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괜찮다고 말했을까

by 심주영


그날 이후로도 출근은 계속됐다. 입안에 남아 있던 말은 결국 삼켜냈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눈을 떴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여전히 회사 동료들과는 자주 만나기 어려웠고, 가끔 만날 때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안부를 묻곤 했다. 하지만 익숙한 질문에 예전과는 달리 멈칫, 망설이는 시간이 생겼다. 다만 그 시간은 마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몇 초에 버금갈 정도로 아주 찰나였기에 타인은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반면 나는 무언가 달라졌음을 어렴풋하게 눈치챘으면서도 웃으며 ‘잘 지내요.’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진심을 숨긴 대답의 뒤에는 찝찝함이 남았지만,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다.


업무는 계속해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닌 나날들이 이어졌다. 가끔 SNS를 통해 괜찮냐고 묻는 이들에겐 솔직하게 답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직접 얼굴을 보는 게 아니니 조금 더 편하게 속내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사실 요즘 좀 힘들어.’라는 말은 생각만큼 쉽게 나오지 않았다. 몇 자 적다가 결국 지워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요즘처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사회에서, 나만 이렇게 힘들다고 말하는 게 괜한 엄살처럼 느껴졌다. 더군다나 내가 깊고 진한 속내를 타인에게 털어놓는 일이, 내 고통이나 고민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생각된 탓이었다.

퇴근길에는 늘 비슷한 생각이 맴돌았다.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하지?’ 퇴근 후에 해야겠다고 계획한 일은 많았는데, 제대로 실행에 옮긴 적은 드물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책 한 장 펼쳐보지 못하거나, 부모님께 안부 차 연락하는 일도 미루기 일쑤였다. 집에 도착하면 그대로 침대나 소파 위에 늘어져 시간을 허비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러고는 잠잘 시간이 다 되어서야 후회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낸 시간이 아까웠고, 이런 하루를 후회하면서도 자꾸만 반복하는 내게 실망하길 거듭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누군가 안부를 물으면 또 잘 지낸다고 답했다.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였다. 그 말 덕분에 당장 오늘은 버텼지만, 정작 그것이 나를 지키는 선택인지 혹은 나를 미뤄두는 선택인지는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그때의 나는 깊은 고뇌조차 하지 않고, 괜찮다는 말이 나를 보호해 준다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넘기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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