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쌤의 조경이야기 #5
'정자목'을 아시나요?
전통 조경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이름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것이다. '정자목'은 특정 나무 이름이 아니라 마을 입구나 중심에 있는 그늘을 제공하는 큰 나무를 일컫는다. 마을마다 다양한 종류의 수종이 '정자목'으로 불리지만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아마 '느티나무' 일 것이다.
서울에서 자랐지만 아버지 고향이 시골이어서 여름 방학 동안에 시골에 있는 큰아버지, 작은 아버지 댁에서 실컷 놀다 온 기억이 있다. 또래의 사촌들이 있어서 같이 산으로 들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아 나중에 집에 올 때는 정말 새카맣게 타서 돌아와 남은 여름방학 내내 화상으로 고생한 적이 많다. 마을회관 앞 마을 공터에 있는 큰 나무는 그늘을 넓게 펼쳐서 더운 여름에 많은 그늘을 제공했다. 그 아래 평상이 있어 더운 여름날에는 그 그늘 밑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기도 하셨고 낮잠을 주무시기도 하셨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실컷 뛰어놀다가 큰 엄마가 부르면 나무 밑 평상에서 수박을 실컷 먹고 나른해져 시원한 그늘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것을 제일 좋아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나무 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지만 대학에서 조경을 배우면서 '느티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느티나무'를 좋아한다. 학생들이 조경 설계도면 작성 시에 무슨 나무를 배식해야 할 줄 모르겠다고 하면 느티나무를 사용하라고 한다. 현재에도 조경용 수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조경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사용되는 조경수이다.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키가 큰 교목이며 가을에 모든 잎이 낙엽 지는 낙엽수이다. 또 잎 모양에 따라서는 잎이 넓은 편인 활엽수로 분류한다. 나무의 형태가 배상형 수형을 가지고 있어 가지가 옆으로 많이 뻗어서 넓은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녹음수로 많이 이용된다. 또 비교적 수명이 길어 몇 백 년씩 사는 경우도 많아 마을의 역사와 같이 하여 '보호수'로 지정하는 곳도 많이 있다. 현재에도 조경수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가구를 만드는 목재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다른 나무와 구분되는 특징은 잎은 타원형이며 잎 둘레에 톱니 모양의 거취가 있고 줄기에 나무의 숨구멍인 피목이 두드러지는 것이 다른 수목과 구분된다.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되면서 시골에 가는 경우가 뜸해지게 되었다. 얼마 전 들은 이야기로는 마을회관 앞 공터에 있던 큰 느티나무가 고사하였다고 한다. 가본 지가 오래되었지만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언제 가는 여름에 한번 시간을 꼭 내서 시골 느티나무 밑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늘어지게 자야 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제는 다시는 시원한 느티나무의 그늘을 경험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 나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을 안겨 준 느티나무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글로 이렇게 글로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