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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Dec 27. 2023

에필로그

8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소극적이고 자존감도 낮은 아이였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항상 조심스럽고 내 속마음을 터 놓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찌 보면 답답하고 조심성 많은 성격이 스무 살이 넘어 술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되었다. 술이란 건 적당히 먹으면 어색했던 사람과도 급격히 친해질 수 있게 만들어줬고 나를 조금 적극적이고 밝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사소한 것에도 자지러지게 웃음이 났고 슬픈 일에는 거리낌 없이 눈물을 쏟았다. 그렇게 나는 술을 먹음으로써 내 감정을 드러내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었고 어두웠던 성격 밝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자존감 낮았던 아이는 어느새 자신을 소중히 대할 수 있는 사람되어버렸다.


 도대체 술이란 무엇이길래 나에게 이렇게나 긍정적인 효과를 주나 싶어 숙취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홀린 듯이 술을 즐기기 시작했다. 홀짝홀짝이 벌컥벌컥이 될 때까지 맛있는 안주와 모든 종류의 술을 먹고파 했다. 물론 술을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치고 인간관계도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술의 좋은 점을 이용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정도로만 마시고 즐긴다면 술의 순기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술을 멀리하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내 인생에 술이 없었다면 다른 건 몰라도 바닥 친 자존감을 올리기 매우 어려웠을 것 같고 지금보다 인생이 조금 지루했을 것만은 확실하다. 게다가 술을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까지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살아보고 싶지 않은 삶이다. 그만큼 술은 나에게 있어 긍정적인 효과를 많이 주었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낙(樂)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드디어 대장정의 '한 점에 한 잔'이 끝이 났다. 시원 섭섭하면서도 술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신이 나서 혼자 떠들기만 한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애주가라고 해놓고 내가 너무 소주와 맥주 막걸리 이야기만 한 것 같아 눈치가 보인다. 사실 진정한 술꾼이라면 주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소개해야 하는데 나의 오랜 구독자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나의 주견(酒見)은 좁다고 말할 수 있다. 세상에 술의 종류는 정말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주, 맥주, 막걸리만큼 맛있다 말할 수 있는 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술은 절대 안 먹을 거야'라는 아집은 아니다. 다만 여태까지는 그 기회가 적었을 뿐. 미래에는 더 다양한 술을 맛보고 즐기고 싶다. 앞으로 내가 또 어떤 술과 또 어떤 추억을 쌓고 어떤 궁합의 안주를 만날지 너무 설렌다. 나의 한 점에 한 잔은 앞으로 적어도 50년은 더 이어질 테니까.


 술에 관한 내공을 더 많이 쌓아서 언젠가는 '한 점에 한 잔 part2'를 쓰게 되는 날이 오기를 빌며 오늘은 또 무슨 안주와 어떤 술을 마실지 고민을 한다. 이 글을 읽고 술을 안 좋게 보던 분들도 술을 조금은 좋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여전히 나와 함께 술을 사랑해 주시기를.


오늘의 한 잔으로 당신의 노곤함과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또 한 잔을 따른다. cheers!!




지금까지 '한 점에 한 잔'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 26일부터 쓰다 보니 술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올해를 다 보내고 말았네요. 2달 정도 푹 휴식하고 가벼운 이야기로 내년 3월에 찾아올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headla.it/articles/Xka8Tar7qPlVe80F7olXuQ==?uid=fafdf5a0a74c4bcd905e6b4169c91f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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