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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Sep 26. 2021

영(靈, Spirit)과 혼(魂, Soul)

성경에 나오는 영과 혼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살고 있다.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니, 평소에 접하는 용어들을 한글, 한자(漢字), 영어로 비교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평소에 사람의 영성(靈性)에 관심이 있었으므로, 이에 관련된 용어들을 한글, 한자, 영어로 비교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특히, ‘spirit(영, 靈)’과 ‘soul(혼, 魂)’이란 용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두 단어의 뜻과 차이점이 궁금해졌다. 보통, 한국인들은 ‘영’과 ‘혼’을 별개의 단어로 쓰지 않고, ‘영혼’이란 합성어를 두루 사용한다. 이를 반영하듯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영(靈)이란 단어를 찾을 수 없다. 두 가지 단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soul’은 ‘영혼(靈魂)’으로 ‘spirit’은 ‘정신(精神),’ ‘영(靈),’ ‘영혼(靈魂),’ ‘유령(幽靈)’ 등으로 번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해서, 일반인은 물론이며 기독교인의 영(靈, spirit)과 혼(魂, soul)에 대한 혼돈이 심해지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영(spirit)과 혼(soul)을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 서양 사람들의 영과 혼에 관한 이해는 성경에 바탕을 두고 있음으로 성경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는 특별히, 예수와 니고데모의 대화 중에 나타나는 영(靈, Spirit)이란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니고데모는 유대 사람들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밤, 그가 예수를 찾아왔다.


예수와 니고데모의 대화 중에 나오는 영(靈, Spirit)

예수는 니고데모에게 “누구든지 새로 나지 아니하면 아무도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니고데모가 “다 자란 사람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다시 어머니 뱃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야 없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예수는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육(the flesh)에서 나온 것은 육(flesh)이며 영(the Spirit)에서 나온 것은 영(spirit)이다”라고 대답했다.
니고데모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다시 물었다.
예수는 “너는 이스라엘의 이름난 선생이면서 이런 것들을 모르느냐?”라고 되물었다.

          유대 사람의 지도자이면서 선생인 니고데모는 알았어야 할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면, 나 자신은 예수가 말한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가? 이 질문과 함께, 성경을 읽어보면, 성경의 많은 가르침이 사람의 영과 혼에 관한 것임을 알게 된다. 생명과 죽음과 같은 성경의 중요한 개념은 사람의 영과 혼에 관해서이다. 그러면, 영(spirit)이란 무엇이며, 혼(soul)이란 무엇일까? 성경에서 영(spirit)과 혼(soul)이란 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창세기 2:7에 나오는 혼(魂, soul)’

          성경에서 영(spirit)과 혼(soul)이란 말은 아주 흔하게 나타난다. 킹제임스 한글 성경에서, ‘영(spirit)’이란 말이 523번, ‘혼(soul)’이란 말이 498번 나타난다. 성경에서, 영이나 혼이란 말이 ‘마음(mind)’ 이나 ‘육체(flesh)’란 말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성경은 사람의 영과 혼에 관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는 하나님이 천지와 사람을 창조하신 일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창세기 2:7은 하나님이 첫 사람을 만드신 일을 기록하고 있음으로 이 구절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님께서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명의 숨을 그의 콧구멍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살아 있는 혼(a living soul)이 되니라(킹제임스 한글성경).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a living soul)이 된지라(개역개정).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a living soul)가 되었다(가톨릭 성경).

          위에서 예로 든 한글 성경들은 각기 다른 말로써 첫 사람을 지칭하고 있다. 첫 사람을 지칭하는 히브리 단어는 ‘네페쉬(nephesh)’이다. 가장 보수적인 킹제임스 영어 성경은 ‘네페쉬(nephesh)’를 ‘soul’으로, 킹제임스 한글 성경은 ‘혼’으로 번역하였다. 다른 한글 성경들은 ‘네페쉬’를 ‘생령,’ ‘생명체’ 등으로 번역하였다.

          창세기에서, ‘네페쉬(soul)’가 사용된 또 다른 구절을 살펴보자. “아브람이 자기 아내 사래와 자기 조카 롯과 하란에서 그들이 모은 그들의 모든 소유와 또 그들이 얻은 혼들(souls)을 데리고 가니라”.  킹제임스 성경은 ‘네페쉬’를 일관되게 ‘혼 (soul)’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개역과 가톨릭 성경에서 같은 단어를 “얻은 혼들” 대신 “얻은 사람들”로 의역(意譯)하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는 천지창조와 함께 이스라엘 민족의 족장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브람으로 시작하여 이삭, 야곱으로 이어진다. 할아버지 아브람과 마찬가지로 야곱은 목축을 하면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게 된다. 한 번은 야곱의 딸 디나가 그 지역 토착민들의 딸들을 보러 나갔다가 그 지역의 통치자인 세겜으로부터 욕을 당하게 된다. 킹제임스 한글 성경은 이 상황을 “그의 혼(soul)이 야곱의 딸 디나에게 밀착되어 그가 그 소녀를 사랑하며”라고 기록하고 있다.  가톨릭 성경은 이 구절을 “그는 야곱의 딸 디나에게 반하여 그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라고 기록한다. 야곱은 아내 라헬이 여행 도중에 출산하게 되었다. 지금의 베들레헴 근처였고, 아들 베냐민을 낳게 되지만 산고로 그만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이 상황을 킹제임스 한글 성경은 “그녀의 혼(soul)이 떠나려 할 때에”라고 썼고, 개역개정은 이 구절을 “라헬이 죽으매”라고 기록하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히브리말에 상당하는 ‘혼’은 오늘날의 언어 습관으로 보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그래서 한글 성경들은 이 단어를 ‘혼’ 이외에, ‘사람,’ ‘생명,’ ‘목숨,’ ‘마음’ 등으로 번역하였다. 이렇게 되어 성경 독자들은 ‘혼’이란 말과 그 뜻을 잃게 되었다. 특히 창세기 2:7은 사람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말한 첫 구절이므로 그 본래의 말과 뜻으로 읽어야 한다. 히브리어 ‘네페쉬(enphesh)’에 상당하는 한글 단어는 ‘혼’이며, 영어 단어는 ‘soul’이다. 그래서 창세기의 첫 사람은 ‘살아 있는 혼(a living soul)’이며, 이 ‘살아 있는 혼’을 이름하여 ‘사람(man)’이라 부른다. 그래서,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가장 온전한 접근은 ‘혼(魂)’으로서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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