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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24. 2024

내 딸의 표정에 모든 답이 있다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


좋은 리더란 관찰하는 자, 라는 말이 있다. 좋은 리더십, 훌륭한 코칭, 최고의 교육은 지켜볼 줄 아는 것이란 이야기다. 간단한 이야기 같은데, 심오한 뜻을 품고 있는 말이다.


나는 내 자녀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을까?


아니요.


내 생각에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를 지켜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부모, 당장 자녀의 행동에 개입하고 끼어들고, 자녀의 행동과 선택을 지배하려 든다. 이것은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한 다큐멘터리는 한국 부모는 아이의 시험에 일일이 개입하고 수정하려 든 반면 미국 부모는 그저 아이의 선택을 묵묵히 지켜본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통계적으로 볼 때 한국인들은 자녀에게 직접 개입하고, 아이의 생각을 수정하려 들고, 아이의 선택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 때 한국 부모들은 왜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까? 아이가 직면한 문제를 자기 자신이 풀어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리라. 한국 부모들은 대개 아이의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런 풍경이 만들어진다.


-아이 학습에 자신이 직접 뛰어든 엄마들

-아이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엄마들

-아이의 성공과 실패가 자기 책임이라고 믿는 엄마들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것은 비극의 씨앗이다. 내 아이가 살면서 당면하게 될 문제들은 부모인 내가 언제까지 개입해 풀어줄 수 없는 것들이다. 그것은 한계가 있다. 지혜로운 부모라면,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려 할 것이다. 그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내가 자녀를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 없는 것, 당장 끼어들어서 오답을 고쳐 주고 정답을 가르쳐 주는 것, 아이가 할 일을 내가 대신 해 줘야 직성이 풀리는 것은 결론적으로 말해 옳은 태도가 아니다. 아이는 넘어지면서 걷게 되고 상처를 받으면서 상처를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대가 없이 얻는 결과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개입하는 부모가 아니라, 지켜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묵묵히 지켜보고, 아주 필요한 시기에 , 적시에 한 번 개입해야 한다. 그것이 좋은 개입이다.


아이의 표정이 함의하는 것들


나는 내 아이들이 태어난 그 시점부터 죽 관찰자로서 살았다. 나는 아이의 행동과 태도, 표정 등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관찰은 내 육아, 교육의 핵심 키워드다. 관찰은 실로 많은 정보를 준다. 내 아이의 성장, 학습, 발달, 기호, 결핍, 성격 등에 관한 수많은 정보는 관찰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실로 많은 부모들이 성적에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아이의 발달, 인지 능력, 언어 능력 등에는 무관심하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한 인간을 성숙에 이르게 돕는 과정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사실 문제풀이에 능하다, 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제한적인 정보일 뿐이다. 예컨대 수학 성적이 좋다고 한다면, 그것이 무슨 정보를 제공해 주는가? 그가 수학적인 인간이다? 논리적이다? 수학에 재능이 있다? 자, 아니, 아니다. 수학 문제를 잘 풀었을 뿐이다. 그 아이가 수학적인 사고에 유능한지, 논리적인지,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는 것이다.


흔히 부모들이 성적에 집착하다 낭패 보는 이유다. 좋은 대학 보내놨더니 아무것도 못하는 방돌이가 됐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지 않는가?


나는 아이의 표정을 관찰한다. 웃는지, 우는지, 슬픈지, 행복한지, 만족하고 있는지, 심심한지 표정은 말한다. 관찰할수록 나의 판단은 정확도가 올라간다. 아이의 재능, 지능, 성적, 건강 등 모든 것을 체크해야 하지만 그 무엇보다 표정을 체크해야 하는 이유는 표정이 담고 있는 정보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행복해야 살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이 명제를 잊는다. 행복의 가능성이 제로일 때, 사람은 자기 스스로 삶을 끝내기도 한다. 이것은 아이들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우린 아이에게 많은 것을 기대한다. 그 기대를 성취하기 위해 부모는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늘 아이의 행복이 있어야 한다. 행복한 아이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고, 도전도 하고, 시도도 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다.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기 바라면서, 지금 내 아이가 행복한지 체크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내 아이의 표정을 관찰해야 한다.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편안하게 부모에게 기댈 수 있도록 나 자신이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아이에게 할애하자


물론, 나의 경우에는 아이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요리도 해 주고, 같이 운동하고, 같이 영화도본다. 나는 그중에서도 아이와 나란히 누워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아빠한테 와서 누워 봐.


아이는 내게 다가와 내 옆에 눕는다.


오늘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나는 묻는다.


아니, 아무 일 없는데.


아이가 말한다.


그래? 그것 참 다행스러운 말이군!


나는 말한다.


내 딸은 아무 말 없이 내 팔을 베고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본다. 나는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춘다. 그러한 시간의 온기란 말할 수 없이 따뜻하다. 나는 수시로 아이들을 포옹하고 다정하게 볼에 키스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아빠가 너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낀다고 말해준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하루의 시작은 힘들다. 서로 힘을 북돋워 주고 저녁에 만나면 오늘 하루 힘들었지, 물으며 응원을 해줘야 한다. 아이의 표정을 지켜보고, 문제가 없는지 관찰해야 한다. 아이의 표정은 곧 아이의 마음, 감정, 현재 상태이므로. 아이가 웃으면, 좋은 것이다. 아이가 웃지 않는다면, 포옹해 주고, 좋은 대화를 통해 문제가 없는지 알아내야 한다. 훌륭한 상담자, 조언자, 선생, 어른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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