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도달하기까지 2

내 편이 있다는 것

by 윤슬기

"아빠, 쉬 마려어~~ 쉬 마렵다고오~~"


또 시작됐다. 오늘도 새벽에 깨어난 빛이는 정신이 없다.최대한 빨리 몸을 일으켜 빛이를 향해 달려보지만, 빛이가 발을 안 뗀다.


"빨리 와! 소리만 지르지 말고. 얼른 움직여야지! 쪼끔만 참고 일단 얼른 와!"


결국 화장실까지 끌고 가는 도중에 참사가 발생했다. 빛이의 발밑으로 따뜻하고 노오란 액체가 모여들어 작은 강을 이룬다.


'하아. 빛이가 버티지만 않았더라면.'


나도 진짜 어렵게 스스로를 깨워 일어난 건데, 허탈하다. 이미 겪은 몇 번의 경험에 의해 이어질 상황이 아주 자세히 머릿속에 그려진다.


1. 오줌에 젖은 옷을 벗기고 아이를 씻긴다.

2. 수건으로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다.

3. 흘린 오줌을 다시 밟지 않게 아이를 조심조심 들어 옮기고 자리에 눕혀 재운다.

4. 바닥에 흐른 오줌과 화장실 가는 길에 찍힌 오줌 발자국들을 여러 번 깨끗이 닦는다.

5. 화장실 바닥을 솔로 문지르며 물청소 한다. (그래야 다음 날 아침 화장실에서 지린내가 안 난다.)

6. 오줌에 젖은 옷들을 손빨래해서 널어 둔다.


아, 뒷목이 땅긴다.




심지어 오늘은 상황이 더 안 좋다.


"빛이야, 빨리 일로 와. 얼른 씻고 자게."

"시러! 안 씻을 거야!"


빛이가 오줌에 젖은 옷을 안 벗겠다며 버틴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자다 일어나서 본인도 졸리고 피곤 것 같다. 나도 죽을 맛이다.


"씻어야 잠을 자지. 빨리 와. 아빠도 피곤해."

"아빠랑 안 해! 엄마랑 할 거야!"


말을 잘 들어도 힘들 판에,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우며 버텨서 씻기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이제 빨리 옷 입고 자자."

"시러어! 안 입을꺼야아! 엄마랑 입을꺼야아!"


힘들게 참으며 씻겼는데 옷까지 안 입겠다고 터무니없는 떼를 쓰니, 순간 나도 화가 치밀어 마구 쏘아붙였다.


"근데 빛이 너 왜 아빠한테 자꾸 화를 내? 아빠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빠 잘 자고 있다가 너가 깨워서 일어났지? 그리고 너 오줌 싼 거 아빠가 다 치우지? 근데 왜 화를 내냐고!"


부녀가 어찌나 난리를 쳤던지 아내가 깼다. 결국 빛이 말대로 엄마가 옷을 입혀주는 상황이 됐다. 그렇게 울면서 난리 치던 아이는 옷을 입고 눕자마자 잠이 든다.


반대로 난 잠이 다 깼다.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화가 안 가신다. 뭔가 분해서 더 잠이 안 온다. 한숨을 푹푹 내쉬며 아내에게 말했다.


"화는 쟤가 다 냈는데 왜 내 안에서 이렇게 화가 막 끓어오르지?"


아내는 짧게 대답했다.


"당연한 거야."


그런데 놀랍게도 이 공감의 한마디에 화가 풀린다. 저 말을 들은 이후의 기억이 없는 것 보면 잘 잤나 보다.


살면서 '내 편'이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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