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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13. 2024

요즘 아이들의 난감한 생활

내 아이들, 이들이 요즘 아이들이다. 큰애는 14살, 작은애는 12살. 나는 이 아이들을 14년 간 지켜보고 기르고 함께 생활해 왔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엔 엄마, 아빠가 거의 절대적인 통제력을 쥐고 있지만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로, 그리고 한 해 한 해 흐를수록 통제력은 점차 줄어든다. 내가 일부러, 목적을 갖고 양보한 것도 있고,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아이들 스스로 자기 통제력을 늘려간 부분도 있다.


나는 반드시 필요한 통제 권한을 제외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최대한 아이들의 자율권을 허락하는 편이다. 아이들 스스로 뛰어놀고 선택하고 실수할 수 있는 운동장을 넓게 허락하자, 하는 것이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생활 태도나, 예의범절, 가족 규칙 등을 제외하면 내 아이들은 거의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적어도 내 관점으론 그렇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지만, 그것으로 끝내버리지는 않는다. 나는 자유를 허락 받은 아이들이 무슨 행동을 하고 뭘 즐기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가능한 한 면밀하게 관찰한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서만이 지금 아이들이 제대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지, 엇나가지는 않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 행동 관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행위, 기호, 취미, 관계는 아이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 아이의 관심사, 능력, 성정, 적성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뭘 할까? 나는 이 지점에 대해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내 아이들이 가장 솔직하고 본능적이며, 편안한 상태에서의 하는 행동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 화장을 시작한다.

-올리브영은 아이들의 성지 같다.

-초등학생만 돼도 아이들은 친구들끼리 노래방을 간다.

-만화나 영화는 초등학생에게 매력적이지만 중학생 레벨로 올라가면 달라진다.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혼자 있기를 선호한다.


 이전에 내가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때를 회상한다면, 요즘 아이들의 생활이란 게 조금 난감하게 다가올 때가 적지 않다. 학교의 의미는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듯하다. 선생, 교사의 의미도 그렇고, 친구관계도 그렇다. 아이들이 노는 문화도 많이 다르다. TV나 구슬치기, 자전거타기 같은 게 전부였던 나의 유년기와 비교하면 지금 아이들은 디지털, 게임, 스마트폰, 유튜브의 시대를 살아간다.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도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유년기 시절의 나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자신감이 생긴 듯하며 (어른과) 더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가끔은 난감하다. 


나는 변화나 위기에 대체로 순응적이어서 이를 대단한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달라진 환경이 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도울 뿐이다. 


나는 늘 그래왔다. 아이에게 아빠는 다중적 인격을 가진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럭저럭 잘 실천해 왔다. 즉 아이에게 아빠는 친구 역할도 해야 하고, 오빠 역할도 해야 하며, 선생 역할, 그리고 아빠 역할, 어른 역할도 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만 고집하면 그만큼 아이는 결핍된 훈육을 받고 자랄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오빠의 역할이 빠진다면 아이는 아빠를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동시에 어른과 교사 역할을 하지 못하는 아빠에겐 권위가 없을 수 있다.


친근한 아빠, 동시에 권위를 가진 아빠. 현재까지, 나는 그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해 왔다. 아이들은 놀고 싶을 때 아빠를 찾고 생활에서 문제가 생겨도 아빠를 찾는다. 


그런 아빠가 되려 나는 많은 신경을 썼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난감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연출되지만 놀라지 않고 당황하지 않고 예의주시하면서 적절하게 아이들과 공존해 나가는 것. 나는 그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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