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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와디카, 망고밥

by 해야

가족과 태국여행을 다녀온 지 몇 년이 훌쩍 지났다. 태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망고를 꼽을 것이다. 태국은 망고가 풍부하다 보니 망고를 깎고 잘라서 먹는 방법 외에도 아이스크림, 푸딩, 주스 등 망고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름만 들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릴만한 음식도 있다. 망고피자, 망고밥 등이 그것이다. 태국의 휴양지 파타야에서 먹은 망고피자는 동그란 패스추리 도우를 굽고 화이트초콜릿을 바른 다음 생망고를 올려 마무리한 음식으로, 모양새가 피자일 뿐 당도 높은 생망고를 곁들인 디저트용 빵인데 충격적일 정도로 맛있었던 음식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찹쌀밥과 생망고를 곁들여 먹는 망고밥(Mango Sticky Rice)은 먹어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든 맛이다. 망고밥은 코코넛밀크를 넣고 지은 찹쌀밥과 생망고를 곁들이고 연유나 코코넛밀크로 만든 소스를 뿌린 뒤 튀긴 녹두로 장식해 마무리하는 태국 디저트다. 첫 소감은 ‘음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군’이었다가 ‘자꾸 생각나는 맛’으로, 여행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기 전 공항에서 대기 중 ‘마지막으로 먹어야 할 음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 엄마는 종종 망고밥 이야기를 했고, 심지어 엄마 생신날 생일선물로 망고밥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까지 하셨다. 엄마의 말이 마음에 걸려있던 차에 마트에 갔다가 제법 크고 싱싱한 태국산 망고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코코넛밀크와 연유까지 구입해왔다. 망고밥 만드는 방법을 찾아보니 정통 태국식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우선 찹쌀을 충분히 불린 뒤 찜기에 찐다. 찌는 동안 코코넛밀크에 설탕 소금 등을 넣고 한소큼 끓여주고, 쪄낸 찹쌀밥에 섞는다. 이 코코넛 밥을 망고와 함께 담고 연유를 뿌려주면 제법 그럴듯한 망고밥을 만들 수 있다.


현지에서 먹었던 그 맛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어딘가 어설픈 망고밥은 태국 여행을 기억해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나는 음식을 만든 사람으로서 가족들 반응을 살피는데 더 급급하긴 했지만. 땀과 피곤에 절어 새벽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바깥보다 세배는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망고밥을 구입해 아끼며 먹었던 태국 수완나품 공항 식당 의자, 파타야 해변이 보이는 카페 겸 식당 앉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열기와 바닷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시원한 싱하 생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고, 망고피자를 한 입 먹고 해변에서 물놀이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음식은 참 재미있다. 시간도 공간도 제약 없이 내 기억 속 어느 순간으로 나를 데려간다. 여행지에서 먹은 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을 먹으면 그날 날씨, 내 기분, 그곳의 냄새, 길에서 들려오던 낯선 외국어까지 한꺼번에 소환할 수 있다. 미각이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이라고 했던가. 그 미각이 여행을 기억하는 스위치가 되기에 여행지에서의 ‘그 맛’을 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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