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건물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24시간 하는 멀리 있는 병원이라도 지금 당장 택시를 타고 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르신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이고 아기 같은데 많이 아파요?”
“네. 많이 아파요. 혹시 여기 위에 동물병원은 몇 시쯤에 직원들이 오는지 혹시 아세요?”
“이제 올시간 다 됐어요. 십 분 정도만 기다리면 될 거야. 이렇게 아기인데 어디가 아픈가. 아가야 힘내. 조금 있으면 선생님 오실 거야~”
작은 한별이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어르신이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10분이라면 택시 타고 다른 병원에 가는 것보다 여기서 진료를 받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동안 한별이의 기록도 다 있고 누구보다 한별이를 잘 아실 테니까. 그 10분 동안 큰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별이를 달랬고 헥헥거리며 무서워하던 한별이도 조금 잠잠해지는 듯했다. 지옥 같은 시간이 5분 정도 흘렀을까. 병원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더니 병원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처음 보는 직원분에게 매달리며 사정했다.
직원분은 당황하셨지만 한별이의 상태를 보고 덥석 한별이를 안아주셨다. 그리고 눈물범벅이 되어버린 나를 달래주며 전화드릴 테니 걱정 말고 출근하라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그렇게 한별이를 맡기고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으며 회사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출근하는 내내 울어버렸다.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한 직장에서 괜찮냐고 묻는 따뜻한 한마디에 펑펑 울어버렸다.
이러다 영영 한별이를 못 볼지도 모르는데 내가 지금 출근을 하는 게 맞는 건지. 남편은 오늘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텐데 남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머리는 멈춰버렸고 눈물만 흘렀다. 나 지금 너무 무섭다고 한별이가 내 곁을 떠나버릴까 봐 누가 나 좀 도와달라고 아무에게라도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을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데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한별이에게 할 수 있는 처치는 다 했고 지금은 발작이 멈췄는데 또 하는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일단은 지켜보는 방법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마음이 너무 복잡했지만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기에 점심시간에 병원으로 가서 면회를 했고 퇴근하자마자 다시 한별이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한 시간에 한 번씩 발작을 했고 점점 발작을 하는 텀이 길어지긴 했는데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오늘 저녁에는 입원을 시키셔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큰 좀 더 큰 병원을 가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편이 해외출장을 갔다가 오늘 밤에 돌아와요. 오면 의논해 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혹시 그전에 응급상황이 오면 병원에서 전화드릴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연착으로 예상보다 남편의 도착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회사사람들과 같이 곧 비행기를 탈 남편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하기가 어려워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발작의 텀이 길어지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인데 오늘밤이 고비처럼 느껴졌다. 남편의 얼굴을 마주하면 한별이의 상태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1분 1초가 느리게만 느껴졌고 한별이 없는 거실에 앉아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얼마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퉁퉁 부은 눈으로 현관 앞에 서 있는 나를 보고 남편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들어왔다.
"나 왔어! 여보 눈은 왜 그래? 또 슬픈 드라마 봤어? 한별아~~~~ 아빠 왔다!"
평소처럼 한별이를 부르는 남편의 목소리에 나는 그만 다시 한번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한별이는 지금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고. 우리는 곧 한별이를 보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한지 일 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되지 않는 이별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