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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Sep 22. 2021

혼(魂, soul)이란 무엇인가?

혼, 넋, 마음

          영어에서 '영(靈, spirit)’과 혼(魂, soul)’은 각각 다른 개념이다. 이 두 단어(spirit and soul)의 개념은 성경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첫 사람을 ‘살아있는 혼’이라 기록하고 있다. 사람이 ‘살아있는 혼’이라면, '혼(魂, soul)'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몸(body)과 정신(psyche)의 기능과 역할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 그러면, 혼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할까?

          국어사전에서 ‘혼’을 찾으면, ‘사람의 몸 안에서 몸과 정신을 다스린다는 비물질적인 것’이라 설명한다. 이 ‘비물질적인 것’이 사람의 본질이며 또한 다스리는 주체이다. 사람에게 혼이 있다면, 우리말에 분명히 혼에 관한 표현이 있을 것이다. 혼(魂)이란 말은 주자(1130~1200)의 혼백(魂魄) 사상(思想)에서 나왔고, 율곡과 같은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소개한 것으로 보인다. 혼(魂)의 순수한 우리말 표현은 ‘넋’이다. 이 낱말이 쓰인, ‘조국의 넋(혼)’, ‘넋(혼)을 위로하다’에서 볼 수 있듯이 ‘넋’과 ‘혼’은 치환될 수 있다. 아주 심하게 야단하거나 꾸지람하는 경우, 우리는 ‘혼낸다’, ‘혼쭐 내다’라고 말한다. 조선 후기, 백성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외국인 선교사들을 보고 이들이 사람의 혼을 훔쳐간다고 생각하여 달아나곤 했다.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를 ‘넋이 나갔다’라고 말한다. 이로 보아, 한국인들은 혼이 몸으로부터 이탈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혼과 넋이란 말은 추상적인 개념이며, 육체적인 무엇이 아니다. 혼에 가장 가까운 사실적인 그리고 일반적인 표현은 ‘마음(心)’이다. 그래서, 뜻을 중시하는 현대어 성경 번역은 ‘혼’을 ‘마음’, ‘심정’, ‘속’, 등으로 번역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혼이 마음과 같다 하거나 혼이 마음이라 할 수는 없다. 사람을 혼이라 할 수 있지만, 마음을 사람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마음을 생각(thoughts)과 관련된 ‘mind’로만 보면, 마음(mind)은 혼이란 의미로부터 멀어진다. 그러나, 육신(flesh)을 겉 사람(outer man)으로 보고, 마음(心)을 속 사람(inner man)으로 볼 때, 이 마음은 혼과 가까운 말이 된다. 성경에서 혼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몇 가지 예들을 살펴보자.

          킹제임스 성경에서, 아버지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기 전 “내 혼 (soul)이 너를 축복하리라”라고 말한다. 뜻을 중시하는 성경 번역본들은, 이 구절을 “내 마음껏 축복하리라,” 또는 “정성을 쏟아 너에게 복을 빌어주리라” 등으로 번역하였다. 혼이란 말은 한나가 기도할 때도 쓰였다. 한나가 입술로 기도할 때, 이를 보던 제사장이 그녀가 포도주에 취했다고 생각했다. 제사장이 “어서 술에서 깨어나라”라고 말했다. 이에, 한나는 “나는 영이 슬픈 여자 니이다. 내가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아니하고 다만 주 앞에 내 혼을 쏟아 놓았을 뿐이 오니”라고 대답했다. 가톨릭 성경은 이 구절은 “저는 마음이 무거워 주님 앞에서 제 마음을 털어놓고 있었을 따름입니다”라고 기록한다.

          예수도 자신의 혼을 언급했다. 어떤 그리스 사람들이 예수를 찾아왔다. 이에, 예수는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홀로 남거니와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말하고, “지금 내 혼이 괴로우니 내가 무슨 말을 하리요?”말했다. 그 후, 예수는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서 기도할 때, 그는 심히 놀라고 괴로워하였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내 혼이 심히 슬퍼 죽을 지경이니 너희는 여기 머물러 깨어 있으라”라고 말했다. 예수의 가르침에서도 혼이란 말이 나타난다. 예수는 율법의 모든 가르침을 요약하여, “너는 네 마음을 다하고 혼(soul)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여 주 네 하나님을 사랑하라.”라고 말했다. 가톨릭 성경은 이 구절을,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soul)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라고 기록한다.  혼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말은,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는 말과 같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유대의 한 산간 마을에 사는 사촌 엘리사벳을 방문했다.  이때, 엘리사벳은 요한을 가진 지 약 육 개월쯤 되었고, 아기가 뱃속에서 뛰노는 것을 느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와 잉태된 아기가 복되다고 인사하였다. 이에 마리아가, “내 혼이 주를 크게 높이고 내 영이 하나님 곧 내 구원자를 기뻐한다”라고 응답했다.  

          혼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된 성경 중의 책은 시편이다. 시편은 다윗의 기도 시(詩)와 묵상들을  포함하고 있다. 다윗은 자신의 혼에 대한 자각이 분명했으며, 많은 시에서 자기 자신과 혼을 동일시하고 있다. 다윗은 ‘오 내 혼아(O My Soul)’로 시작하여 기도하였고, 악인들로부터 자신의 혼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낙심하고 근심하는 자신의 모습을 ‘내 혼이 내 속에서 낙심하므로,’라고 표현하였다. 자신의 혼을 ‘내 영광(my glory)’이라 지칭하면서, “내 영광아, 깰지어다”라고 명령한다.

          성경에 기록된 욥은 지극한 고난과 괴로움을 겪었는데, 그는 “혼이 고통한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 고통 등으로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심히 고민한다.  이럴 , 사람의 혼이 괴로워하고 고민한다고 표현할  있다. 혼으로부터 나오는 기도와  찬양 시는 나님 마음에 닿게 된다. 사람의 혼은 여러 가지 감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슬픔, 기쁨, 근심, 괴로움 등의 감정은 밖으로 드러나는 혼의 표출이라   있다. 건강한 사람은 자신의 혼을 여러 감정으로 적절히 표출한다.

           성경의 여러 번역본은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여 사람의 혼을 지칭하고 있다. 특히, 의미 전달을 중시하는 성경 번역본들이 이해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혼’을 마음, 속, 생명체, 목숨, 등으로 의역(意譯)하고 있다. 그 결과, 성경의 가장 중요한 단어 중 하나인 ‘혼’이란 말 자체가 한글 성경에서 없어졌고, 성경의 중요한 가르침, 생명과 죽음의 의미가 흐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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