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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09. 2024

즐거움으로써의 요리

아이들과 함께 먹을 저녁을 나 스스로 만들어 온 지 이제 좀 시간이 흘렀다. 나름 요리 실력도 늘었고, 이런저런 감각도 붙었다. 문제라면, 몇 가지 요리를 가지고 회전문처럼 돌리고 있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문제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나아질 것이다. 나는 새로운 요리를 나의 레시피 목록에 차분하게 넣어가는 중이니까.


그냥 시작한 일


요리, 처음에는 그냥 시작했다. 거창한 이유도, 결심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런 마음이었다. 나와 아내는 책임을 분담했다. 나는 7시 출근, 그리고 조금 일찍 퇴근. 아내는 10시 출근 그리고 저녁 늦게 퇴근하기로. 나는 조금 일찍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챙기고 저녁을 먹인다. 아내는 아침에 아이들이 등교하는 과정을 책임진다. 그렇게 역할을 분담하게 되었다.


어떤 행위는 그것 자체로 즐거움이다


물론, 요리가 꼭 그러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요리는 내게 즐겁지만, 반드시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요리하기 전 단계인 설거지는 때로 귀찮고, 음식물쓰레기를 정리해 나가 버리는 일도 가끔은 귀찮다. 그러나 이 전 과정이 나에게는 대체로 즐거운 일이다. 아이들과 두런두런 식탁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뜨끈하게 만들어진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 그것은 나에게 매우 의미있고 행복하다. 아이들은 아직 그 시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먼 훗날 지금 이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땐 알게 될지도 모른다. 아, 그때, 아빠가 요리해 줬던 게 생각나. 참 따뜻한 기억이야. 하고 회상할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나는 내 아이들의 추억을 만들어주려, 오늘 요리를 한다. 지금 당장 내게 행복을 가져다 주고, 먼 훗날 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될지 모를 이미지 하나를 위해서 말이다.


아빠는 요리하는 사람


나는 내 아이들이 나를 어떤 아빠로 생각할지 늘 떠올린다. 말하자면, '이미지 메이킹'이다. 육아, 교육이란 사실상 '이미지 메이킹'의 과정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역할 놀이 같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내 아이 입장에서, 아빠는 세상에 나와 처음 본 인간이자, 생애 20년 간 가장 자주 보는 인간에 속한다. 아이들은 아빠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아이에게는, 아빠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아빠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빠인 나로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내가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 나에게는 아빠의 롤모델이라 할 만한 것이 없었다.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영향력이 있는 아빠, 멘토로서의 아빠가 되려 할 때, 과연 누가 괜찮은 모델일까, 하는 문제에 답이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 이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 바람직한 최초의, 아빠 롤모델이 되는 것, 어쩌면 나 스스로 이 문제를 고민했다. 그것은 달리 말해 '이미지 메이킹'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나 스스로 이 이미지메이킹 과정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려 여러 인물들을 동원했다. 장 자크 루소, 화이트헤드, 니체,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등 용기있고 지적이며 탁월한 인물을 내 교육 철학에 끌고 들어왔다. 그들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답안은 뭐였을까?


결국, 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기로 했다. 친구처럼 놀아주고, 고민 상담을 해 주고, 가르쳐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문제를 바로잡아주는 안내자.


아이들이 크고, 큰 애가 중2가 된 지금, 나는 아빠의 역할에 요리를 추가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운동이다. 저녁을 먹기 전, 일주일에 서너 번, 같이 운동을 한다. 나는 나 스스로 나 자신의 아빠 역할에 높은 점수를 준다. (자화자찬 하하하)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까지는 내 두 아이들이 아빠를 사랑해 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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