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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모 Apr 24. 2024

놀다가 다친 날

8살 나의 일기

1997년 7월 3일 목요일

날씨: 구름끼고 비도 옴

일어난 시각: 8시

잠자는 시각: 10시


놀이터에서 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너무 아팠다.



어른이 된 나의 소회


난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게 참 어려웠다. 그래서 그림일기를 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그림 그리는 거' 그 자체였다. 내가 많이 힘들어했는지 찡찡거렸는지 답답해서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그림은 엄마가 많이 도와주신 티가 나는 그림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나의 실감나는 표정, 세밀한 앞머리 표현, 원근감을 표현한 철봉, 무엇보다도 밑그림선을 전혀 넘어가지 않는 깔끔한 색칠까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어린이의 그림을 따라하려 애쓴 어른의 그림이다. 이렇게 도와주시기까지의 상황과 엄마의 마음이 궁금하다.


발이 작아서였나? 놀이터에 있는 돌부리 정도에 걸려 넘어지다니 귀엽군.

넘어져서 너무 아팠을 정도면 분명 울었을 거야.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은 엄마였을까? 같이 놀던 친구였을까?

학교 경필쓰기 대회를 연습하면서 배운 모음 꺾어쓰기를 곧이 곧대로 지켜 쓰다니 성실하네.


지금은 전혀 생각조차 나지 않는 놀이터에서 넘어진 이야기.

넘어진 후 실컷 울고 나서 일기장에 또박또박 글씨 쓰는 나와

색연필을 들고 그림 그려주는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글모 선생님의 코멘트


신나게 놀다가 넘어져서 많이 아팠겠구나!

지금은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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