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들은 잘 아시겠으나, 나에게는 죽음이 늘 가까이에 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더 살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하게 하옵소서."
내게 오늘이란,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하루다. 왜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가? 오늘이 내가 가진 마지막 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중요하나 내가 혹시 놓쳤을 수도 있을 한 문장을 읽어야 하고, 꼭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 잊고 있었을지 모를 한 줄 글을 써야 한다. 나는 한 번 더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아이의 귀에 대고 속삭여주어야 한다. 아내를 안아주고, 설거지를 치고, 음식을 한다.
이런 습관은 오래된 것이다.
그렇게 쌓인 하루가 내게 준 것이 있다.
통! 찰! 력!
자화자찬일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어떤 종류의 탁월함, 통찰력 같은 게 있다. 그게 뭐야? 추상성을 담고 있는 단어이기에 조금 쉽게 풀어 놓자면, 통찰력이란 높은 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것과 비슷한 무엇이다. 산 밑 어귀만 맴도는 이들이라면, 산 정상이 허락하는 드넓은 풍경을 상상할 수 없다. 어떤 장소에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라면 그곳의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야 하리라. 적이 쳐들어올 방향, 아군의 위치, 전쟁이 벌어질 장소, 적을 유인해 섬멸할 요충지 등을 알려면 지형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린 삶에서 맞닥뜨리게 될 수많은 크고 작은 전투에서 이기고 고난과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산 정상에 올라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통찰력을 지녔다면, 같은 문제라도 현명하게 풀어낼 수가 있다. 더 나은 말을 할 수 있고, 더 탁월한 글을 써낼 수 있으며 더 훌륭한 인간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이제 나는 마흔 중반을 넘겨,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20대부터 죽음을 가까이 두고 산 덕에 나는 예나 지금이나 같은,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고 있으나 변한 것들도 적지 않다. 우선 체력이 조금 떨어졌다. 조급함이나 불안도 생겼다. 조급함과 불안이란 늘 있는 것이겠으나 체감하는 정도로 보자면, 이것들 역시 조금 수치가 올라간 것이리라.
나에게는 생을 관통하는 인생 목표가 있고, 나는 그러한 목표를 이루려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해 왔다. 내가 바라는 것들 중 하나는 지금 상태를 마지막까지 꼿꼿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내가 매일 마주치는 여느 노인들, 그중 내가 싫어하는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지 않다.
-배 나오고 몸 태가 구부정한 허약한 노인
-배울게 없는 꼰대
-경제력이 젊은 시절과 비교해 눈에 띄게 형편없는 노인
누가 이런 노인으로 늙고 싶겠는가? 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늙어가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살다 보니,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늙어 있는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내가 하기 싫은 것들에 매달린다. 운동? 정말 하기 싫다. 일주일에 서너 번 역기를 드는데, 정말 운동할 때마다 최악이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된 느낌이다.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몸엔 또 왜 그렇게 힘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다. 해야만 하기 때문에.
체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의지와 열정도 떨어진다. 의지와 열정이 떨어진다면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을 하기 위해 나에게는 무엇보다 건강한 몸이 필요하다. 뇌를 젊은 상태로 유지하고, 상상력의 우물이 마르지 않도록 하려면 몸을 단련해야 한다.
-스타일이 멋진 노인
-품위 있고 배울 점이 있는 존경할 만한 노인
-여전히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
그래,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 거저 이룰 수는 없으리라. 움직이고, 부단히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 해야 하는 일을 찾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멀리해야 한다. 운동하고, 매일 단 1미리미터 씩이라도 자라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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