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하는 핼리팩스 역사알기(Historic Halifax By foot)를 예약했다. 핼리팩스(Halifax)는 전날 관광을 했던 시드니에서 5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캐나다의 남동부 도시로 미국 국경에 인접해 있다.
쿠루즈는 공해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새벽이 되면 도시에 정작하게 되 있어 밤새 항해를 해야한다. 전날 신문을 보니 핼리팩스의 날씨는 흐리겠다고 했다. 얇은 옷들을 껴 입고 위에는 가벼운 재킷을 걸쳤다. 종일 걸어야 하는 일정이여서 가볍게 입는게 좋을 것 같았다. 가이드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9시 45분.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챙이 긴 모자를 찾아 둘둘 말아 백팩에 넣고 하선했다.
지정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지 싶어 전화를 했더니, 배 안의 시간과 현지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현지 시간으로 9시45분에 만난다나. 한시간을 일찍 나온셈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흐렸던 하늘은 좀 훤해지고 날씨는 걷기에 적당했다. 핼리팩스는 노바스코샤 주의 주도 이며 큰 항구도시이다.
처음 도착한 곳은 피어21(Pier21). 모든 이민자의 관문이었던 곳으로 아프리카, 중동지역,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의 유니크한 이민정착기를 들려 주고 있다. 캐나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나라임으로 그들의 권리와 이익을 충분히 보장해 주며 이민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을 여과 없이 알려주고 있었다.
부두를 바라보며 이어가는 가이드의 이야기. 핼리팩스는 2가지의 역사적인 사실로 유명하다고 했다. 그 하나는 1917년 12월6일 아침에 일어난 대형 폭팔사고. 폭약과 각종 인화물질을 가득 실은 프랑스 화물선과 유리를 가득 실은 노르웨이 화물선이 충돌하여 일어난 폭팔사고였단다. 2000여명의 사망자와 90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2척의 배는 화물선이었으므로 승선하고 있던 선원들을 그리 많지 않았으나, 배에서 불이 난 것을 알고 불구경을 왔던 동네 주민들 몇 천명이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충돌하면서 작은 불이 붙었던 배는 소화장비를 꺼내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화약에 불이 붙으며 순식간에 대폭발이 난 것이었다. 당시 도시 인구가 65000명 정도였는데, 그 중 15% 정도 사상자를 내며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던 끔직한 사고였다.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큰 폭발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도시를 다시 정비 하는데는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 되었고 마지막 시신을 수습했을 때는 이미 심한 부패가 진행되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는 구호작업에 적극 참여하여 도왔다.
그 다음이 타이타닉 호와의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단다. 1912년 타이타닉 호 침몰 후 300여구의 시신을 수습하여 핼리팩스로 옮겼다고 한다. 도시에는 아직도 타이타닉 위령비가 남아 있었다. 몇년전에는 타이타닉 호 침몰100주년을 맞아, 그 당시의 후손들이 모두 핼리팩스에 모여 위령제를 지내기도 했었다. 또한 타이타닉 호 침몰당시 유품들과 자료를 모은 해양박물관이 이 도시에 있다.
잠시 맑았던 하늘은 어디로 가고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 채양이 큰 모자는 비막이로는 부족했다. 가이드 이야기 들을랴 비 피할랴 정신이 없었다. 그의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남편은 택시라도 잡아 타고 빨리 배로 돌아 가자고 닥달을 했다. 몇일 동안 감기 기운이 있었던 우리 둘이 또 다시 감기가 도지면 어쩌냐는 걱정을 하면서. 그러나 택시는 잡히지 않았고 우버 앱은 캐나다에서는 쓸 수가 없고 진퇴양난이었다. 그러다 보니 반나절의 일정은 거의 끝나갔고 뛰다시피 해서 배로 돌아왔다. 길에서 만났던 고대 유럽식의 건축물하며 그에 따른 가이드의 역사적 배경 설명들은 이미 비처럼 흘려버렸고, 돌아가는 걸음 만 재촉했다.
거대한 항만은 쿠루즈 선 뿐만이 아니라 화물 선들도 많았고, 돌아와 문헌을 찾아보니 주요 해군 기지도 있다. 쿠루즈 선들이 정박한 항만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일일 관광 대형 버스와 시내 버스들도 즐비했다. 물에 빠진 새앙쥐 모양만 아니었더라면 시간도 충분한데, 시내 버스 올라 시내 구경을 좀더 했을 수도 있었지만 못내 아쉬웠다. 감기가 무서워 서둘러 승선을 하고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좀 쉰 뒤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옷과 운동화는 금방 물에서 건진 것 같았다. 크루즈의 각층에는 공동 빨래 방이 있지만 손빨래를 하는 것이 더 빠를것 같았다. 운동화까지 빨아 널고서야 쉴 수 있었다. 한참 쉬고 난 후 저녁시간. 복도에서 친구 부부를 만났다. 친구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