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볼아보며 뛰어가는 모든 바보들에게
왜 이렇게 늘 바쁜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렇지 않으신가요?
매년 1월 1일이면 또 한 해가 시작되는구나 싶지만 다시 찬바람이 불고 12월 31일이 되어 한 살 더 나이먹음을 슬퍼하며 지난 1년을 후회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작년과 다르지 않은 새로운 해를 계획합니다. 바보같이 1년을 또 흘려보냈구나 후회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물론 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그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평범하게 살고 살아가는 오늘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누군가는 부모 잘 만나 걱정근심 없이 잘 살고 또 누구는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기조차 힘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억만장자라고 걱정이 없을까요?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는 그들에겐 행복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요?
20년을 남편과 아이만 보며 살았습니다. 나는 잊고 나를 버리고 나를 희생한다는 느낌까지 받으며 20년이란 시간을 정말 바쁘게 살아왔는데 지금 저 자신에게 남은 건 알코올의존과 불면증 그리고 전과뿐입니다. 물론 아직 함께하고 있는 남의 아들과 제 목소리 내느라 시끄러운 사춘기 세 아이도 있지요.
하지만, 이 나이 먹고서야 이제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좀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그동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들을 털어내기 시작하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필름 돌아가듯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 어쩌면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에 대한 두려움보다 기대와 희망으로 살고 싶은데 아직도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저와 같은 분들 많을 거라 감히 짐작해 봅니다.
아직 막막하기만 합니다. 브런치 작가랍시고 몇 자 쓴 주제에 거창하게 연재라니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어요.
'엄마! 엄마도 이제 제발 엄마 인생을 사세요'
언제가 딸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어요.
당장 내 인생이 그렇다고 바뀌진 않습니다. 여전히 아이들 엄마고 남편도 딸려있고 바뀔 것 없는 내 일상에서 하나하나 깨우치고 바꿔야 하는 거라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한 첫 발을 떼는 거라 생각하니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습니다. 나도 이름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음을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저를 낱낱이 파헤쳐보려고요. 다소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스스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피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걸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일단 벗어야 합니다. 글이라는 내시경을 가지고 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거라서 말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손 놓고 가는 세월 탓만 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요. 바라는 게 있다면 이 연재가 끝나갈 즈음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나도 내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 온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