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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올가미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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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지아 Jul 28. 2023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첫 번째 자살기도

나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다.

자존감은 낮았지만.

나의 높은 자존심에도,

아이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다.





남편에게 매달렸다.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만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시어머님만 안 보고 싶다고,

그것만 양해해 주면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합리화했다.

바람, 도박, 폭력(육체적)의 이혼사유는 아니니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온전히 있는 가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리고,

나를 지켜주거나 도와줄 친정도 없었다.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전남편은 말했다.

일 다 그만두고 집에서 애만 보라고.

그리고 아내로서 역할만 하라고 했다.

그러면 이 집에서 살게 해 주겠다고.


그래서 일을 다 그만뒀다.


프리랜서라

내가 일을 안 한다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돈 많은 집에 시집가서 애 낳더니

맘이 편해져서 일을 그만둔다고 부러워했다.


남편은 친정에서 돈을 다 대줄 것이 아니면

입주이모도 내보내라고 했다.

그래서 입주이모도 내보냈다.


언제 이혼을 할지 모르니

일주일에 하루이틀은 일을 해야 했다.

본업은 거의 다 관뒀기에

본업 조금과 쿠팡 배달알바도 시작했다.





계산을 잘못했다.

이것은 나의 최악의 수였다.


일을 관둬서 경제권이 없어지니

전남편은 더 악랄해졌다.


결혼생활동안 그는 내게

매일 아침 본인의 밥을 차리길 강요했는데

내가 일을 그만둔 이후부터는

아침을 못 차려준 날은 생활비에서 제하겠다고 했다.

생활비를 받기 때문에 아이는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말고 내가 혼자 양육하라고 했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생활비를 안 주겠다고 했다.

아이에게 해주는 식사와 간식을 매번 사진을 찍어 그에게 전송해야 했다.

그 또한 생활비를 받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날 때도 육아를 안 하는 것은 당연했다.

아이를 봐 달라고, 놀아달라고 요청을 해도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였다.

"내가 너한테 생활비를 주는데

왜 내가 애 봐야 돼?"


고작 300만 원의 생활비로

끊임없이 생색을 냈다.

그냥 나를 괴롭히고 싶은 것 같았다.

눈엣가시인 나를 그 집에서 내보내고 싶어 했다.


그가 집에 있는 날에는

그는 안마의자에 누워 티브이를 봤고

난 항상 집안일을 했다.

그는 티브이에서 나오는

여배우 같은 예쁜 여자들을 보며 말했다.

"너만 아니면 내가 이런 여자들이랑 만날 텐데.

나는 변호사에 강남에 집 있으니까 다 넘어올 텐데.

너 때문에 내가 이런 여자들도 못 만났잖아"




결벽증에 강박증이 있는 그는,

집에 퇴근을 하여 현관에 들어선 순간부터

맘에 들지 않는 집 상태를 보며

욕설부터 시작했다.


"아 씨 x. 신발 또 밖에 나와있어.(현관에 신발이 나와있으면 안 됐다. 모든 신발은 다 신발장 안에 있어야 했다)

씨 x. 장난감 밖에 나와있잖아.

생활비 받아서 이따위로 청소하고 있네 씨 x" 등.

 

그러곤 나를 호출했다.


"너 이딴 식으로 청소하면 생활비 안 준다?"

"혼자 애 보면서 어떻게 호텔처럼 하고 살아"

"그게 싫으면 네가 이 집에서 나가라니까?"


결론은 항상

<이 집에서 나가> 

였다.





 매일의 연속이었다.

전남편이 퇴근한 순간부터 나를 너무 괴롭히니,

키우던 강아지가 전남편으로부터 나를 보호했다.

전남편이 내 옆에 시비를 걸겠다고 오면,

소리를 지르려고 붙잡으려고 오면,

강아지는 그가 오지 못하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으르렁댔다.

그러면, 그는 강아지는 발로 차며 욕설을 했다.

강아지는 발에 차여 저만치 멀리 나가떨어지면서도

다시 달려와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그러면 또 차여서 멀리 날아갔다.


울면서, 제발 그만하라고,

강아지한테 그러지 말라고 빌어도

소용없었다.

강아지는 연애 시절 그가 사줬던 아이였다.


강아지처럼,

본인이 맘에 안 들면 발로 차서 버리는 것과 같이.

그는 나도 그렇게 버리고 싶어 했다.

그는 나를 때리는 대신

내 앞에서 강아지를 때렸다.




내가 주 1-2회 일을 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가에 아이를 맡겨야 했다.

이것이 최악의 수였고, 실수였다.

나는 시모가 엄마의 자리를 노릴 빈틈을

제공하게 되었다.


아이 6개월부터 시작된 교육방식에 대한 그녀의 트집은 당시 3- 4살 된(한국나이) 시점에도 내가 공부를 시키지 않아서 아이를 망치고 있다고 계속 얘기하며 내가 엄마로서 자질이 없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은

할머니를 좋아했다.


우리 집에 딸린 헬스장과 사우나

(새 아파트라 커뮤니티 시설에 있었다)

를 매일 이용하고 우리 집에서 쉬고 가고 싶은데,

나와 사이가 안 좋으니 그것들을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서운하다고 했다.



전남편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 아버지 명의인 이 집에서 나가라고,

너희 친정에선 이 집에 돈 한 푼 안 보탰으니

너는 여기서 살 자격이 없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몇 년간.

매일 새벽.




목을 맸다.



전남편에 대한 복수였다.

나를 이토록 괴롭히며 이 집에서 못 살게 하니,

 또한 이 집에서 못 살게 하고 싶었다.

그의 방에 있는 욕실에서 목을 맸다.

새벽에 퇴근한 그가 나를 욕실에서 발견하고

그의 머릿속 트라우마로라도 남아서

그도 이 집에서 못 살게 하고 싶었다.

무기력에 빠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나 자신을 내가 해쳐서 복수하는 방법 외엔 떠오르지 않았다.



목을 매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이 아득해졌을 때

갑자기 번뜩 정신이 들었다.

만약 아이가 깨면 어떻게 하지.

엄마를  찾다가 목을 매고 죽은 나를 발견하면 어떻게 하지.

런 모습의 엄마를 기억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안돼.


다시 목을 풀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다짐했다.


집을 나가야겠다.

일단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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