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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Oct 25. 2023

캠핑에서 한 잔

13.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장작소리에 한 잔



 뜨거웠던 지난 칠월부터 캠핑이 가고 싶었다. 가만히 있어도 주르륵 흐르는 땀에 야외활동을 오래 했다가는 더위 먹을게 확실하기에 그 마음을 꾹꾹 누르고 눌러 십 월로 미리 예약을 했다. 언제 시간이 흘러 시월이 오나 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월이 왔고 지난 주말에 캠핑을 다녀왔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추워진 날씨에 캠핑 가기 딱 좋다며 신이 났었다. 그런데 캠핑 가기 삼일 전부터 비와 우박이 올 거라는 예보가 있어서 일정을 변경해야 하나 한참 고민을 했다. 나의 기도와 우려가 닿았는지 다행히 아침 일찍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 열 시가 넘어가자 맑게 개었다. 혹 예정대로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 나름의 분위기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캠핑할 때 비가 오면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비를 맞으며 짐을 정리하고 텐트를 쳐야 하고 타프나 텐트 안에서 놀고 난 그 후에 비에 젖은 텐트를 어떻게 말려서 보관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모든 걱정과 우려를 뒤로하고 다행히 시원한 바람이 불고 맑은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오랜만에 쳐보는 텐트를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말끔히 정리하고 모닥불을 피워 불멍을 하다가 허기가 져서 두툼한 목살을 굽기 시작했다. 캠핑은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차리고 먹고 치우다 끝나는 게 캠핑인 것 같다. 캠핑의 묘미를 모르는 분들은 고작 텐트를 치고 먹고 놀다가 다시 짐을 싸서 돌아오는 게 뭐가 재미있겠냐라고 하겠지만 사실 말 그대로가 참 재미있다. 텐트를 몇 번이고 쳐봐도 항상 헤매고 늘 다른 시행착오를 겪다가 성공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놓치고 온 물건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챙겨 온 물건이 쓸모 있어서 우습기도 하다. 두툼한 목살을 맛있게 구워 먹다가 질리면 새우나 소시지를 구워 먹기도 하고 고구마나 감자를 포일에 감싸서 장작옆에 슬며시 놓아둔다. 그러다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면 없는 재료에 막 썰어 넣은 김치찌개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이다. 캠핑은 좋은 장소에 집을 만들어서 맛있는 것을 술과 함께 먹어야 한다. 부딪칠 때 예쁜 소리가 나고 닦기 쉬운 유리잔은 무겁고 깨질 염려가 있어서 캠핑에서는 사치다.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투박하게 막 따라서 먹는 소주가 그렇게 맛있다. 불편한 잠자리와 화장실까지 캠핑은 다 용서가 된다. 캠핑 왔으니까, 캠핑이니까, 캠핑 덕분에, 이런 분위기에 이런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캠핑 그 자체가 안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쌀쌀한 날씨, 따뜻한 모닥불, 맛있는 고기, 맑은 공기, 자연의 소리까지 그 모든 것이 모여서 캠핑이 되듯 그 모든 것이 술안주가 된다.


 캠핑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선뜻 캠핑을 권하기가 어렵다. 캠핑을 가고 싶다면 적어도 2~3개월 전부터 많은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일단 인기 많은 캠핑장은 2~3개월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자리를 예약할 수 있고 필요한 장비와 도구가 정말 무궁무진하기에 적극 권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처음이라면 글램핑처럼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서 조금만 준비하고 몸만 가도 되는 것을 추천한다. 글램핑으로 맛보기를 해보고 내가 정말 캠핑을 자주 다니고 좋아할 것 같으면 그때부터 장비를 하나씩 준비해도 늦지 않다.


 우리 부부는 봄, 가을로 나눠서 일 년에 8~9번 정도 캠핑 가는 것을 즐긴다. 좋은 장소를 물색하고 장비를 챙겨 가고 텐트를 치고 도구들을 세팅하고 텐트 안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때가 되면 밥을 해 먹고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 것에서 오는 낭만이 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모닥불 앞에 앉아 술을 한잔 기울이면 그동안 남편에서 서운했던 일도 직장에서 힘들었던 일도 모두 타들어가서 없어져 버린다. 그렇게 먹고 또 먹다 찌뿌둥한 허리를 펴고 화장실을 가면 평소에 보지 못했던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잘 왔다고 재미있게 놀았냐고 환영해 주는 기분이 든다.


 언젠가는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노지캠핑을 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이다. 발길이 닿는 곳으로 계획 없이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내키는 대로 캠핑을 가고 싶다. 바야흐로 지금은 캠핑의 계절이다. 요즘은 봄가을이 너무 짧아서 언제 또 아쉬울지 모르니까 부지런히 캠핑을 다녀야만 한다.


아 그럼 또 내 의지와 상관없이 캠핑이니까 한 잔을 해야겠다. 큼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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