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도달하기까지 1

엄마가 더 좋은 이유

by 윤슬기

오늘도 빛이와 놀이터에서 하루를 불태웠다.


"아빠, 빛이는 지금 안 졸린데 왜 하품이 나오지?"


빛이가 이렇게 말하는 것 보니 잘 놀고 와서 엄청 졸린가 보다. 간만에 일찍 잠들 것 같은 반가운 예감이 든다. 빠르게 씻기고 잘 준비를 마쳤다. 빛이가 가만히 날 보고 있다가 뜬금없는 한마디를 날린다.


"아빠, 근데 있잖아. 빛이는 아빠도 좋은데, 엄마는 더더더 좋아!"


뭐 그럴 수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나랑 신나게 놀다 들어와서 이 타이밍에 할 소린가. 그리고 무슨 저런 소리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하는지. 약이 오른다.


"빛이 너 놀이터에서 주로 누구랑 놀아?"

"아빠."


"수영장은 누구랑 가?"

"아빠."


"밥은 누가 해줘?"

"아빠."


"누가 씻겨주지?"

"아빠."


"응가하면 누가 치워줘?"

"아빠."


"근데 왜 엄마가 더 좋아?"


아이는 엄마를 상상하는지 '씨익' 웃으며 대답한다.


"엄마는.. 그냥 좋아!"


그냥 좋다는데 뭐 어쩔 텐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엄마. 엄마는 그런 존재다.




요즘 들어 빛이가 새벽에 화장실을 가느라 깨는 일이 잦다.


"아빠, 쉬! 아빠! 쉬이이이이~~~"


아빠의 잠귀가 더 밝다는 사실을 아는 걸까, 아니면 아빠가 행동이 더 빨라서일까. 기뻐할 일인진 모르겠지만, 아무리 엄마가 좋아도 새벽에 찾는 건 무조건 '아빠'다.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떠보면 항상 빛이가 비몽사몽 간에 발을 동동 구르며 허우적대고 있다. 난 영혼까지 끌어올려 1초 만에 벌떡 일어나 반사적으로 튀어 나간다. 빛이가 화장실에 도달하기 전 오줌을 싸버리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서다.


"빛이야, 쪼끔만 더 참아! 쪼끔만! 참아야 돼! 아빠 손 잡고! 거의 다 왔어!"


빛이를 화장실 변기에 앉히는 순간까지, 난 아이가 정신줄을 놓지 못하게 계속 소리치며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준비된 순간, 목표물이 과녁에 들어오기라도 하듯 마지막 한마디를 외친다.


"됐어! 지금이야!"


빛이가 힘을 풀자 어깨가 축 늘어진다. 오래 참다가 나오는 거센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긴장이 풀어진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소변이 급했던 아이는 어둠 속에서 혼자 길을 헤매지 않고, 다행히 아빠를 찾는 가장 현명한 방법을 택했다. 그 덕에 위기를 잘 넘겼다.




빛이야, 살면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도, 절대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아빠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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