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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28. 2024

삶과 예술은 같은 것 같아.

내 인생이 준 선물, 예술


내 생각에,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운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예술을 일찍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출중한 것은 아니나 미술(회화)에 재능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조차 내 그림은 동급생들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 나는 덕분에 학교 대표로 미술 대회도 몇 번 나갔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에는 나보다 미술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다는 걸.(물론 그 아이들 중엔 미술 교습을 받아 실력이 성장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당시엔 몰랐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TV에서 우연히 팝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그 유명한 유로피언 송콘테스트 녹화본이었다. 어쨌든 그날을 계기로 나는 팝 음악에 빠졌다.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선율이 있다니!


그리고 중학생이 되자마자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물론 독학으로.


그리고 영화. 나는 헐리우드 영화에 빠져 비디오가게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만큼 돈을 쓴 것이다. 작은 용돈이지만, 거의 CD를 사거나 비디오 대여를 하는 데 다 썼던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와 감정은 차곡차곡 기억에 쌓였다.


미대를 갈 뻔했지만, 나는 인문계 (신문방송학)로 대학을 진학했다. 어린 시절과 마찬가지로 축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쳤다. 친구들이 대부분 군에 입대하고 남학생은 나 포함 몇 명 안 된 3학년 때, 바에서 노래를 했다. 어렸을 때부터 치던 기타와 나쁘지 않은 노래 실력이 내게 수입을 가져다 준 첫번째 순간이었다. 나는 바에서 꽤 호응이 좋은 가수였다.


그리고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내 성장과 예술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자.


삶은 예술과 같다는 생각


지금 내 아이들에게 나는 여러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론 조력자로서 옆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말이다. 나는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삼간다.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첫째는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꽤 쳤다. 둘째는 그림 실력이 출중하다. 그 점에 나는 아빠로서 만족한다. 무엇보다 이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걸어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즐긴다. 내 삶의 궤적을 고려한다면 내 아이들 역시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 분명하다.


기자로 밥벌이를 하고, 작가로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지금에 와서 보니 깨닫게 되는 게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정의한다. 심리학자와 정신분석학자, 철학가, 교사, 사업가, 직장인 등은 각자 자신의 관점으로 인간의 삶은 이런 것이다, 하고 말한다.


나의 경우에, 삶은 꼭 예술 작품의 조각 같다. 누군가의 회화 한 작품을 떠올려 보자. 그 작품을 그리기 전 단계가 있고 스케치, 채색, 완성의 단계가 있으리라. 그리고 작품은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 철학, 관점도 다르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삶이란 하나의 거대한 작품 같은 것이다. 내 삶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어떤 모습일까? 우린 생각하고, 경험하고 결정내리고 행동한다. 그리고 추앙한다. 어떤 경우에? 훌륭한 삶을 향해, 명예로운 인생에 대해, 아름다운 시간에 대해 말이다. 우리가 어떤 훌륭한 인간의 삶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그의 삶에 대해 존중하고 의미를 곱씹는 일이다. 그가 자기 삶을 근사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는 데 대해 표하는 경의다.


참 훌륭한 삶이었군!


그렇다면 나의 인생은?


물론 모두가 위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가 뛰어난 과학자, 훌륭한 기업가, 수학자, 예술가, 정치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사람은 흔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범한 인간의 삶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리라. 나름의 의미가, 가치가, 울림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의 삶에도. 나는 그 점을 깊이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내 아이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바라본다. 삶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 삶에는 몇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목표(큰 목표, 작은 목표)

-중요한 가치

-해야 할 것, 해서는 안 되는 것

-책임성


등등


나는 이런 기준을 갖고 살아왔다.


-목표 : 좋은 작가, 좋은 기자가 되는 것

-중요한 가치 : 가족, 친구, 신념, 양심, 진실성, 자유, 평등, 평화, 행복, 사회정의 등등

-해야 할 것 : 글을 쓰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 거짓말, 불성실함, 무책임함, 부정의한 행동, 무례함, 억압 등등

-책임성 : 하나님 앞에 진실할 것/ 작가로서, 기자로서, 아빠로서 성실할 것


이러한 기준은 내 삶에 명확한 것들을 가져왔다. 나는 개성이 뚜렷하고, 주관이 분명하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매일매일 성장한다. 이것은 좋은 삶이며 바람직하다. 나 스스로 자존감이 높고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다. 무엇보다, 오늘 죽는다고 해도 크게 후회되는 것이 없다.


나의 자녀 교육 역시 이러한 관점에 근거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는다. 중요한 가치를 이해하도록 돕고 성실함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줄 뿐이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있어 좋은 친구이자 조언자가 되려 노력한다. 세상이 말하는 것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해 주고, 그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그림을 주체적으로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삶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플라톤은 진실과 허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진실(이데아)이란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나는 진실에 대해 그와 유사한 생각을 하는데, 돌려 말하면 지금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사실 진실이 아닌 게 많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벌, 돈, 투자, 바람직한 삶, 웰빙 등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데카르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의심했는데(철학에서는 이를 방법론적 회의, 라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 삶을 풍요로 이끄는 데 꽤나 중요한 태도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이 말하는 것에 대해 의심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삶을 규정하는 것은 사실 나 자신이 아니라 대부분 타인이다. 나는 태생적으로 타인의 생각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군중이 그러하다, 고 말하는 것에 동조하지 않는다. 부동산, 인 서울 대학, 투자, 학원 등 우리사회의 특징이라 할 만한 코드에 대해 나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플라톤 식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허구다, 내 생각에.


우리에겐 타인과 다른 나만의 관점이 필요하다. 나의 그림은 타인의 그림과 무엇인가 달라야 한다. 나의 그림이 타인의 그림과 아주 유사하거나 꼭 닮아 있다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바라볼 때 가장 이상한 장면으로 꼽는 것이 몰개성, 군중 문화, 학벌주의, 부동산 투자 과열 같은 점이라는 걸 기억하자.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 아이의 그림


내 아이들은 나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고, 그들의 경험은 내 경험과 다르기에, 나는 그들의 그림이 나의 그림과는 완전히 다르리라고 기대한다. 나는 뭘 그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것 자체가 선을 넘은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자유롭게 삶을 경험하고, 행복하게 자기 그림을 완성했으면 하고 바란다. 그것뿐이다. 그러기 위해 학습이 필요하고, 자신과 타인 등에 대한 관계 이해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예술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들을 편식시키지 않는다. 즉, 학습이 전부인 것처럼 호들갑떨지 않는다. 그것은 삶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행동이다.


삶은 예술과 비슷하다. 나의 그림, 나의 노래, 나의 조각, 나의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 여기에 존엄도 있고 행복이 있고, 성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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