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하면 누구라도 호주의 대도시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오늘 만나는 시드니(Sydney, Canada)는 캐나다 동부 노바 스코샤(Nova Scotia) 주 케이프 브레튼 섬(Cape Breton Island) 안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이다. 이름에서 말해 주듯 노바 스코샤(Nova Scotia)는 라틴어의 “New Scotland” 에서 기인됐다고 하니 19세기 초 얼마나 많은 스코틀랜드 인들이 대거 이민을 왔었는지 알 수 있다. 영국과의 전쟁을 두어 차례 겪으며 방위산업과 철강 산업의 발달했으나, 전쟁이 끝난 후 도시는 쇠락했다. 지금은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와 캐나다 내셔널 철도의 동쪽 종착역으로만 산업 도시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개의 볼거리들 중에 스코틀랜드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그레이트 스코틀랜드 관광(The Great Scots tour)을 택했던 이유는 퀘벡이 프랑스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면 이곳은 스코트 랜드 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또한 가는 길목에 아름다운 해안선과 산세의 풍광이 뛰어나다는 설명을 듣고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세계적 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스코틀랜드 마을이 있다. 이번 관광은 우리 4명만 타고 가는 프라이빗 관광이었다. 버스를 타고 하는 관광은 일방적으로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이번엔 우리 4명만 타고 있으니, 가이드가 설명을 하면 그것을 친구 부부에게 한국어로 전달하는데 훨씬 수월했다. 질문을 할 수도 있고 작은 미니 밴이어서 승차감도 좋고 편했다. 열심히 통역을 하는 나를 보고, 가이드가 한마디 한다.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어 너무 고마워요’라며. 내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친구 부부의 경청이 그 느낌을 알게 해 주었나 보다. 남편도 거들었다. ‘자세하게 잘하네? 숫자들까지… 순발력도 있고… 하하’ 그래서 였을까 하나라도 놓칠까봐 귀 기울여 듣고 자세히 통역을 하려고 애썼다.
케이프 브레튼 섬의 가운데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향하는 길에서 바덱(Baddeck)이라는 작은 도시를 만났다. 그 옛날 벨(Bell) 컴퓨터를 발명하였던 알렉산더 그레함 벨(Alexander Graham Bell) 부부가 오랫동안 거주했던 역사적인 곳으로 유명하다. 부부는 벨 컴퓨터로 얻게 된 많은 재화를 그 도시에 재 투자를 하였고, 부인은 그곳 교육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한다.
북쪽으로 향하는 길은 캐벗 트레일(Cabot trail). 캐나다의 국립공원인 브래턴 하이랜드를 가로지르는 도로이다. 깊은 계곡과 가을이 익어가는 풍광을 선사하며 우리들에게 좋은 눈요기를 선사해 주었다. 위키 피디아에 따르면 옆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사시사철 바닷물의 온도가 18도 정도로 따뜻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늘 넘쳐나고, 모든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명소는 없다고 첨언한다. 겨울에는 이 길을 따라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눈이 펑펑 내리는 캐나다 동부의 설경을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도착한 곳은 하이랜드 빌리지(Highland Village). 스코틀랜드 인들의 언어와 생활문화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쯤 된다고 할까. 스코틀랜드 말과 문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스코틀랜드 후손들이 살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대장간 작업을 하고, 양모 염색과 수공예 시연은 물론 공방 같은 곳에서 가죽을 제품을 만드는 시연을 하기도 했다. 마른나무를 널빤지 형태로 잘라 지붕재(슁글=Shingle)를 만드는가 하면 음식을 만들기도 하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관광객들에게 보여 준다. 그곳에서는 스코틀랜드 민요를 노래해 주는 한 여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 노래는 옛날 영화 ‘쏭 캐춰(Song Catcher)’를 연상하게 하며 단음들이 어어주는 울림을 그대로 안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박수를 치며 울컥했다. 한국의 ‘한恨’ 같은 생각이 들어서…
빌리지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곳이 시드니(Sydney). 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올린 조형물이 세워진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이올린 연주에 따라 몸의 하체만을 움직이며 추는 춤인 셀틱(Celtic)은 스코틀랜드의 대표적이고 상직적인 춤이다. 그것을 재연하는 페스티벌이 해마다 케이프 브렌트 섬 전역에서 열린다고 한다. 바이올린 선율, 하체의 움직임과 커다란 맥주잔을 부딪히는 소리들은 밤새 어우러지며 멋있는 다큐멘터리 한편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승선하기 위해 돌아오는 길에 만난 작은 골목. 한 열두어 개 남짓한 상점은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우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작은 소품의 기념품들을 파는 곳. 기웃거리기만 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 어느 곳에서도 모든 상품은 ‘Made in China’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