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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11. 2024

파이어족이 된다면 이런 기분 아닐까?

한 겨울 1월에 시작된 육아휴직도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흘러 절반을 지나갔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며 직립보행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에 여유가 있다 보니 검진을 위해 서울의 병원을 내방하는 일에도 부담이 없고, 가계를 운영함에 있어서는 절약에도 적응돼 큰 사건 사고 없이 무탈한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휴직 막 들어왔을 때는 출근에 대한 압박 없이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에 감사함을 느끼곤 했는데 이런 부분도 점차 일상으로 바뀌어갔습니다. 복직까지는 아직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어 아직 먼 것처럼 느껴졌고 당장은 육아에만 집중하면 장땡이었으니 뭐라 말할 수 없는 평안함을 느낀 시기였습니다. 돌아보니 육아휴직 기간 중 심적으로 가장 마음이 편했던 달은 2023년의 7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일어나는 딸아이와 함께 창밖을 자주 보곤 했는데 북새통을 이루는 출근길의 차량 행렬을 보면서 ‘저 행렬에 있었으면, 이런 상황은 꿈도 못 꿨겠지.’라는 생각 정말 많이 했습니다. ‘복직 전까지 기필코 아이와 더 많은 추억 쌓아야겠다’라는 다짐도 함께 했습니다.


      

이런 생각과 함께 어쩌면 ‘파이어족이 된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바탕으로 조기 은퇴를 이뤄낸 사람들. 근로자라면 대부분이 꿈꾸는 그 파이어족 말입니다. 이 시기에는 상상 아니 공상도 참 많이 했습니다. ‘만약에 우리 부부 모두가 파이어족이 된다면 이런 생활을 지속하겠지?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이런 꿈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곰곰이 고민도 해봤습니다. 감히 공무원 주제에 말입니다.  


   

경험은 좋았던 나빴든 간에 사람의 인생에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 경험이 좋았다면 도전해 볼 것이고 별로였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죠. 제게는 ‘육아휴직’이 전자에 해당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육아휴직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다시 휴직을 사용했을 겁니다. 그만큼 아주 값진 시간이니까요.     



아이,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도 생각만큼 훨씬 즐거웠습니다. 회사 다닌다는 핑계로 엄두도 내지 못했던 몇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기도 했고 자기 계발할 수 있는 시간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오전 10시 조용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은 단순하기 그지없는 시간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았습니다.    


 

진정한 ‘ 파이어족’이 된 건 아니지만 그에 걸맞게 꿈을 깊게 그려볼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평안함을 육아휴직이 허락해 준 격입니다. 매일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일상에 꿈을 그려볼 생각 대신 다음 날 처리해야 하는 업무 생각에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살았습니다. 발등에 떨어진 문제만 보면서 달려왔던 거죠.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들 하지만 저는 그 말이 왜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여유가 생기면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는 금전적 여유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까지 포함합니다. 여유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은 변화됩니다. 여유를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자기 발전을 유도할 확률은 엄청나게 상승하거든요.     



사람은 하루 평균 70건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합니다. 하루에 70번 이상의 의사결정을 하면서 여유롭게 결정을 내려본 건 몇 건이나 되세요? 저는 요즘 새로운 습관 하나를 길들이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선택하기 전에 왜 그런지 한 번은 생각하고 선택하는 습관 말입니다. 이렇게 하니까 기억에 더 오래 남긴 하더라고요.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사회에서 잠깐의 여유를 두고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육아휴직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육아휴직’은 여러분의 마음속 잊힌 꿈을 다시 되찾게 만드는 시간 또한 제공할 수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생각할 여유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는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굉장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와 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자신의 인생에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본인의 삶을 가만히 한번 들여다볼까요? 내가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건 아닐까? 당장 내일 해결해야 되는 업무 보고에만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회의감이 드는 순간이 한 번쯤은 찾아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도 계실 거예요. ‘다 좋은데, 육아휴직하면 돈은 누가 벌지?’ 개인의 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조심스럽게 답변은 드려보고 싶습니다. “1년 육아휴직 사용한다고 해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고꾸라지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아요.” 사전에 준비가 돼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능력을 믿어보세요.   


  

그럼에도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뭔가를 이루기 전에는 과정이라는 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3년의 공무원 수험기간을 통해 몸으로 체감했으니까요. 육아휴직을 하더라도 일련의 준비 과정이 있다면 더욱더 탄탄하고 알찬 시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새로운 꿈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딸아이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언젠가 찾아올 경제적 독립기념일을 고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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