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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쉰여섯

소녀를 만나다, 조규찬 : 소녀를 만나다 - 2009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심장이,
터질 것 같아

1984년 2월 5일, 아직까지 겨울의 냉기가 남아있던 초등학교 개학날.


어릴 적부터 감사하게도 아버지께 물려받은 좋은 유전자 때문에 또래 친구들보다 키가 컸던 나는, 교실 내의 자리도 밖에서 줄을 서게 되는 경우도 모두 맨 뒤였는데,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반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 모두를 가슴속 한편에 품은 채,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해 운동장에 모여 조회를 기다리던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나의 눈에 들어온 '그 아이'.


처음 느껴본 터질 것만 같았던 나의 심장 뛰는 소리.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 그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래. 나 혼자 시작한 나의 첫사랑. 바로 그 순간이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27일 오후 01_52_27.png


https://brunch.co.kr/@bynue/18


삼류 드라마와도 같았던 내 첫사랑의 이야기는 수년 전 이 브런치 내 다른 매거진에서 소개했기에, 그 이야기에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지만,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때의 소녀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건 항상 아쉬움을 남아있었다.


왜 갑자기 첫사랑 타령이냐 할 테지만, 가을이라는 계절이 전해주는 추억 소환의 마법의 힘이 요 근래 불끈불끈 솟아나는 이유도 있고, 오늘 소개할 백쉰여섯번째 숨은 명곡이 전해주는 감성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첫사랑을
평균 17.5세에 경험한다고?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6~20세 사이에 학창 시절의 동급생으로부터 가장 많이 첫사랑을 경험한다고 하고, 이는 영국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때 그 숨 막히도록 가슴 뛰던 경험을 해 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굉장히 의아한 결과인 것 같다.


다만, 이러한 통계 조사의 수치나 결과가 생각보다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예전 포스팅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어떤 조사는 ‘처음 좋아한 사람’을 첫사랑으로, 다른 조사는 ‘처음 사귄 사람’ 또는 ‘처음 깊이 사랑한 사람’을 첫사랑으로 두기에 그럴 수도 있을 텐데, 정의가 ‘호감’ 중심이면 연령이 더 낮게, ‘교제/깊이’ 중심이면 더 높게 나온다고 한다.


193881.jpg 조규찬이 오랜 공백을 깨고 2009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소녀를 만나다' 앨범 표지


오늘 소개할 백쉰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본 시리즈의 단골 레전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조규찬이 2009년 발표한 디지털 싱글 '소녀를 만나다'라는 노래로 조한영이 작사, 신예 O'z(오즈) 작곡, 조규찬이 편곡했고, 작곡자인 O'z가 함께 노래를 불렀다.


https://brunch.co.kr/@bynue/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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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2005년 발매한 정규 앨범 8집 'Guitology' 이후로 오랜 공백을 가졌던 조규찬이 4년 만에 발표한 노래로 자작곡이 아니란 점이 굉장히 특이한 노래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새 바람이 오는 그늘, 조트리오 같은 일부 그룹 형태의 활동을 제외하고, 그의 솔로 앨범 중에서는 예전 노래들을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한 명반 'Remake'의 앨범을 빼고는 아마 다른 작사/작곡가가 만든 노래를 부른 처음이자 마지막 곡이 아닐까 싶다.


작곡가 O'z(오즈)를 찾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O'z는 이 노래 발표 이후로 그 자취를 찾기 힘들 정도로 K-Pop 내에서 모습이 사라져 버렸는데, 앨범을 준비 중에 있었던 조규찬이 지인을 통해 우연히 O'z(오즈)의 데모 노래들을 듣는 기회가 생겼고, 재미있는 작업일 것 같다며 흔쾌히 그녀와의 공동작업을 진행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리고 그녀도 이 노래와 함께 어느 날 사라져 버렸다. 마치 희미한 기억 속 첫사랑처럼.


들려오는 Shaker와 이를 따라 시작되는 드럼의 리듬만으로도 흥겨운 보사노바의 장르라는 걸 단번에 짐작할 수 있게 되는데, 눈에 확 띄게 느껴지는 베이스 슬라이드를 시작으로, Acoustic Guitar, Eletronic Piano, 시원하고도 풍성한 String이 부족함 없이 내 귀를 모두 채워주고, 잘 정리된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Brass가 지난 추억의 그 소녀를 떠오르게 한다.


달콤달콤, 아슬아슬
반짝반짝, 두근두근


이 노래는 보사노바의 리듬과 2번씩 반복되는 의태어가 교묘하고도 기분 좋게 귀에 착착 감겨 들려오는데, 마치 어린 소년과 소녀가 티격태격,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 듯, 따뜻한 조규찬의 음색과 작곡자이자 보컬로도 함께 참여한 O'z(오즈)의 노래가 편안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절로 짓게 한다.


조규찬의 감성적인 화성 진행은 마치 늦은 오후의 빛처럼 따뜻하면서도 쓸쓸하기만 한데, 여기에 차분한 O’z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우리 맘 저만치 꼭꼭 숨겨 놓았던 ‘소녀’를 다시 만나게 된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오래전 학교 운동장, 한 소녀의 웃음을 멍하니 바라보던 순간이 떠오른다. 시간이 지나며 서로의 길은 달라졌지만, 그때 그 작고 예쁜 입에서 뿜어 나오던 하얀 입김과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미소는 여전히 내게 선명하기만 하다.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의 소녀여!




소녀를 만나다

조규찬(feat. O'z), 소녀를 만나다 - 2009


작사 : 조한영

작곡 : O'z

편곡 : 조규찬

노래 : 조규찬(feat. O'z)


달콤 달콤하게 저 달빛보다 달콤하게

아슬아슬하게 내 귓가에 속삭이면


반짝 반짝이는 그대 눈빛에 빠져들어

두근 두근대는 내 맘 사랑할까요


바람이 불면

너의 스웨터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그 바람길 따라

난 날아오르는 수줍은 허밍


라디오보다 네가 좋아

설탕 같은 네 입술이


저 우주만큼 짜릿하게

너는 나만의 초콜릿


달콤 달콤하게 저 달빛보다 달콤하게

아슬아슬하게 내 귓가에 속삭이면


반짝 반짝이는 그대 눈빛에 빠져들어

두근두근대는 날 사랑해 줘요


It's marshmallow day 바람이 불면

너의 스웨터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그 바람길 따라

난 날아오르는 수줍은 허밍


라디오보다 네가 좋아

설탕 같은 네 입술이


저 우주만큼 짜릿하게

너는 나만의 초콜릿


라디오보다 네가 좋아

설탕 같은 네 입술이


저 우주만큼 짜릿하게

너는 나만의 초콜릿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oFUq_lGGl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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