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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Jul 20. 2024

에필로그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아내와 함께 부부 육아휴직을 시작했습니다. 초반에 삐걱거리던 공동 육아휴직은 시간이 흐르며 엄마와 아빠 각자의 모습으로 조금씩 원숙미를 갖추어가며 이제는 어느 시공간에 무관하게 아이를 돌보는 일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는 저희 부부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하게 된 시간 무려 1년 6개월입니다. 처음에는 정말 무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기어코 가려 하다 보니 두려움과 조바심에 쫓긴 것도 사실입니다. 근데 정말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습니다. 아이와 제 관계를 스스로 밀어낼 뻔했으며, 저희 부부가 성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 발로 뻥하고 차버릴 뻔했으니까요.


         

'육아휴직 안 썼으면 억울한 뻔했습니다.' 제 아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녀석인지 회사만 다녔다면 정말 몰랐을 테고 우리 아내가 이렇게 대단한 엄마였는지 속 깊게까지는 몰랐겠지 싶습니다. 주위의 시선과 돈이라는 물질에 쫓기며 살다가 '육아휴직'이라는 제도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딸아이에게 감사함을 표합니다.



딸아이는 수술 후 원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뻔질나게 드나들던 서울아산병원과 치과와는 일 년에 한 번 정기검진 받는 것으로 잠시 작별을 고하는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수술을 묵묵히 이겨내고 웃음으로 화답하며 회복해 준 아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인생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 등원을 씩씩하게 해내면서 엄마와 아빠 없이 홀로서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던 시간을 선사함에 마지막 감사를 표합니다.



딸아이는 이제 엄마만큼 아빠라는 말을 꺼내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아빠, 아빠'하면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쫓아다니는 아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엄마만 찾던 아이가 이제 아빠를 자주 찾는 날도 빈번해졌으니 아이와의 친밀도 또한 극강의 수준으로 올라왔다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한편 사랑하는 아내와는 공동육아를 통해 보다 성숙한 부모가 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육아의 A-Z까지 하나하나 섬세하게 다시금 가르쳐준 아내는 정말 위대한 엄마였습니다. 아이와 잠깐이라도 외출하려 하면 챙겨야 할 게 그렇게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밤새 아픈 아이 곁에서 함께하며 더욱더 단단한 우리 부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육아의 모든 것을 함께하자고 제안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 자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일단 추상적이지만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회사에 얽매이는 삶에서 잠시 한 발자국 떨어져 바라보니 회사는 제 인생을 잡고 흔들 만큼 큰 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수동적으로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해 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회사는 내 인생의 한 과정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이죠. 아직은 추상적이지만 조금 더 구체화됐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회사로 복직을 하게 됐습니다.



글로 모두 풀어낼 수 없는 엄청난 일들이 육아휴직 기간 동안 일어났습니다. 저 마다 다른 환경이지만 만약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주저 없이 사용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짜임새 있는 계획을 갖고 휴직에 임한다면 상기에 말씀드린 경험 외에 여러분만의 특별한 기억을 인생의 추억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떤 영화나 프로그램이 잘 되면 시즌2를 준비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리곤 합니다. 제 인생에 의미 있었던 '육아휴직 시즌 1'을 뒤로하고 곧 다가올 '육아휴직 시즌2'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조금 더 다듬고 준비한 다음의 육아휴직 시즌2에서 저희 부부는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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