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_다시 시작.

by Oroxiweol

시합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다시 원래대로 즐겁게 운동하는 루틴으로 돌아왔다.

시합에서 잘했다고, 멋졌다고 말해주는 관장님과 관원들 덕분에 킥도 잽도 더 신이 나서 쳤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 글러브도 장만했다. 양쪽 색이 달라서 더 개성 있고 멋진 나의 NEW 글러브.

그렇게 킥복싱 매력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마음으로 즐겁게 운동을 다니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2026년, 새해를 앞두고 빠질 수 없는 운동 관련 버킷 리스트. 지난 시합 이후에 한 번은 제대로 나가보고 싶었던 복싱 생활 체육대회. 이번에는 승패 있는 경기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겁도 났다. 정말 어딘가 정통으로 맞아서 다치는 건 아닌지, 대진표도 복불복이라던데 나보다 엄청나게 잘하는 상대가 걸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진지한 고민 끝에 관장님께 말씀드렸고, 같이 시합에 나갈 체육관 회원들이 모였다. 저번 시합에 함께 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든든했다. 이들과 또 함께 준비를 하고 시합을 나간다면 용기 있게 링 위에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도 들었다.


한동안 토요일에 진행되는 스파링 모임을 나가지 못하다가 생체 시합을 마음먹고 다시 나간 새해의 어느 토요일. 스파링 하는 법을 잊은 듯했다. 동작도 너무 어색했고 힘이 다 빠져있었다. 시합이 끝난 후에 불타올랐던 자신감은 어디론가 몽땅 소멸하고 말았다. 아주 갓 태어난 송아지가 따로 없었다. 처음 스파링을 경험했던 기분과 엉성함 그 어딘가에서 글러브는 허공을 향해 허우적거렸다. '리셋' 그 단어만 내내 맴돌았다. 감사하게도 같이 연습해 준 잘하는 회원은(이 분은 이미 프로다) 다시 차분히 감각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었고, 동작도 알려주셨다.ㅠㅠㅠㅠ 차라리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스파링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모르니깐' 이 한마디로 스스로 납득이 되었다면, 이 날의 감정은 나에 대한 실망감과 답답함이었다.


으아아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이 조금 상했다. 고작 시합 한 번, 그것도 승패 없는 아마추어 시합을 경험하고 너무 오만하고 자만했던 나였다. 그날의 나에게 너무 취해 있었나 보다. 아주 웃기지도 않았다. 역시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불변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행동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건 없고, 연습하지 않으면 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나의 부족함을 눈앞에서 가감 없이 마주하는 시간들이었다.


20251105_171441.jpg Photo by Oroxiweol.


Reset_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으니 한번 더 집중하고 노력하고 땀 흘릴 수 있는 기회이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면 된다. 등을 보이지 않고 설정한 목표를 향해서 조금씩 조금씩.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