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4일.
영하 15도에 주인 없이 떠돌고 있는 강아지를 만났다. 2.5킬로에 작고 하얀 남자강아지였다. 안쓰러운 마음에 주인을 찾아주겠다고 겁도 없이 덜컥 임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만난 지 14일 만에 평생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에 나는 많이 부족했지만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강아지가 나에게 주는 행복은 거대했다. 그리고 함께 한지 일 년 육 개월이 지났을 때 나의 강아지는 다발성 뇌수막염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받다가 죽을 수도 있고 치료를 다 받아도 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강아지와의 뇌수막염 투병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의 끝에 강아지가 나와 함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쓰고 기록하고 강아지를 보살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우리는 강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마음이 아파 울기만 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하고 있기에 꽤 자주 소리 내 웃고 서로를 사랑해 주었다. 서로의 아픔을 알아차리고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머리가 아픈 강아지와 마음이 아픈 사람이 함께 살아도 행복할 수 있으며 중요한 건 어디가 아픈지보다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느냐일 것이다. 이 글로써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다른 강아지 보호자들에게 정보를 주고 함께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머리 아픈 강아지와 마음 아픈 사람‘ 그 두 번째 이야기. 그 후로 한별이의 뇌수막염이 호전되었는지. 우리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단단해졌는지. 지금부터 그 뒷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hanbyul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너무 오랜만이죠.
3월에 돌아오기로 해놓고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예상보다 많이 늦게 돌아왔습니다.
한별이가 뇌수막염과 뇌수두증을 진단받고 6개월 동안 ‘머리 아픈 강아지와 마음 아픈 사람’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더 흘렀어요. 많은 분들이 한별이를 예뻐해 주셨고 아직도 저에게 한별이 안부를 묻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다음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부족한 필력이라도 꼭 뒷이야기도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돌아왔습니다. 기다리는 분이 한분이라도 계시다면 쓰는 게 맞다는 생각에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머리 아픈 강아지와 마음 아픈 사람 2’로 매주 수요일에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