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아내와 함께 부부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삐걱거리던 공동 육아휴직은 시간이 흐르며 엄마와 아빠 각자의 모습으로 조금씩 원숙미를 갖추어가며 이제는 어느 시공간에 무관하게 아이를 돌보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 저희 부부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게 된 시간 무려 1년 6개월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무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기어코 가려 하다 보니 두려움과 조바심에 쫓긴 것도 사실입니다. 근데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습니다. 아이와 제 관계를 스스로 밀어낼 뻔했으며, 저희 부부가 성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 발로 뻥하고 차버릴 뻔했으니까요.
'육아휴직 안 썼으면 억울한 뻔했습니다.' 제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인지 회사만 다녔다면 정말 몰랐을 테고 우리 아내가 이렇게 대단한 엄마였는지 속 깊게까지는 몰랐겠지 싶습니다. 주위의 시선과 돈이라는 물질에 쫓기며 살다가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딸아이에게 감사함을 표합니다.
딸아이는 수술 후 원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뻔질나게 드나들던 서울아산병원과 치과와는 일 년에 한 번 정기검진 받는 것으로 잠시 작별을 고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수술을 묵묵히 이겨내고 웃음으로 화답하며 회복해 준 아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인생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 등원을 씩씩하게 해내면서 엄마와 아빠 없이 홀로서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던 시간을 선사함에 마지막 감사를 표합니다.
딸아이는 이제 엄마만큼 아빠라는 말을 꺼내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빠, 아빠'하면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쫓아다니는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엄마만 찾던 아이가 이제 아빠를 자주 찾는 날도 빈번해졌으니 아이와의 친밀도 또한 극강의 수준으로 올라왔다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편 사랑하는 아내와는 공동육아를 통해 보다 성숙한 부모가 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육아의 A-Z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시금 가르쳐준 아내는 정말 위대한 엄마였습니다. 아이와 잠깐이라도 외출하려 하면 챙겨야 할 게 그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밤새 아픈 아이 곁에서 함께하며 더욱더 단단한 우리 부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육아의 모든 것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 자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일단 추상적이지만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회사에 얽매이는 삶에서 잠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니 회사는 제 인생을 잡고 흔들 만큼 큰 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수동적으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회사는 내 인생의 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죠. 아직은 추상적이지만 조금 더 구체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회사로 복직을 하게 됐습니다.
글로 모두 풀어낼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일어났습니다. 저 마다 다른 환경이지만 만약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사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짜임새 있는 계획을 갖고 휴직에 임한다면 상기에 말씀드린 경험 외에 여러분만의 특별한 기억을 인생의 추억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떤 영화나 프로그램이 잘 되면 시즌2를 준비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곤 합니다. 제 인생에 의미 있었던 '육아휴직 시즌 1'을 뒤로하고 곧 다가올 '육아휴직 시즌2'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조금 더 다듬고 준비한 다음의 육아휴직 시즌2에서 저희 부부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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