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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쌤 Apr 09. 2023

생각보다 너무 일찍 마주하게 되었다.

# 마주치고 싶지 않았지만...

종종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같이 따라 나간다.

물론 아이들을 배웅하는 의미도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하교하면서 학교 주변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이로 인해 주변에서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또 흡연을 단속하기 위해서 종종 하교지도를 한다.

생활지도 선생님과 같이 하교 시간을 맞추어서 길을 나섰다.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서있는데 눈앞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역주행하면서 골목길로 들어갔다. 심지어 뒤에 탄 사람은 헬멧도 쓰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어 길을 건너면서 오토바이가 주차된 곳을 쳐다봤다. 뒤에 탔던 노란 머리의 사람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기분이 묘했다.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학교 방향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건널목 반대편에 섰다. 저 멀리 골목입구에서 노란 머리가 몇 명과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같았다.

신호가 바뀌고 길을 건너면서 나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노란 머리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그 노란 머리가 A이 임을 알 수 있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아이였는데 생각지도 않게 너무 빨리 마주치게 되었다.





A는 작년 9월에 내가 퇴학을 시킨 녀석이다.

3학년 마지막 학기 9월에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 퇴학을 시켰다.

우울증 약도 먹고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는 개인 사정이 있기는 하였지만 학교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점점 더 안하무인이 되는 것 같았다.

많은 고민 끝에 퇴학을 밀어붙였지만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몇 달만 있으면 졸업을 할 수 도 있는데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퇴학을 시킨 이후에도 마음속으로 걸리던 녀석이었고, 언젠가는 어디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는데 너무나 빨리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건널목을 건너가면서도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안함이 조금은 마음속에 남아 있지만 나는 학생부장으로서 내 일을 한 것이고 굳이 A를 피해야 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건널목을 다 건넌 후 녀석이 서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A는 다른 녀석들과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를 보자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내리고 약간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물론 손에  계속 담배는 들고 있었다.


"어 오랜만이네? 어떻게 여기 왔어?"


"아! B 좀 만나러 왔어요"


"뭐 하면서 지내?"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내요"


"사는 건 어디서 살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원룸 요"


"그래, 잘 놀고.."


녀석은 손에 담배를 들고 다시 꾸번 인사를 했다.

솔직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루어진 무미 건조한 대화 였다.

내가 예상한 만남은 아니었지만 뭐 생각보다 거친 만남도 아니었다.

어쨌든 이렇게 우연히 그리고 금방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년 동안 중학교에서 비대면을 경험한 아이들이 입학하여 학교는 더욱 혼란해 졌다.

이제 겨우 비대면 교육의 후유증을 벗어나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았는데...


올해도 무수한 고민 끝에 또 누군가의 학업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정을 해야 할까?!

그런 괴로운 고민의 과정이 올해는 또 없었으면 한다!!


선생님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늘 하는 말이지만


'교육공동체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전 21화 학교 현장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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