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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12. 2024

우리 딸, 첫 돌잔치!

2023년 9월 딸아이의 돌잔치가 열렸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꼬물대던 '호떡이(태명)'가 세상에 태어나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 첫돌을 맞이하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과 조금 특별한 과정을 겪었던 특별한 아이였던지라 딸아이의 첫 생일에 부모인 저희도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옛날에는 장수의 의미로 돌잔치를 열어주었다고 하죠. 저희는 이에 더해 다사다난했던 작년 한 해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날을 ‘첫돌’이라 여겼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세상에 나와 태어난 지 3달 만에 아빠는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수술대에 오르고, 쉴 새 없이 병원을 드나들었던 일련의 시간을 뒤로하고 한층 성장한 저희 딸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감사했습니다. 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들 합니다. 저희 부부가 딸아이에게 미안했던 부분은 훗날 아이가 커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볼 사진 같은 일련의 추억 거리를 많이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면 아기아기한 찰나의 순간을 소중한 추억으로 기록하기 위해 50일 아니면 100일 단위로 기념 촬영을 해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 같은 경우 태어날 때부터 ‘구순열’이라는 질환을 안고 태어났기에 사진 촬영 같은 이벤트에는 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부모인 저희조차도 고민됐으니까요.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집에서 간소하게 꾸며놓고 기념일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주는 정도로 대신한 게 전부였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아이 수술은 탈없이 마치게 됐고 회복 과정도 훌륭했습니다. 그 과정을 이겨낸 아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이번 첫돌은 정말 그냥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돌잔치 사진 잘 찍는 곳이 있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저 멀리 서울에 있는 북촌까지 찾아가 돌사진도 촬영하고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 진행 가능한 돌잔치 장소도 따로 예약했습니다.



돌잔치의 주인공인 우리 딸을 빛나게 해 줄 예쁜 드레스도 하나 대여했습니다. 행사를 기념할 전문 사진작가분도 두 분 모시게 됐고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아이에게 최고의 생일잔치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편집 제대로 할 줄도 모르는 제가 밤새워 아내와 함께 서투른 솜씨로 아이를 위한 첫돌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돌잔치 당일이 되었습니다. 이번 돌잔치에 양가의 부모님 처남과 처남댁 동생 내외를 초대해 소중한 날을 기념했습니다. 간단하게 양가 부모님의 축하 메시지도 듣고 가족들 앞에서 '자존감 넘치는 아이로 키우겠다'라는 약속도 드렸습니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딸아이는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행사장 주변을 돌아다니기만 하더라고요. 그저 모든 것이 일상적이고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돌잔치였습니다.



평범하게 사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떤 이에게는 당연한 것도 당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게 저희 가족의 한 단면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조금 늦게 일상을 되찾은 저희 가족이지만 지난 일 년 간의 경험들이 다가올 앞길을 더욱더 빛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 사이 저희 딸아이는 더욱 강인해졌고 그간 저희 가족은 더욱더 탄탄해졌으니까요. 곧 다가올 두 돌이 된 딸아이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되어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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