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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Dec 18. 2024

딸아이가 아빠를 유독 찾는 시간, 과연 언제일까?

  아이를 낳기 전,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아이들은 아빠보다 엄마를 그렇게 찾는 걸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많아서? 아니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렇게 정해져 버리는 건가?'라는 추측을 해봤고,  '만약, 아빠가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보이지 않는 벽도 깰 수 있지 않을까?'라는 당돌한 생각도 해봤다.



  보통 대부분의 가정에서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출산을 제외하고 부부가 함께 육아한다라는 가정하에서는 '어쩌면 아빠도 엄마만큼 많이 불릴 수 있는 부모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산이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출산은 정말 엄청난 부분이며, 이 부분은 절대 간과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2022년 9월의 어느 날, 딸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절대적 존재감’을 나는 몸소 체험하게 된다. 출산 이후 줄곧 아이를 돌봐온 아내와 달리 한동안 회사 출퇴근을 이어왔던 나로서는 현실적으로 아이와 함께할 수 없었던 시간의 간극 탓에, '아빠보다 엄마를 더 찾는 게 당연하지!'라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아빠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면, 분명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찾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를 뒤로 하고 2023년의 1월, 나는 아내와 함께 동반 육아휴직을 하게 된다. 함께하지 못했던 4개월의 공백을 메꾸고자 육아를 아내로부터 다시금 배워가며, 아이와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18개월을 내리 아이와 함께 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성공? 혹은 실패? 정답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뭐 그리 맹숭맹숭하게 답을 내놓나 말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여전히 딸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종국에는 엄마를 찾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까. 그럼 돈까지 포기하고 육아휴직을 18개월이나 하며 아이에게 집중했던 시간은 물거품이 되어버린 걸까? 그것 또한 아니다. 아이의 삶에 대부분의 시간은 엄마를 전제로 두고 행해지는 듯해 보인다. 밥을 먹을 때, 잠을 잘 때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부분이 포진되어 있다. 그 행위의 중심에는 언제나 엄마가 있다.



 아빠랑 밥을 먹고, 잠을 함께 청할 때보다 엄마와 있을 때 훨씬 다이내믹한 행동을 뿜어내는 아이이니 이 부분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아내보다 내가 월등하게 아이와 친밀도를 자랑하는 시간이 하나 있다. 바로 '목욕'. 아내보다 그리고 근래 들어 5일 내 집에 상주하는 할머니(나의 엄마) 보다 딱 하나, 월등하게 내가 잘 해내는 과업은 바로 아이와 함께하는 목욕이다. (참고로 엄마와 목욕을 할 때, 아이는 그렇게 울어댄다.)



 저녁밥을 먹고 목욕하는 시간이 찾아오면 언제나 아이는 나와 함께 한다. 목욕을 하기 싫다고 버티는 날에는 뽀로로 캐릭터를 불러 아이를 욕실로 불러내기도 하고, 도깨비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강제로 소환해내기도 한다.(유튜브에 '도깨비 전화' 검색.)



 그렇다면 아이와 어떻게 목욕을 하길래 아이는 나와만 목욕을 한다고 하는 것일까? 글쎄, 아이가 아직 말을 제대로 못 하니 정확한 연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와 목욕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재빠르게 샤워시키고 욕조에 몸을 담가준다. 충분히 물에서 놀도록 한다. 끝. 그런데 이 흐름 중에서 중요한 킬링 포인트 하나가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백만 번 이상 함께 부르는 것.‘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부터 시작해 '노는 게 제일 좋아' 등 몇 개를 불러준 후, 아이가 따라 부르는 동요가 있다면 목욕이 끝날 때까지 신나게 노래를 불러준다. 목욕을 세상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한다는 것이 내가 아이와 목욕하는 방법이 되겠다. (별거 없지 않은가?)



 한편, 샤워캡 쓰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아이 특성상, 목욕 중 머리를 감기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인데, 성인과 같이 머리에 샤워기를 쭉 뿌리고 샴푸를 하는 방법 대신 최대한 얼굴에 물이 묻지 않도록 머리를 감기는 방법으로 아이 머리 감기기를 하는 것도 아이가 나와 목욕하기 원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샤워기로 아이 머리 뒷부분을 충분히 적셔준 후, 앞은 아이 얼굴에 물이 튀지 않도록 욕조에 담긴 물을 손으로 조심스레 묻혀준다. 샴푸를 조금 덜어 아이 머리를 만져준 후, 다시 샤워기도 뒷부분부터 거품을 제거한다. 앞부분은 동일하게 손으로 물을 담아 천천히 거품을 걷어내고, 마지막에 아이가 충분한 목욕 놀이를 끝낸 후 아이를 안아 머리를 뒤로 젖힌 후 샤워기로 전체적으로 마무리한다.



 이것이 특별할 것 하나 없으나, 가장 효율적으로 내가 아이와 목욕을 즐기는 방법이다. 이렇게 목욕하는 모습을 심지어 아내가 옆에서 지켜보기까지 했으니 '목욕'만큼은 분명히 내가 한수 위다.



  일상의 부부라면, 대부분이 엄마와의 시간으로 꾸며져 있겠지만 아빠로서 아이와 독보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음 또한 분명하다. 아이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아빠들만의 필살기(?) 하나쯤은  있으리라고 본다.



 이번 딸아이 크리스마스 선물은 '달림이 어드벤처 목욕놀이'로 정했다. 목욕을 놀이로 생각하는 아이에게 괜찮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더욱더 아이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가격도 합리적이다.)



  미국의 하버드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아이의 어휘력, 사고력 등이 폭발적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보통 아빠들은 좋게 포장하자면 창의적(?)으로 아이와 놀아주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책 읽기가 됐던 야외활동이 됐던 아이와 단 둘이 함께 할 수 있는 여러분만의 특별활동 시간을 만들어내 보자. 함께한 추억으로 돈독해진 아이와의 관계를 그려나갈 때, 더욱 값진 인생이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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