 형태가 있었겠지만, 나는 그들이 지식인에게 돈을 주고 자녀 교육을 맡도록 한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들은 교육의 한 방편으로 유럽 여행을 했다. 기간은 적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간 이어졌다. 장 자크 루소도 그러한 가정 교사 중 한 명이었다.


최고의 교육이란 사실 최고의 스승을 통해 대개 이뤄진다. 


인간은 평생 이 단 한 명의 스승을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곤 한다. 성공한 사람들,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이들, 자기 영역에서 최고의 역량을 인정받고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각자 저마다 위대한 스승을 가진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과학, 문학, 경제, 사회, 스포츠 등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에게는 그를 그 자리까지 이끈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 준 스승이 있다.


인류 문화가 가장 최고치로 꽃 피워진 세 시기, 그리스로마 시기, 그리고 중세 유럽 르네상스 시기, 마지막으로 근대 런던이다. 


그중에서도 르네상스는 인류 역사상 문화의 최고 황금기로 꼽힌다. 각 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가장 많이 배출한 시기다. 당시 교육이란 이른바 도제식 교육이었다. 한 명의 스승, 한 명의 제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미켈란젤로도 그러한 교육 방식으로 대가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주입식 교육을 학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강제하고 있는 지금 한국이 있다.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고 가장 많은 시간을 교육에 할애하며, 아이들을 말 그대로 학습 노동에 내모는 지금 한국에는 왜 중세 유럽 르네상스처럼 위대한 인간이 나타나지 않는 걸까?


길어봐야 채 100년도 되지 않는 현재의 학교 교육은 이제 수명도 효과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고들 말한다. 문제는, 그럼 어떻게? 이리라. 많은 부모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교육을 단지 현재의 관점으로만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역사라는 긴 관점에서 내 아이가 위대한 생의 여정에 합류하기를 원한다. 교육이란 어디까지나 그 과정에 불과하다.


1년에 한 번 정도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것은 철저히 나의 신념 때문에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유의미하다. 나는 옛 과거 중세 유럽 르네상스 시기, 유럽 귀족, 자산가 계층이 자녀에게 붙여 준 스승 역할을 한다. 내가 공부하고, 깨닫고 알게 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아이들과 토론한다.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을 관찰하고 함께 대화하면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아이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이 아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다. 그것은 아이들의 일이지만, 나는 그저 조력자, 첨여자, 스승으로서 그들을 돕는다.


먼 타지 여행은 아이들이 세계를,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댜른 관점에서 보도록 돕는다. 동시에 휴식이 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 준다. 


자, 나는 이 아이들이 장차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이 아이들 자신도 자기 미래를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무지를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이 아이들이 가지고 태어난 것, 이 아이들이 잘할 수 있는 것, 관심이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나는 조력자다.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포착해 내고, 동기 부여를 해 주고,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설명해 줄 책임이 있는 조력자.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이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야 말 것이란 점뿐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것을 찾아낸다면, 그 다음 스텝은 아이들 스스로 나아갈 수 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조력자가 필요하다. 스승이 필요하고 안내자, 가이드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은 여행을 좋아한다. 긴 여행의 피로를 견딜 줄 알고, 여행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터득했다. 나는 이 점이 자랑스럽다.


올해 유럽 여행은 8월 말에 계획되어 있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들떠 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를 돌 예정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해리포터 루트를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얻게 되는 것이란 이것이다. 


긴 자기 생의 여정의 출발점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것. 이는 확실하다. 아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 자신을 반추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리라. 그러면서 자신들이 나아갈 길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리라. 그것이면 족하다.


스무 살이 안 된 아이는 자기 생의 출발점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놓인 어린 양이다.


이들이 어떤 목자를 만나는가, 하는 것은 이들의 삶의 질, 삶의 목표, 행복도, 성취, 성장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가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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