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는 대화
아내가 장모님과 통화하다가 빛이에게 말한다.
"빛이야, 할머니가 우리 빛이 너어무 보고 싶다는데 어쩌지?"
옆에서 듣고 있던 난 '저도 보고 싶어요.' 따위의 대답을 예상했으나, 빛이의 대답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다.
"보고 싶으면 영상통화 하라고 해."
그렇게 진짜 영상통화가 시작됐다. 장인, 장모님은 첫 손주인 빛이를 보며 꿀 떨어지는 눈으로 말씀하신다.
"우리 빛이 보고 싶어서 어떡하지?"
'빨리 놀러 오세요.'란 대답을 기다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리 만무한 빛이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묻는다.
"지금 보고 있는데 왜 보고 싶어?"
조금 웃프긴 하지만, 아이의 직관적인 말에서 어떤 의도나 꾸밈이 없는 순수함을 배운다.
문자를 하면 목소리가 듣고 싶고, 목소리를 들으면 영상통화가 하고 싶고, 영상통화를 하면 실제로 더 보고 싶어지는 법.
결국 장인, 장모님은 먼 길을 올라오시기로 결정하셨다. 아내가 빛이에게 묻는다.
"빛이야, 내일 할아버지 놀러 오신대. 할아버지 오시면 빛이가 더 좋을까, 할아버지가 더 좋을까?"
역시나 빛이는 해맑은 얼굴로 질문자의 의도나 예상답변을 삭제시킨다.
"엄마가 좋지. 엄마네 아빠자나~~"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 빛이는 보여 드리고 싶은 게 많다. 그림도 그리고, 블록도 쌓는다.
할아버지를 앞에 모셔두고 종이접기 교실도 열렸다. 나름 열심히 장단을 맞추고 계신 장인어른께 빛이가 묻는다.
“할아버지는 왜 종이접기를 못 해?”
“늙어서 그런가?”
할아버지가 '허허' 웃으시며 잘 넘기셨지만, 빛이는 결국 쐐기를 박는다.
“다른 사람들은 늙어도 잘하더만.”
빛이의 입이 열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나중에 빛이 네 자식한테 그런 얘기 안 들으려면 아빠는 절대 늙지 말아야겠다.
근데 네가 입을 열 때마다 급격히 늙는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