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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모 Apr 22. 2024

프롤로그

1997년 IMF 관련 가정통신문


차가운 바람과 얼어붙은 경제사정으로 마음마저 추운 계절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경제에 대한 바른 인식과 소비생활을 교육시켜 그들이 활동할 장래는 이런 치욕을 겪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7년, 그해는 우리나라에 IMF 외환위기가 닥친 해이다. 뉴스를 알아듣기에 너무 어렸지만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아나바다 운동,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 금붙이를 내놓던 엄마의 모습을 통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만큼은 함께 가졌던 것 같다.


그 당시 일기장 맨 앞에 붙어있던 가정통신문이다. 크기가 커서 직접 오려서 붙이라 하셨던 듯하다. 일기장 제일 앞에 떡하니 붙어있는 이 오래된 가정통신문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국가적 위기 앞에 선 앞전 세대들의 고군분투를 느낀다. '그들이 활동할 장래는 이런 치욕을 겪지 않도록'이라는 문구에서는 짜르르한 감동까지 온다. 달러 환율 2000원을 돌파했던 다시 없을 경제 위기 앞에서도 후세대의 교육을 생각했던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엄마가 소중히 모아온 나의 어릴적 일기장 속에는 부지 중에 받았던 그런 사랑과 보살핌이 녹아 있다. 일기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 나는 어린이로서 느껴 마땅한 희노애락을 다 누릴 수 있었다는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미처 기억지 못하던 순수한 그 사랑을 전달해주는 어린 나에게, 기특하게도 그 시절을 잘 보내준 나에게 감사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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