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사먹었던 겨우 떡볶이
대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있었던 떡볶이 집은 정말 조그맸다. 집에 갈 때 배고프면 그 떡볶이 가게에 들러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기도 하고, 그 떡볶이 가게가 24시간이어서, 철이라도 씹어 먹을 그 나이대의 나는 새벽에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이젠 그렇게 먹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벽에 추운 바람맞으며 친구들과 떡볶이, 어묵을 나눠 먹는 건 꽤나 즐거웠다. 그때 우리는 다 같은 처지였고,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산다고 생각했으니까.
요즘 떡볶이는 너무 많다. 정말 조금만 맛보고 싶은데 다들 너무 많이 준다. 양이 많아 매번 다 먹지 못하고 남기기는 하지만 매운 떡볶이는 스트레스 푸는데 특효약이다. 그 거대한 양에 놀라긴 하지만 먹으면서 땀을 흘리고, 콧물을 흘리고, 정신이 빠지게 먹다 보면 내가 왜 열을 받았었나 싶을 정도로 고민을 치유해주는 그런 약이다. 약처럼 떡볶이를 먹으면 이제 한 끼에 2킬로그램이 쪄 있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래도 먹을 때, 먹고 나서는 행복하다.
어렸을 때는 상가에 있는 김밥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 김밥집이 한 층에만 세 군데가 있었는데, 항상 먹는데서만 먹었다. 꼭 안 그래도 되는데, 엄마가 늦게 올 때면 우리가 예쁜이 아줌마라고 부르던 아주머니의 가게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 1인분에 천오백 원. 주문하면 그전에 누군가의 떡볶이를 볶았던 프라이팬에 그대로 해주셨던 그 아주머니의 떡볶이는 맛있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깔끔했다. 참치김밥도 마요네즈와 참치의 비율이 아주 적당해서 맛있었는데, 이제 그런 집은 없다.
예쁜이 아줌마가 하는 분식점 말고는 한쪽에 있던 우리 할머니와 아는 사이였던 아주머니가 하던 집이 있는데, 거기는 당면 라볶이가 기가 막혔다. 오래 넣고 끓여서 떡볶이 소스를 모두 빨아들인 그 당면 라볶이. 마지막엔 밥까지 김가루를 뿌려 비벼 먹고는 했다. 어렸을 때는 떡볶이가 천오백 원인데, 당면 라볶이가 2천 원이면 안 먹게 된다. 내 손에 만원도 없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겨우 사 먹었었으니까 라볶이는 특별한 날에만 먹었다. 지금은 뭐, 한 끼가 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지만 왠지 천오백 원도 아까워하면서 겨우 떡볶이를 사 먹고 소중히 여겼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내가 사보는 무언가, 내 돈으로 사 먹는 무언가에 대한 기억은 때로는 강렬하다. 지금은 수많은 '처음'들을 지나오면서 뭔가 많이 잃어버린 것 같다. 뭔가를 또 많이 얻었겠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음식들이 참 많다. 그리고 꼭 그때 느껴봐야 하는 것들이다. 나중에 소중하게 기억되도록, 돈이 소중한 것도 알고, 엄마, 아빠가 나를 위해 해 준 것들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 떡볶이라고 지금은 생각할 수 있지만 돌아보면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남겨줬고 그때가 아니면 어쩌면 못해볼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지금도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고, 좋은 사람들과 먹어야 한다.
이런 나지만, 다른 곳에 들어간 떡은 잘 먹지 않는다. 떡이 들어가는 요리가 아닌데 들어간 떡. 여기에, 저기에 들어간 떡. 굳이 그것까지 먹어야 하나 싶다. 떡은 떡볶이에만 들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