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어깨 수술을 하는 날이다.
회전근개파열.. 오랜 시간 노동으로 얻은 병. 엄마가 일 때문에 수술 중 보호자는 내가 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근 5시간이 걸리는 수술에 기다림이 더 이상 기다림이 아닌 고난이구나를 느끼던 찰나에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
"네, 여보세요?"
"혹시 은우 언니됩니꺼?"
뭐지... 갑자기 싸한 느낌.... 낯선 번호에 낯익은 목소리...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은우 시엄맙니더.."
"아,,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혹시 은우랑 연락되나 해서예.."
'이건 무슨 소리지....'
무슨 상황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결혼식 이후 한 번도 얼굴 마주할 일도 없던 사돈어른의 갑작스러운 전화에 나는 엄청 당황했고, 그 이후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도 나질 않는다..
"예,, 알겠습니다. 저도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마지막엔 이런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돈어른의 말을 빌리자면, 은우가 지금 일주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고, 제부 역시 그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우연찮게 아시게 되셨다고 한다. 은우가 시집올 때 해온 혼수까지 다 집에서 들고나갔다며 전화 끝에 격앙되신 목소리... 걱정보단 짐을 다 빼고 집을 나갔다는 거에 대한 '화'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단 어찌 된 상황인지 알아야 한다.
"여보세요,, 지혜야,, 은우 언닌데 혹시 은우랑 연락되나?"
"아.... 언니...... 은우..... 사실은 동석이랑 이혼했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린데?? 가족도 모르는 이혼이 어딨노??"
"일주일 정도 됐을 거예요 집나온지...갈 데가 없어서 저한테 왔었는데 3일 있다가 다른데 구했다고 나갔어요.. 제 전화는 받으니까 제가 언니 연락 왔었다고 얘기할게요.."
두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결혼한 지 1년.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동생이 심지어 얼마 전에 관사로 이사까지 갔는데 그동안 미뤘던 혼인 신고도 관사에 신혼부부 자격으로 들어가는 거라 몇 달 전에 했는데.. 갑자기 이혼이라니.. 조짐도 없었고 아무런 의논도 없었기에 배신감도 들고 걱정도 되고 연락이 오기까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언니야..."
"야,, 이 가시나야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고???"
"........."
울기만 운다... 하긴 나라도 무슨 말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을 거다.
한참을 오열하며 울던 동생이 집에 오겠단다. 연차 내서 내려올 테니 그때 얘기한다고.
"그래. 알았다.. 일단 와서 얘기하자.. 지금 어딨는 거고?"
"친구네 집... 걱정하지 마 언니야.. 모레 바로 갈게.."
"그래. 일단 결론은 알았으니 상황은 와서 듣자.. 밥 잘 챙겨 먹고.."
"응.. 미안해..."
"시끄릅다.. 미안할 짓을 왜 하노.. 일단 와서 얘기하자.. 아빠 수술 끝났는갑다.."
"언니야.. 아빤 어떠셔?"
"모르지.. 이제 수술 끝났단다.. 일단 기차표 예매하고 카톡해~~"
회전근개파열 수술은 앉아서 수술을 받는다. 장시간 한 자세로 수술을 받은 데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회복이 되는 상태에서 많이 힘들어하셨다. 그렇게 아빠가 마취가 풀리면서 오한과 싸우는 동안 나는 이 사실을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혼자서 깊은 시름에 빠져버렸다
"엄마.... 은우 모레 올 거야.."
"왜? 갑자기?? 동석이랑 같이 온다나?"
"아니, 혼자.."
"왜 무슨 일이고 갑자기..?"
오늘 있었던 일을 듣고 엄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런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야지 지 혼자 끙끙거리고 있노..아이고...은우야..이 문디가시나를 우째삐꼬...."
병원만 아니었으면 엄마나 나나 서로 붙들고 엉엉 울었을 텐데..
그렇게 이틀을 엄마랑 무슨 생각으로 보낸 건지.. 이틀이란 시간이 이렇게 길었던가..
이틀 뒤 아침 은우는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