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음‘이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어쩔 수 없음‘이 삶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그걸 떠안고 사는데, 떠안고 살 때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떠안고 사느냐, 그 차이일 뿐이다.
- 정희진의 공부, 2023년 12월호 “남 잘 되는 일 같은 것엔 신경 끄면서” - 소설가 임경선의 말 -
주로 지름길만을 걷는 내가 가끔 하염없이 몇 시간씩 걷게 될 때가 있다. 새로운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내 마음이 환기가 되는 때는 바로 그때이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내 삶이 점점 더 느려져야 함을 느낀다. 그동안 조바심과 함께 살아온 일상 곳곳의 관습을 조금씩 내려놓아야 함을 느낀다.
매일이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것.
모두 외로움을 견디며 산다는 것.
왜 그렇게 설계된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어도 결국 인생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앞으로도 나는 평생 무언가를 원하고 바라면서 살겠지만 어떤 것들은 안되면 말고라고 진심으로 놓아버릴 수 있을까.
떠안고 사는 것이 그 누구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고 그 누구에게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내가 원하던 것이라도 가질 수 없게 되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님을 인정할 수 있을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언제쯤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좋은 순간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가지되 이 조차 또 흘러가버릴 것이라는 것에 허무해지지 않고 반복되는 희비 속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은 나를 믿고 응원해 주고 나에게 좀 쉬어가도, 더 느리게 가도, 심지어 더 이상 앞으로 안 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좋으니 기다리겠다고 그저 다시 함께 하게 될 때 생기 있고 기분 좋은 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는 이가 있다. ‘어쩔 수 없음’이 슬픔으로 다가오고 떠안기가 버거워질 때는 이들을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