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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아보카도

by 해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알의 아보카도 속내는 모르겠다. 내게 사람 속내만큼 어려운 게 아보카도의 속 사정이다.


아보카도 철인지 요즘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아보카도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디에 곁들여도 고소하고 부드러운 게 참 맛있고, 건강한 음식이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반가운 마음에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아보카도 두 개를 샀다. 한 개는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져봤을 때 조금 무르고 겉이 갈색으로 변한 것으로, 다른 한 개는 며칠 숙성 후 먹을 요량으로 좀 단단하고 껍질이 짙은 초록빛을 띠는 것으로 골랐다.


점심으로는 간단하게 계란후라이에 아보카도를 잘라 곁들이기로 했다. 잘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올린 다음 조심스레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랐다. 칼이 숙 들어가는 것이 잘 익은 모양이라 기분이 좋다. 두근두근 설레면서 반을 딱 쪼개는 순간. 아... 초록빛 속살에 갈색 줄이 좀비 핏줄처럼 뻗어있는 속살이 드러났다. 심하게 변한 것 아니면 먹어도 된다고는 하지만 정말 먹기 싫은 비주얼이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방금 전 아보카도가 과숙이라면 조금 익도록 두었다가 먹으려고 했던 다른 아보카도가 알맞게 숙성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칼을 넣는 순간부터 ‘뭐가 잘못됐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칼이 들어가지 않는다. 힘을 주어 칼을 밀어 넣고 반을 갈라보니 역시나. 아직 익지 않은 푸릇푸릇한 속내가 참외 쪼개는 것 같은 쩍 소리를 내며 드러났다. 하나는 과숙, 하나는 미숙. 어떻게 골라도 이렇게 두 개를 골라왔을까. 진열대 앞에서 얼마나 신중하게 고른 것인데.


정말 아보카도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본 ‘아보카도 잘 고르는 법’ 영상에서 강조한 내용을 떠올리며 골랐는데도 이 모양이다. 덜 익었겠지 싶어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기다리면 썩어버리고, 썩어서 버렸던 아까운 아보카도를 떠올리며 자르면 덜 익어있고, 덜 익은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후숙이 잘 되지 않고, 랩으로 아무리 잘 감아두어도 겉면은 자꾸 검게 변하고. 도대체 아보카도를 먹기 적당한 때는 언제일까.


계란후라이와 함께 덜 익고 더 익어버린 아보카도를 상에 올려두었다. 상에 오른 두 얼굴의 아보카도를 보니 헛웃음이 난다. 덜 익은 아보카도는 특유의 향이나 고소함이 없고 질겅질겅 한 식감이 나서 몇 개 먹다가 내려놓았다. 더 익은 것은 비주얼 때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기대했는데 오늘도 실패다. 결국 계란후라이로 식사를 해결하고 두 개의 아보카도는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가고 말았다. 1리터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반 정도 찼다. 돈 주고 쓰레기를 골라와 돈 내고 버리는구나.


아보카도와 비슷한 맥락으로 망고 역시 후숙이 중요하다. 설익어서 버리고, 너무 익어 가스 냄새를 풍기는 망고를 눈물로 보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체로 수입이라 가격도 비싸다. 그래도 망고는 아보카도보다는 쉽다. 표면에 상처가 없고 샛노란 색을 띠는 것을 고른다. 겉으로 봤을 때 껍질에 검은 점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구입하지 않는다. 초록빛을 띠는 것도 구입하지 않는다. 딱딱한 망고를 사서 후숙 하려고 두었다가 겉면이 노랗게 변할 때쯤 시그널이라 생각해 갈라 보면 속은 썩어 있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대 앞에서 판매하고 계시는 여사님께 골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바로 먹을 건지, 며칠 두었다 먹을 건지만 이야기하면 손을 대지 않고 눈으로 쓱 보시고 이게 좋다며 담아주신다. 그렇게 사 온 망고는 실패가 없다. 엄청난 경험치가 만들어낸 성공이다.


올해 아보카도 시즌이 끝나기 전에 잘 익은 아보카도를 고르는 법을 다시 공부해야겠다. 숱한 좌절을 반복하며 망고 고르는 눈을 길렀으니 아보카도 역시 몇 번의 실패와 몇 개의 비법 동영상을 공부하면 더 나아질 것이다. 세상에는 참 처음부터 잘 되는 일은 많지 않다. 크든 작든 언제나 실패는 아프다. 그래도 실패를 반복해 경험치를 쌓다 보면 눈으로 좋은 식자재를 감별하는 능력치를 갖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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