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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Dec 06. 2023

육회와 육사시미에 한 잔

16.

싱싱한 노른자를 육회에 꾸덕하게 비벼서 한 잔



 흔히들 그렇게 말한다. 먹을 것의 종류는 3가지로 나뉜다고 바로 육, 해, 공! 이 말의 대표적인 뜻은 고기와 해산물, 그리고 닭고기를 의미한다. 누군가가 셋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의 일 순위는 무조건 해산물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꼽자면 바로 닭고기. 그렇게나 나에게 고기는 뒷전이었다. 물론 삼겹살과 소고기를 맛있게 먹지만 그래도 해산물과 닭고기보다는 항상 뒤로 처지는 게 고기였다. 그런 나에게 육해공의 순서 따위는 다 뒤집어 버린 메뉴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육회와 육사시미다.


 신선한 꾸릿살 부위를 약하게 양념해서 차가운 계란 노른자와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고 무순, 체다치즈,  얇게 채 썬 배와 함께 먹어도 맛있다. 육회는 밥과 함께 비빔밥으로도 맛있지만 술안주로 먹을 때 더 품격이 빛난다고 해야 할까. 반짝거리는 육회를 한 입 먹고 뜨끈한 소고기 뭇국을 한 입 떠먹으며 소주 한 잔을 적셔주면 정말 완벽하다. 속이 든든하면서도 가벼운 것 같고 투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기분을 준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별미가 바로 육회탕탕이다. 육회만 먹어도 맛있는데 낙지탕탕이와 함께 버무려서 파는 육회탕탕이. 그게 또 얼마나 별미인지 모른다. 신선해서 움직이는 낙지탕탕이와 육회가 같이 씹히면 고소하고 꼬들한 식감에 감칠맛이 돈다.


 육사시미는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 상태의 육회로 고기를 생선회처럼 뜬 것에 가깝다. 수도권보다는 남부지방에서 소비되는 음식이며 울산에서는 막찍기, 대구와 경상북도에서는 뭉티기라고도 부른다. 지역에 따라 육사시미와 뭉티기를 별개의 메뉴로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육사시미는 사후경직 이전의 고기를 써야 피맛이 덜 나서 맛이 좋다. 즉 정말 신선한 고기만 육사시미로 먹을 수 있다는 사실.


 20대 후반 처음 육사시미의 비주얼을 접하고 내가 과연 먹을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지만 한 입 먹는 순간 나의 걱정과 두려움이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차갑고 새빨간 육사시미를 양념소스에 찍어 먹으면 입안에서 그 특유의 쫀득하면서도 찰진 식감에 씹을수록 고소하고 입에 달라붙는 맛에 정신이 번득하다. 한 입 씹으면 술을 절로 찾게 되는 그 맛이다.


 육회와 육사시미를 먹을 때는 예의 바른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 신선한 생고기를 먹어야 하기에 너무 천천히 히 먹지 않았으면 좋겠고 육회와 육사시미의 양이 워낙 소량이기에 서로를 배려하면서 조금씩 음미하며 한잔씩 격식 차려 나눠먹을 줄 아는 사람과 먹어야 분쟁이 없다. 그것이 육회와 육사시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라고 해야 할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육회와 육사시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많이 슬플 것만 같다. 혹시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레시피로 육회를 만들어 대접하고 쫀득한 육사시미 한 접시 사서 같이 한 점에 한 잔을 하며 수다 떨고 싶다. 각자의 입맛이 있고 기호가 있어서 존중해 줘야 한다고 하지만 이 안주만큼은 존중이 아닌 진심으로 설득을 하고 싶다.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뜨거운 국물이나 따뜻한 요리를 많이 찾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이한치한으로 육회와 육사시미를 드셔보시는 건 어떨까. 이렇게 추울수록 육회와 육사시미는 더욱더 싱싱하니까 말이다. 내가 애정하는 메뉴가 사람들에게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미어져서 하는 부탁이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hCBFLCOPpBiqO6A-u7fhYw==?uid=fafdf5a0a74c4bcd905e6b4169c91f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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