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별이를 보내주기로 결정을 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가 한별이를 보내기로 결정한 날 전날이 되었다. 예전에 한별이가 건강할 때 자주 가던 산책 코스로 한별이를 데리고 나왔다. 우리가 함께 뛰놀던 공원의 풀냄새와 바람, 공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늘 무기력하게 멍하니 서있기만 하던 한별이는 우리의 마음을 아는 건지 평소보다 조금 더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돗자리를 깔고 같이 누워서 그냥 별 말없이 그렇게 몇 시간을 누워있다가 평소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별이를 예뻐하던 동생네 부부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와 마지막으로 한별이와 시간을 보냈고 그날 밤 우리는 거실에 이불을 펴고 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빙글빙글 제자리를 도는 한별이를 안아주고 안아주었다. 그동안 정말 덕분에 너무 행복했다고 사랑한다고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여주었다.
우리가 결정했지만 오지 않길 바라던 아침이 오고야 말았다. 병원에 예약한 시간에 맞춰 한별이를 안고 병원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한별이는 유독 더 힘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도착한 병원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한별이 이름이 불리길 기다렸다. 잠시 후 한별이의 이름이 불렸고 선생님에게 진행과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인 것만 같아서 내 마음을 주최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한별이 팔에 혈관을 잡아야 해서 잠시만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내 품에서 한별이가 사라지자마자 나는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고 펑펑 울어버렸다. 애써 눈물을 참고 있던 남편도 나와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보. 우리 웃으면서 보내주자. 한별이가 우리를 울보라고 기억하면 어떡해."
"어떡하지.. 정말 어떡해. 나 할 수 있을까 여보? 한별이 없이 살 수 있을까?"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고 어린아이처럼 못하겠다고 그만하고 싶다고 한별이를 데리고 도망치고 싶었다.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수많은 생각을 했고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는데 지금은 그 과정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고 그냥 한별이만 생각이 났다.
그런데 잠시 후 한별이를 데리고 간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평소 잘 짓지 않는 한별이가 낑낑 거리며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가보고 싶었지만 진료실 안쪽이라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거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팔에 주사를 꽂고 넥카라를 한 한별이가 마지막으로 내 품에 안겼다.
"그동안 주사를 많이 맞아서 혈관이 잡히지 않아 여러 번 찔렀어요. 아이가 힘든지 많이 낑낑거렸는데 겨우 혈관을 잡았습니다. 처음에 수면제를 놓고 그 후에 약을 넣을 거라 아이는 잠들듯이 갈 거예요.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준비가 되면 저희를 불러주세요"
우리 둘 다 눈이 빨개진 채로 울고 있으니 선생님은 다정하게 설명을 해주시고 문을 닫고 잠시 나가계셨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영원히 되지 않는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한별이를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설명해 주셨던 대로 안락사가 진행되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힘든 기억이라 나 스스로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그냥 많이 울었고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되풀이했다. 남편은 한별이에게 고마웠다고 잘 가라고 인사를 해주었던 것 같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한별이는 큰 상자에 담겨 우리 품에 안겼다. 힘들게 돌아서는 우리에게 담당선생님은 덤덤히 위로를 건넸다.
"사실 저도 3개월 전에 강아지를 뇌수막염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너무 공감되고 아직도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최선을 다하셨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했습니다. 힘내세요"
그렇게 한별이가 우리에게 온 지 4년 5개월 만에 우리 곁을 완전히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