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 내가 불빛을 좋아하는 이유

돌봄의 감각, 불빛의 기억


나는 반짝이는 불빛을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원색들이 다닥다닥 모여 어우러진 풍경에 깊이 끌린다.


어떤 이는 그걸 유치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오래된 고향과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겹쳐 떠오르는 잔상이다. 마냥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불행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유년기를 지탱해 주던 나만의 풍경이다.


이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어릴 적 기억 한 자락과 맞닿아 있다.

몇 살이었는지, 누구의 차였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비 오는 날 밤, 달리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깬 순간 창밖으로 어스름히 번지는 도시의 불빛을 보았다.


그 순간 난 분명히 느꼈다.

“아,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있구나.”

그 감각은 내 안에 잔잔히 가라앉았고 그 이후로도 줄곧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나는 농사짓는 시골 가정에서 자랐다.

자가용도, 장거리 외출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차 안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특별한 체험이었고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주는 누군가의 존재와, 그 안에서 깊이 잠들어버릴 수 있는 나 자신이 있었다.

그건 어린 나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돌봄의 증표였다.


그 무렵, 엄마가 사준 유아용 진주목걸이를 유난히 아꼈다.

작은 알갱이들이 파랑, 빨강, 노랑으로 알록달록 이어진 그것은 지금까지도 내 보물상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이 어릴 적 받은 사랑은 그렇게 손에 잡히는 무언가로 남기도 하나보다.


생각해 보면 유년의 감각은 시간이 지나며 바뀌기도 했다.

가령, 여름 하굣길에 맡던 짙은 들풀냄새.

그 냄새는 어린 나에겐 고역이었고, 혐오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향을 멀리서 맡기만 해도

무언가 아련한 것이 마음을 흔든다.

그 풀향은 아프고 지독했던 유년을 끌어안는 ‘향수’가 되었다.


나는 지금도 불빛을 좋아하고, 목걸이를 소중히 간직한다.

그 모든 감각은 과거의 생채기를 덮는 겹겹의 붕대처럼 나를 안쪽에서부터 천천히 감싸고 있는 것들이다.

그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생존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며 알게 된 점

-내 유년 시절이 기억하는 ‘안정감’의 색깔

-사랑을 유형화하던 어린 시절의 나

-힘들었던 날을 ‘향수’로 기억하기까지의 내 마음의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