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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May 24. 2023

양꼬치와 한 잔

02.

노릇노릇하게 기계 돌려가면서 잘 익은 양꼬치를 쯔란에 콕콕 찍어서 쏙 빼먹으며 소맥 한잔.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주말은 항상 술 먹는 날로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우리 부부는 어제도 열심히 과음을 했고 평소보다 숙취가 없어서 일찍 눈이 떠진 생소한 주말이었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라면으로 깔끔하게 해장도 하고 강아지와 산책도 하고 보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침을 11시쯤 먹었으니 이제 슬슬 출출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두 끼를 먹는 우리 부부는 이제 슬슬 점저 메뉴를 골라야 했다.     


“여보 점저로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왜 일요일 저녁만 되면 맛있는 게 먹고 싶을까? 내일부터는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주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기름지고 살찌는 것이 마구 생각난다.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냐고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피식거리며 남편이 물었다.     


“왜? 뭐가 먹고 싶은데? 그냥 솔직히 말해~”      


 다정하고 장난스러운 말에 자꾸만 웃음이 나는 건. 내가 무엇을 말하든 같이 먹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나도 모르게 히죽거렸다.      


“시장에 파는 양꼬치 어때?”     


 술꾼들은 아마 단번에 알 것이다. 양꼬치라고 하면 절대 식사로 가능한 메뉴가 아니라는 것을. 이 말인즉슨 술을 먹자고 남편에게 통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대낮에 슬리퍼를 신고 집 앞 시장에 있는 양꼬치 집으로 향했다. 잠시 가게문을 열고 자리를 비운 사장님에게 연락해 양꼬치를 주문했다. 혹 양꼬치를 향신료 때문에 못 먹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 다면 나는 주저하지 말고 가루를 최대한 털거나 묻히지 말고 딱 한 번만 먹어보라고 사정하고 싶다. 양꼬치에 묻혀서 나오는 쯔란은 양꼬치를 먹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양꼬치 특유의 냄새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 나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지만 먹다 보니 소량정도 묻혀서 구워 먹는 것이 정말 맛있어졌다.


 그때부터였다. 우리가 대낮에 먹는 양꼬치를 즐기게 된 것이 말이다. 해가 쨍쨍 우리 머리를 비추고 있을 때 어둑한 양꼬치집에 들어서서 정갈하게 꽂혀서 쯔란을 적당히 묻혀 나온 꼬치 한 접시를 받는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판에 한두 개씩 올려서 잘 익는지 확인하면서 하나씩 쏙쏙 빼먹는 재미가 있다. 양꼬치를 다 먹고 아쉬운 마음은 생마늘을 꽂아서 구워 먹으면 다시 회복이 된다. 단언컨대 양꼬치는 소주부터 소맥, 아니면 그냥 시원한 맥주까지 주종 또한 무엇을 같이 마셔도 완벽한 안주다.    


 양꼬치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그 유래는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몽고지방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기마민족 및 유목민족들이 양고기를 간편히 먹기 위해 쇠꼬챙이에 끼워 먹었던 것이 양꼬치의 시초였다. 양꼬치 집에 가면 양꼬치 외에 여러 가지 요리도 함께 판다. 꿔바로우나 양갈비 또는 마라룽샤 등등 양꼬치를 먹다가 물릴 때면 이런 요리를 하나 시켜서 이어 먹어도 참 별미다. 


 양꼬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라 이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점에 한 잔에 양꼬치를 꼭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술안주로 전혀 손색이 없으며 흔한 소, 돼지, 닭보다는 조금 특별하고 어느 술 하고도 잘 어울리는 매력이 충분한 술안주다. 최근에 남편과 사소한 다툼 후 화해의 메뉴로 양꼬치집을 간 적이 있다. 돌아가는 양꼬치에 뾰족했던 우리의 마음도  빙글빙글 돌아서 둥근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소주 한 잔과 맥주를 따라 젓가락으로 탕탕 쳐서 잘 섞이게 한 후 잘 구워진 양꼬치 한입을 먹고 창-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치고 시원하게 들이켜면 속상한 마음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부드러워진다. 아 술 한잔이 이렇게 부부사이를 좋게 만드니 오늘도 마셔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혹 양꼬치나 양갈비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딱 한 번만 나를 믿고 도전해 보기를 추천한다. 오늘도 고생한 나를 위해서 잘 구운 양꼬치 하나쯤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rvMrbXyrk1GQOF8bOsgVaw==?uid=fafdf5a0a74c4bcd905e6b4169c91f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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