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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Oct 01. 2021

행복~~ 타임! (+정신분석이론)

정신분석이론_자아방어기제

2. 육아,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 상담에서 배우다

어느 집에나 "동생을 보면 첫째가 어리광쟁이가 된다 또는 아기 된다"라고들 한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말하자면 "퇴행"이라고 하는데, 

퇴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자아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내용과 그 과정에 담긴 역동분석는 이론"으로 프로이트에 의해 창시되고, 프로이트 생전 그리고 사후에도 계속해서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 온 대표적인 상담 이론이다.



정신분석에서는 무의식의 구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하고 싶은 대로 다 할래"(쾌락) 욕구 중심으로 활동하는 원초아

- "도덕, 사회적 규범, 이상, 양심"에 따라 활동하는 재판관 초자아  

- "적응적이야? 현실적이야?" 현실 원칙에 근거하여 활동하는 인격의 집행자 자아 



자아는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우리가 현실적이고 적응적으로 잘 살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흔히들 자아의 상태를 정신건강의 지표로 여긴다)



그런데... 만약에 자아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터졌을 땐 어떻게 될까?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 앞에 놓였을 때, 굉장한 불안을 경험한다.


 정신분석적으로 설명하면 이 불안은 자아의 기능이 약해짐에 따라 억압되어 있던 원초아와 초자아가 밖으로 표출되려고 하는 것에 따른 불안이다.


예를 들어서, 둘도 없는 내 친구와 남자 친구가 바람이 났다. 견디기 힘든 일 앞에서 자아는 기능을 상실한다.

밥도 넘어가지 않고, 너무 괴롭고, 잠도 못 잔다. 친구와 남친이 너무 미워 죽겠다. 이때 원초아는 친구와 남친을 죽여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초자아는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도덕적이라서 이것도 이해 못 하는 나쁜 애로 나를 만들어버린다. 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평소의 자아라면 이들을 현실적으로 잘 중재하며 (아무리 화나도 죽이는 건 안돼, 이건 내가 나쁜 게 아니라 그 연놈이 나쁜 거야~ 하면서..) 현실을 살아내게 했을 것인데 그게 안 된다.


그런데 자아가 중재할 힘을 완전히 다 잃어버리면 진짜 미쳐버릴 수 있는데(정신병)... 그래서 친구를 진짜 죽이기라도 하면...? 아니면 내가 오히려 멍청이, 나쁜 년이라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후회하다가 극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라도 하면...?


자아 입장에선 나를 지키기 위해 겨우겨우 마지막 힘까지 다 끌어내어 사용하는 것이 바로 "방어기제"이다.  


이 과정은 굉장히 무의식적이다. 나아채지 못한다. 내가 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고, 대처할 힘을 잃은 자아는 우리의 정신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어떤 대체 행동을 한다. 내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 상담에서 상담자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자아 기능을 지지하고 조력한다. 그리고 무의식의 의식화를 통해 내담자가 무의식적 갈등보다는 현실에 더 에너지를 쓰고 집중하여 자유롭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다.








"퇴행"도 방어기제 중 하나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당연한 말이지만

'동생을 보는 게 아이에게는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위기이기 때문이다'


에이, 뭐 이렇게 오버해서 생각해? 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처음 동생을 데리고 집에 들어오는 엄마를 보면 마치 남편이 나보다 더 예쁘고 사랑스러운 애첩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 같다고 한다.


눈이 뒤집히지 않을까...?



게다가 아이는 아직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해나가는 능력도 부족하다. 그러니 내 세상의 전부인 엄마의 사랑을 뺏길 것 같다는 엄청난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퇴행"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우리 첫째도 동생을 본 뒤로는 날마다 퇴행한다.



청산유수처럼 말만 잘하는 애가 갑자기 응애응애만 하고,

말로 설명하지 않고 속상하면 앵하고 울어버린다.

엄마 찌찌 먹고 싶다며 가슴에 입을 대고 먹는 척을 하고,

갑자기 기어 다닌다.



머리로는 이 모든 과정이 이해가 되지만 이 모습이 지속되니 사실상 걱정이 되었다.


안 그래도 코로나 통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집에만 있느라 여러모로 좀 멈춰있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걱정도 걱정인데 신생아를 돌보며 마음도 몸도 여유가 없는 시간이 지속되자 한 번씩 "다 아는 애가 왜 이래!!" 하면서 소리도 지르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오른다. 어느 정도 컸는데도 엄마 마음도 몰라주는 아이가 야속하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이가 어리광을 못 부리게 하고 무시만 했다가 아이가 너무 상처 받을까 봐, 위축될까 봐 염려되는... 참 어쩔 수 없는 엄마의 양가적인 마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하나 당장 지금 어찌해야 되나

고민 고민하다가 아이와 함께 찾은 타협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퇴행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충분히 공감하고 알아주

-그리고 충분히 표현하도록 허용하기

-단, 규칙과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기



그래서 시작한 일명 행복~~ 타임


평소엔 5살 누나로 있지만


밤에 자러 가기 전 엄마와 온전히 함께하는 1시간.  

이 시간에는 퇴행을 하든 어떤 놀이를 하든 다 첫째 마음이다.


첫째 태명이 행복이었는데,

"엄마 나 이제 행복이야!"로 시작되는 행복 타임.


엄마 치마 밑에 들어와 배속에 있기도 해 보고

엄마 팔을 쪽쪽 빨기도 하고

애기 짓 하면서 뽀뽀해달라 그러고 만져달라 그러고

아기처럼 꼭 품에 안겨있기도 해 본다.


그럼 나는 나대로


"아이고~ 우리 행복이 그래 떠요~ 아이 이뻐라 까꿍 까꿍" 하고 화답한다.


그러면 까르르 히히 호호 온갖 웃음과 행복한 미소, 신나는 몸부림으로 화답하는 우리 행복이


가끔은 너무 가서 둘째 태명이 복댕인데

복댕이 오빠라고도 하는 우리 행복이...


하루 동안 많은 시간을 엄마품에 동생을 양보한 우리 첫째가, 흘러넘치도록 마음껏 엄마품에 파고드는 시간.


엄마와 딸. 서로에게만 온전히 집중하며 보내는 시간.




하루에도 몇 번씩 행복이 되고 싶은 거 꾹 참고 의젓한 누나 역할하느라 고생 많지?

엄마가 다 알아. 보고 있어 .그래서 참 고마워


최고로 사랑해 엄마 딸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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