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이른 아침 세고비아 골목길 햇살의 반김을 받고 오후에는 톨레도로 이동했다. 이동시간은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마드리드를 구경하고 세고비아와 톨레도를 여행하는 이 코스 참 좋다. 나중에 자유여행으로 다시 와도 좋겠다.
톨레도는 스페인의 옛 수도다. 마드리드에서 남서쪽으로 67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톨레도는 삼면이 타호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천해의 요새다. 기원전 193년 로마의 식민지였으며 6세기에는 서고트 왕국(게르만족)의 소재지였다. 무어인(이슬람인)의 점령기간(712~1085년)에는 모자라브 공동체(아랍어를 사용하는 그리스도교 집단)의 본거지였다.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은 톨레도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가 공존하는 곳이다. 무어인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철제생산과 경공업이 크게 발달했다. 1085년 알폰소 6세가 점령한 후에는 카스티야 왕국의 중심지였다. 1560년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겨진 후에는 국립기념지가 되었다.
톨레도는 강철과 검으로 오랜 시대를 걸쳐 명성을 얻었다. 시내를 굽어보는 알카사르(요새)에는 군대박물관이 있다. 이외에도 바로크 양식의 교회들, 신고전주의 양식의 중학교와 박물관, 저택 등이 있으며 현대식 아름다운 건축물과 공원 등이 있다. 현재 톨레도 전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톨레도는 중세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것 같다. 거리 벤치에 앉아 있으면 말을 탄 기사가 달려올지도 모르겠다.
톨레도 산토토메 성당 Iglesia De Santo Tomé을 보러 갔다.
교회는 14세기에 재건된 무데하르(이슬람) 양식의 탑이 있는 성당이다. 교회는 예술성을 갖춘 성가대석, 제단, 예배당 등이 있다. 또한 엔리케 데아르 펙사가 제작한 성체용기, 엘그레코, 고야, 반 다이크, 모랄레스 등 여러 화가들의 그림이 보관되어 있는 박물관이 있다.
산토토메 성당에서 제일 유명한 작품은 화가 엘 그레코 El Greco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El Entierro del senor de Orgaz)’이다. 이 그림은 교회의 후원자였던 오르가스 백작 곤살로 데 루이스의 장례식을 묘사한 것이다. 1332년 타계한 오르가스 백작의 장례식에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성 스테파누스가 나타나 그의 시신을 무덤에 눕혔다는 일화를 표현했다. 상단은 천상 하단은 지상으로 천상은 밝고 화려하다. 상단의 인물은 흐릿한 환영처럼 크기와 형태가 왜곡되어 있다. 하단은 어둡고 무겁다. 하단 인물의 행위는 화면 전면에서 평면으로 이루어지는 독특한 구성이다. 그림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 보면 다양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화가 엘 그레코는 종교화를 그릴 때 그림 속 공간을 압축하고 사람의 형상을 길쭉하게 그렸으며 차갑고 생생한 색조를 사용했다고 한다. 의도적인 왜곡과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독창적인 작품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는 톡 방에서 그림으로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었고 산토 토메 성당 앞에서 다시 설명을 들었다. 새해 아침 성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성당내부는 직접 보지는 못했고 대신 문 앞에서 사진을 남겼다. ‘여기가 산토토메 교회다’
톨레도에서는 오르가닉 올리브오일이 유명하다고 한다. 가게에서 현지 한국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시음도 했다. 부모님과 언니들께 드릴 올리브오일과 발사믹 식초를 샀다. 빛깔이 다른 듯하다. 좋은 제품으로 선물해서 좋다. 막내는 여행 전 올리브오일 가격까지 조사해 왔는데 현지에 와 보니 더 비싸졌다고 한다. 여행의 맛이란 현지에서 현지 제품을 사는 맛이려니 한다.
산토 토메 성당 입구 /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오르가닉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
톨레도 골목을 돌고 돌아 톨레도 대성당 Toledo Cathedral 앞으로 왔다.
톨레도 대성당은 1225년 이슬람 세력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여 페르난도 3세의 명에 따라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고딕 양식으로 건축했다.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으로 16세기 초 엔리케 아르케가 만든 성체 현시대가 보관되어 있다. 성물실에는 엘 그레코의 종교화와 고야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골목길 사이로 삐죽 솟은 대성당의 하얀 탑과 파란 하늘이 멋스럽다. 골목의 계단은 앉아서 쉬어가고 싶다.
톨레도 골목길은 세고비아의 골목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당 앞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여운이 다 가시지 않았다. 광장에서 있으면 중세의 마차를 타고 레이스 장식이 화려한 긴치마와 나풀거리는 모자를 쓰고 친구가 마차에서 내릴 것만 같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현세인지 중세인지 휘둥그레지는 도시다.
골목길 계단은 포토존이라고 하여 순번을 기다려 사진을 찍었다. 그럴듯하게 폼을 잡고 영화 속 장면이나 광고처럼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 "어머! 저 부르셨어요?! 호호호"
우리는 패키지 여행객. 톨레도에서 보지 못한 것이 많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점심을 먹었다. 대구튀김과 감자튀김을 먹었다. 현지식으로는 마지막이라고 하니 더 맛있다. 우리나라 사과와 달리 퍽퍽한 사과도 더 맛있어진다. 우리나라 간장이나 초장처럼 어느 식당의 식탁이나 놓여 있는 올리브오일도 듬뿍 쳐서 먹는다. 언제 다시 먹어 보겠느냐며 남김없이 먹었다. 스페인의 과일 주 샹그리아도 한 잔 했다. 여행이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쉽다.
무심히 툭 사진 툭척/ 계단 포토존에서 찰칵
뾰족 고개를 내민 첨탑이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여운이 가득한 대성당 앞 광장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 톨레도 대성당
톨레도로 들어갈 때 보았던 다리를 나올 때 다시 보았다. 13세기에 지어진 산마르틴 다리다. 톨레도를 흐르는 테하 강을 건너는 다리는 두 개 있다. 그중 하나가 북서쪽에 있는 산마르틴 다리이고 다른 하나는 북동쪽에 있는데 로마시대와 무어인 시대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가이드님이 산마르틴 다리 건설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줬다.
산마르틴 다리는 처음에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나무다리는 마차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여 무너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건축가는 왕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을 거라 생각하니 밤잠을 자지 못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부인이 말하기를 "다리가 불에 타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답했다. 다음날 부인의 말처럼 다리에 화재가 나서 다 타버렸다. 왕은 이번에는 다리가 타지 않도록 지으라고 했다. 건축가는 벌도 받지 않고 새로운 다리를 튼튼하게 새로 지었다.
버스에서 바라본 다리가 예쁘다. 맑게 개인 파란 하늘이 다리를 더 돋보이게 한다. 다리와 강, 초록 자연이 잘 어울린다. 예쁘다. 예뻐.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니 톨레도의 전경이 수채화를 그린 듯하다. 강이 둘러싸고 있는 톨레도는 천혜의 요새라는 것이 한눈에 알 수 있다.
산마르틴 다리
톨레도 성벽
버스에서 본 톨레도 성벽
톨레도 성벽
톨레도 도시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곳에 버스가 정차했다.
와! 이런 장관이 따로 없다.
톨레도를 둘러싼 굽이치는 강물, 파란 하늘아래 성벽으로 둘러 싸인 도시, 성벽을 둘러싼 초록 풀과 나무들.
검은 지붕에 뾰족하게 세운 첨탑들이 하늘을 향한 모습도 그림이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벽돌집과 화려하지 않은 지붕들도 자연과 잘 어울린다. 하늘에 떠있는 하얀 구름은 연기를 피어오르는 모습이 톨레도의 과거 전성시대를 하늘에 전하는 것 같다. 파란 하늘 아래 예스러움을 간직한 채 몇백 년을 이어오고 있는 작은 전원도시다.
도시를 둘러싼 테하 강은 2천 년 전이나 700년 전이나 지금도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거센 물살이 앞으로도 몇천 년은 더 흐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