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남편과 부산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술꾼부부답게 3박 4일의 일정 속에 부지런히도 매일 저녁 부산에서 유명한 안주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부산을 떠나는 마지막날 기차를 타기 위해 부산역에서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해장을 할 겸 상해거리에 있는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 촌스러워 보이는 중국 스러운 인테리어에 맛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주문을 하고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마지막 밤이라고 과음했던 어젯밤의 나를 후회하며 나는 짬뽕밥을 남편은 간짜장을 먹기 시작했다. 별 기대 없이 투박하게 나온 요리를 한입 떠먹고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해장하기 너무 좋아서 혹은 맛이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술을 시켰다. 솔직히 과음을 한 다음날 술을 다시 찾기란 정말 쉽지 않은데 그날 우리 부부는 인생중국집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때부터 우리에게 중국집은 좋아하는 술안주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탕수육. 그 어느 하나도 술과 어울리지 않는 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시켜 먹는 배달음식중에 하나인 중국음식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이삿날, 회식, 차이나타운, 중국여행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중국음식 하면 바로 고량주가 생각난다. 고량주를 좋아하느냐고? 사실 고량주 자체를 좋아하기보다는 중국음식을 먹을 때 고량주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음식에는 궁합이 있듯이 중국음식을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술은 바로 고량주다.
고량주는 백주의 일종으로 수수로 만든 중국의 증류주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그 고량주 중에서도 조금 더 순한고 저렴한 연태고량주를 좋아한다. 고량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연태고량주는 도수가 34.2%다. 그렇기에 보통 작은 잔에 연태고량주를 따라 조금씩 마신다. 하지만 그렇게 감질나게 먹는 것보다 연태고량주를 소맥처럼 일정비율로 맥주에 타먹는 것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있다. 연태고량주 특유의 과일향과 시원한 탄산의 맥주가 적절히 섞여서 나의 기분을 알딸딸하게 만들어준다. 요즘에는 연태맥주에 이어 연태하이볼도 인기가 많다.
이사하는 날이나 친구들, 가족들 혹은 많은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먹고 싶은 중국음식이 술안주가 되면 좋은 요리와 함께 한 잔 하는 기분이 든다. 느끼하지만 품격 있고 기름지지만 그럴 때마다 먹어주는 단무지나 양파 또는 자차이까지. 식사를 하기에도 손색이 없고 고급스러운 한잔을 하기에도 부족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짬뽕맛집이 많다. 그래서 지방으로 여행을 갈 때 그 지역에 유명한 짬뽕을 검색하면 꼭 한두 곳 씩 빠지자 않고 나온다. 오죽하면 짬뽕순례라는 말이 있을까. 짬뽕은 해물육수로 하느냐 고기육수로 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고 들어가는 건더기의 종류와 후추의 여부에 따라 맛의 차원이 다르다. 언젠가는 전국에 유명한 짬뽕집을 돌며 고량주를 한잔씩 먹어보는 여행도 꼭 해보고 싶다.
탕수육은 또 어떤가. 전 국민을 부먹이냐 찍먹이냐로 편 가르기 하는 대표적인 음식 중에 하나이며 탕수육을 잘하는 집이야 말로 진정한 중국집이라며 어딜 가든 탕수육을 기준으로 삼은 사람들도 있다. 짬뽕과 짜장면이 식사라면 탕수육은 반찬이자 한 점에 한 잔이 어울리는 진정한 술안주다. 달달하면서도 간장에 찍어먹으면 짭짤하고 소스가 부어지지 않은 고기튀김을 먹으면 고소하기까지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는 메뉴가 바로 중국음식이 아닐까.
이제는 한국식 중화요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고유의 짬뽕과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이다. 이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중국음식이 많지만 이 기본적인 요리만으로도 이렇게나 할 이야기가 많고 흥분되는 걸 보면 우리는 정말 중국음식을 애정하는 것이다. 술과 함께 즐겨 먹기 시작하면 중국음식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다고 감히 장담한다.
이쯤에서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맛있는 중국요리는 무엇인가? 나의 최애픽은 짬뽕과 탕수육이다. 해물이 가득 들어간 칼칼한 짬뽕국물에 술이 정말 맛있고 갓 튀겨낸 탕수육은 찍먹이든 부먹이든 어떻게 먹어도 맛이 있다. 그리고 어떤 중국요리를 먹어도 탕수육을 먹지 않으면 중국음식을 먹었지만 어딘가 허전한 기분마저 든다. 그렇기에 짬뽕으로 시원하게 한 잔하고 든든하게 탕수육을 먹어주면 그리 좋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