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관계
5살 빛이가 '아이스크림'이라는 신세계를 맛봤다.
입안에 퍼지는 이 시원달콤함을 동생 하늘이에게도 나눠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물며 말한다.
"하늘이는 어려서 아직 아이스크림을 못 먹으니까 우리 이 집에서 계속 살자. 하늘이도 크면 먹을 수 있게."
이 집에 계속 살아야 하늘이가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 것이란 발상이 조금 우습긴 하지만, 동생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 하나만큼은 정말 기특하다.
어디서 살든, 이런 마음을 가진 아이와 함께 산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첫째에게 동생이 생기면 보통 엄청 질투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예외인 듯하다.
생후 42개월째를 맞이하는 빛이는 30개월 어린 동생 하늘이를 지난 1년간 참 많이 예뻐하고 사랑해 왔다. 누가 봐도 든든한 언니이자, 나와는 육아동지의 관계다.
빛이가 하늘이 이유식을 먹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저귀까지 갈아줄 정도다. 은근 기대했던 몰래 꼬집거나 크게 질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문제는 화살이 가끔씩 내게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내가 하늘이에게 "아이구 잘 먹네~", "똥도 예쁘게 잘 쌌네~", "공을 이렇게 잘 굴려?" 이런 식의 칭찬을 하다 보면, 어느새 빛이는 내 옆에 다가와 한마디를 때린다.
"저기요. 아저씨는 왜 하늘이만 보면 다 잘했다 그래요?"
갑자기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딸 덕에 아빠는 순간 '아저씨'가 된다.
빛이가 하늘이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하늘아, 사랑해~”
동생을 예뻐하는 모습은 부모로서 언제 봐도 흐뭇하다. 그러나, 이어지는 빛이의 소름 돋는 한마디.
“하늘이는 내가 많이 사랑해 주니까 이제 엄마아빠는 덜 사랑해 줘도 돼.”
약 2초간 정적이 흐르고, 나와 아내는 눈을 마주치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느라 혼났다.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되지만 약간 무섭네? 그래도 아까 하늘이를 안아줄 때의 그 마음은 진심이었던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