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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18. 2024

우리 딸, 생애 첫 어린이집

노란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3월이 찾아왔습니다. 저희 아이는 세상에서의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달이었기도 합니다. 3월부터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등원하게 되었거든요. 이제 저희 딸아이도 어엿한 사회구성원이 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집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에서 선생님의 응원과 지도 아래 친구들을 만나고 사회를 배워나갈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걱정이 됐던 탓인지 뭔지 개학 며칠 전에는 아이가 등원하게 될 어린이집을 미리 방문해 이 공간에서 조금씩 사회를 배워나갈 아이의 모습을 넌지시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기특하더라고요. 그렇게 대망의 첫 등원일이 다가왔습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몇 주 전부터 저희 부부는 과연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잘 해낼 것이라고 입밖으로는 연신 내뱉었지만 어느 이야기에 따라 아이가 엄마와 안 떨어지려고 한다는 얘기도 많이 주워듣기도 했고 한편으로 쑥스러움이 많은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부모니까요 당연하지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저희 딸아이는 저희 앞에서 실컷 재롱만 부리더라고요.



2024년 3월 4일 월요일 드디어 등원하는 날이 찾아왔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육아휴직을 연장한 계기였기도 한데 딸아이와 어린이집 생활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 아이는 어린이집 놀이터 앞에서 뛰어놀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안심시켜 주는 듯했습니다.



아이가 등원을 시작하게 된 첫 주 같은 경우 아이가 어린이집에 원만히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등원하는 주간이었습니다. 영아반의 경우 한 반에 5명씩 총 3개의 반이 있었는데 총 15명이나 되는 아이의 부모가 한 공간에 모이니 교실이 꽤나 북적거렸습니다. 엄마와 함께 등원한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아빠와 함께 등원한 아이도 보였습니다. 아빠 엄마 모두 등원한 가정은 영광스럽게도(?) 저희밖에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에 첫 등원한 아이는 어땠을까요? 부모가 옆에 착 붙어서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아이는 평안해 보였습니다. 교실 주변을 이리저리 관찰하고 새로운 장난감도 만지작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적응을 시작하는 듯했습니다.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가만히 앉아있기 뻘쭘했던 저는 교실을 나와 아이가 생활하게 될 공간을 하나씩 살펴봤습니다. 각각의 교실에는 조그마한 책상과 의자들이 나란히 보이고 화장실에는 낮은 세면대가 줄을 맞추어 배치돼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앞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도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며칠을 함께 등원하고 교실에서 머무르기를 반복했습니다.



한주 간 적응기간을 마치고 이제 정말로 아이 홀로 등원할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까지는 갈 수 있지만 어린이집 정문을 넘어서는 순간 저희와 아이는 몇 시간은 떨어져 생활하게 되는 슬픈(?)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실제론 바로 그렇게 하진 못했습니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교실에 함께 있다가 아이가 잘 놀고 있다 싶을 때쯤 살짝 빠져나오는 형태로 아이의 어린이집 홀로서기를 도와줬거든요.



같이 있던 엄마가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한 아이는 다음 날부터 며칠간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난리였지만 이내 시간이 해결해 줬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딸아이 혼자서 손을 흔들며 엄마를 배웅해주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렇게 아이는 부모 곁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성장의 과정에 부모가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하는 첫 순간을 아내와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기억을 지나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아침 등원 시간이 되면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를 곧잘 따라 집을 나섭니다. 씽씽카를 타기도 하고 푸쉬카르 타기도 하면서요. 어린이집에 도착해 아이가 씩씩하게 어린이집으로 들어가는 모습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려고 기어코 육아휴직을 연장했으니까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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