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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전형적인 시골마을, 사그네이(Saguenay)

할머니들의 우정 여행

by 전지은


여섯째 날. 새벽 6시 기상. 이른 아침을 든든히 먹고 하선 하자 관광객을 반기는 동네 사람들의 폴카 댄스 비슷한 공연이 있다. 배에서 내리는 우리들이 뭐라고 이렇게 동네 전체가 떠들썩하도록 환영을 하는 것일까. 의문은 곧바로 해결되었다. 불어 악센트가 심한 오늘의 가이드의 설명이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로 크루즈가 거의 들어오지 못했고, 경기는 최악이었으며 문을 닫은 기념품점이나 식당들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지난 늦봄부터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던 크루즈 선박들은 올해 59개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고, 내년에는 87개의 크루즈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어 동네 경기 회복에 기대가 크단다. 관광이 그들의 최대 수입원이기 때문에 온 동네가 들썩 거리도록 환영하는 일은 당연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뉴욕의 51배의 크기의 땅에 겨우 15만 명 정도가 산다는 이 동네는 캐나다의 작은 소도시였다. 로렌스 강을 끼고 있다는 자연 입지 조건 때문에 크루즈가 들어오고 하이킹, 요트, 강에서 즐기는 각종 놀이와 수족관 등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 우리는 양털을 짜서 작은 소품들과 옷을 만드는 수공예장을 찾았다. 양 목장과 양모가 되는 직조 과정까지 설명을 들었다. 설명의 끝에 누구라도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상품들을 구매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곳은 이 도시가 자랑하는 지역 박물관(La Pulperie de Chicoutimi-regional Museum)이었다. 이발사였던 화가, 아터 빌뇌브(Arthur Villeneuve)의 상설 전시장은 이 지역의 최대 자랑이란다.


화가는 호기심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 자신의 집의 한 벽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화가는 평생 동안 모든 벽면에 한 곳도 빼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색감은 울긋불긋 화려한 유화들로 현재까지 4000여 점의 그림과 2000여 점의 스케치를 남겼다고 한다. 화가는 퀘벡 지역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단다. 유명을 달리하자 가족들은 집 전체를 시에 기증하게 되었고, 그 집은 통째로 박물관에 옮겨져 상설 전시되고 있었다.


가이드는 검은 강이 흐르는 도심의 중앙에 작은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강가에 떨어질 듯 서 있는 작은 건물. 대홍수 때 동네 전체가 물에 침수되었는데, 그 건물 하나만 건제했다는 것이다.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건물. 신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이 증언하는 큰 유산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 밖에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도시의 풍경들을 차에서 바라보며 짧은 관광일정을 마쳤다. 전날 긴 투어를 했었기에 이번에 조금 짧은 것을 선택했고 일찍 승선하여 배 안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다시 배로 돌아와 수영이나 뜨거운 물 마사지를 할까 싶었는데, 수영장도 자쿠지도 실외에 있어서 바깥바람을 이길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운동삼아 배의 난간을 몇 바퀴 돌고 바다를 바라보고 칵테일 몇 잔을 마시며 오후를 보냈다.


저녁 식사 후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비틀즈를 흉내 낸 것이었다. 락엔 롤 리듬에 합류했다. 오후에 마셨던 칵테일의 취기와 저녁 식사 중 마신 와인의 취기 때문이었을까 공연은 신났고 우리도 박수치고 춤을 추며 그들과 흥겹게 어울렸다. 배는 다시 떠나고 한 시간 후 공해에 다다르자 카지노가 열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겠는가. 댕댕거리는 기계음과 블랙잭 테이블을 기웃거리다가 현금을 넣고 하는 게임이 아니라 목에 걸고 있던 메달리온을 통해야만 된다는 것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눈요기만 하는 것으로 끝냈다.



다음날 도착하기로 했던 샬롯타운(Charlottetown)은 일주일 전 발생되었던 태풍으로 정박 시설이 파괴되어 배가 내릴 수 없다는 안내가 방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예약이 돼 있던 당일 관광도 당연히 취소되었다. 자연경관이 그렇게 아름답고, 편안한 하이킹 코스라는 프린세스 아일랜드 공원을 예약해 두었었는데 못내 아쉬웠다.


이제 이틀은 대서양 어딘가 배 안에서만 있어야 한다. 친구도 나도 몸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타이레놀 한 알 씩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이 다음날 아침은 하선을 안 해도 되니 늦잠을 자도 된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잠을 푸욱 자두어야 할 것 같다. 조금씩 흔들리는 배는 요람같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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