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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Feb 20. 2024

여행이란 이벤트의 연속

스페인 여행 9~10일 차 마드리드 공항

여행에서 뜻밖에 사건을 대하는 방식


톨레도에서 전원도시의 아름다움을 흠뻑 안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향했다.

저녁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에서 환승하여 비행기 안에서 1박을 하면 인천에 도착하게 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마드리드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하면 작은 공항이다. 공항 내부가 한눈에 보인다.  항공시간을 확인하고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를 마쳤다.


비행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면세품 신고(결제금액 100유로 이상 공산품)를 했다. 카드로 결제하고 카드로 환불받기로 한 것은 전자 시스템에서 셀프로 하면 되었다. 그런데 물품 하나는 현금으로 받기로 했기 때문에 다른 과정이 필요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Tax Free 센터를 찾아 다시 신고를 해야 했다. 한로 받기를 원했는데 잔돈이 없다 5만 원을 준다. 이런 상황은 예상 못했다. 현금이 없어서 유로로 거슬러줬다. 조금은 복잡한 과정이었지만 어쨌든 돈으로 돌려받았다. 100유로에 2만 3천 원 정도 면세금이다. 예전에는 면세품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제품을 살 때 왜 현금으로 돌려받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경험이다' 생각한다. 다음에는 물건을 사고 카드로 면세금을 돌려받아야겠다.     


공항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출국수속을 마쳤다. 출국장으로 들어가는 것도 금방 이루어졌다. 면세점 구경에는 관심이 없어서 탑승게이트 앞에서 기다렸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오후 5시 50분인데 탑승소식이 없다. 곧 타겠거니 하고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다. 한 시간여쯤 지나고 나서야 결항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자 안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내방송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이드님이 알아본 바로는 비행기 기체 결함인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라면 승객에게 이렇게 알림 없이 진행했다면 난리일 텐데 여긴 마드리드이고 터키항공사이다. 몇 차례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비행기 결항은 뉴스에서만 접하는 이야기였다.

 

이제 어찌해야 하는 거지? 숙소는 항공사에서 제공한다고 하는데 직장이 문제였다.  당장 모레부터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었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하루정도 늦게 출근해도 되는 사람들은 다행이었고, 여유 있게 출근 날짜를 늦게 잡고 온 사람들은 덤으로 얻은 시간이었다.  하루가 늦춰지면 안 되는 사람들은 난감했지만 어쩌겠나 심정으로 직장에 연락을 했다. 우리 형제들도 어이없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가볍게 받아들였다. 동서들끼리는 약간 즐기는 분위기가 되었다. 나중에 들으니 막내 서방님은 직장 때문에 신경이 곤두다고 동서가 말해주었다.


출국장을 거슬러 나오는 길은 텅 비어 있었다. 같은 비행기로 이스탄불로 떠나기로 했던 여행객만 공항에 보였다. 한쪽에 줄지어 있는 케리어도 어찌 방황하는 것 같다. 갈 곳을 잃은 비행기 티켓 두장만이 손에 남았다.

출국심사장을 지나왔던 곳을 다시 돌아 입국심사  밖으로 나다. 짐을 찾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같이 비행기를 타기로 했던 승객은 100여 명이 넘었다. 대만 패키지 관광객팀이 우리 숫자만큼 되었고, 개인 승객 서양인도 몇십 명 이상은 다. 우리나라 개인 승객도 몇몇 있었다.

가이드들은 자기 고객들 챙기느라 바빴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는데 승객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우리도 행여나 일행을 놓칠까 봐 붙어서 다녔다. 30여 명의 일행은 열흘 넘게 어울려 다니다 보니 이런 순간에 형제애가 생겼다. 서로를 챙기게 되었다. 승객들은 여러 대의 버스로 나뉘어서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내 서방님은 아는 지인을 만났는데 개인으로 여행 왔다고 했다.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라 헤매는 듯 보였다.  막내서방님 같이 호텔가자고 했다. 우리는 이드가 있으니까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지만, 개인으로 왔을 경우에는 난감하겠다. 패키지의 장점은 안내에만 잘 따면 된다는 것.

택시 프리에서 면세품 환전 받다
비행기 결항으로 입국장으로 빠져나오는 중
텅빈 공항과 갈곳 잃은 비행기 티켓과 케리어
결항된  비행기  승객



항공사에서 제공한 숙소는 마드리드 메리어트 호텔이었다. 2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로 크고 화려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5성급 호텔로 하룻밤에 백만 원이 넘는 숙소였다. 긴 복도를 지나 4층 숙소로 입실했을 때는 입이 쩍 벌어졌다. 그동안 묵었던 호텔과는 차원이 달랐다. 침대도 좋고 실내도 따뜻했다. 산뜻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동안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3성급 호텔인지 4성급 호텔인지 춥고 작은 호텔이 대부분이었는데...

짐을 풀고 나니 밤 10시가 가까워오고 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푸짐한 호텔식 뷔페를 양껏 먹었다. 맛있고 다양한 음식이 어찌 많이 나오던지 실컷 먹었다.


배가 부른데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웠다.  잠시 호텔로비를 둘러보았다.

로비에는 실제 자동차를 분해해서 전시해 놓았고, 1층 복도에는 사무공간 파 책 등도 일부 진열되어 있었다.

호텔바로 가서 생맥주를 시켰다. 병맥주는 Bottle, 생맥주는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 “Bottle beer? or Draft beer?”  직원의 영어를 뒤늦게 알아들었다. 생맥주는 드라프 비어구나.

맥주와 피자를 술안주로 시켰고, 우리나라 주전부리처럼 무료 제공되는 견과류가 나왔다. 맥주는 맛있었다. 어디를 가나 스페인 맥주는 맛있다. 그동안의 피로와 비행기 결항에 따른 당황스러움도 잊었다. 다시 돌아온 마드리드의 밤은 깊어갔다.       

마드리드 메리어트호텔 객실과 복도
호텔바에서 맛있는 맥주 한 잔


여행 10일 차가 되었다.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마드리드 공항으로 출발했다. 2시 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찍 공항에서 기다리자는 심산이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에게 배당된 티켓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티켓팅을 하려고 줄을 섰는데, 매니저로 보이는 여직원이 와서 우리 일행과 대만팀 패키지 일행을 한쪽으로 서라고 했다. 나중에는 우리가 탈 수 있는  오후 2시 40분 비행기는 없다고 했다. 단체관광객에게 줄 수 있는 비행기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팀이 탈 수 있는 비행기는  오후 5시 40분 비행기라고 했다.

오후 5시 40분 비행기를 타면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가는 환승 비행기를 탈 수 없어서 이스탄불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항공사 자체 문제로 발생한 결항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었다. 여행사도 우리 승객이 탈 수 있는 다음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비행기 티겟이 있으면 타고 없으면 못 타는 거였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증편이나 여행사에서 티켓팅 혹은 결항에 따른 방안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항공사로부터 우롱당하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일행들은 술렁거렸고 가이드님도 이런 이 처음이라고 했다. 가이드님이 항의도 해보고 본사와 연락도 해 보았지만 일은 풀리지 않았다. 우리도 화가 나서 우리나라 말로 화도 내보고 언어가 되는 사람은 스페인어나 영어로 따져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답답이 답답이.

나중에는 무조건 이스탄불까지는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오후 5시 40분 비행기도 못 타고 8시 40분 비행기나 탈 수 있다고 했다. 우씨ㅠ

또 어떤 티켓에는 오후 10시 40분으로 시간이 찍혀 나오기도 했다. 직원의 실수란다.

항공사 직원들도 짜증이나 보였다. '우리는 더 화나거든요.'

이스탄불에 가더가도 환승 비행기가 없어서 이틀이나 귀국 시간이 늦어지게 되었다.

다음에는 저가항공사는 이용하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가능하면 환승보다는 직항으로 선택을 하는 게 좋겠다. 환승은 긴 비행시간에  덜 피곤한 점이 좋은데... 긴 여행에서 환승은 고려해 봐야겠다.


일행 대부분은 직장인이기 때문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한 팀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귀국하겠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먼저 떠났다.  남은 일행들은 직장에 사정을 알려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좌석이 있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출국 심사를 마쳤다.


항공사에서 식사비 바우처 티켓 1인당 10유로씩  지급되었다. 그런데 사용 가능한 상점이 많지 않았다. 전날은 버거킹에서 햄버거와 음료를 마셨는데 바우처 주문을 안 받는 상점이 많았다. 찾아 헤매다가 오렌지 주스를 샀다. 오렌지 주스는 맛있었다.

짧은 언어로 더듬거리고 직원이 어플로 안내해 줘서 어찌어찌 식사를 시켜 먹었지만 언어가 서툰 것이 불편했다. 언어는 해도 안는다는 생각에 혹은 절실하지 않아서 시간 투자를 안 한다. 언젠 솰라솰라 자유로이 외국어 구사하고 싶다는 것은 마음뿐이다. 번역어플이나 AI기능을 십 분 활용하는 법을 찾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비행기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었다.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 책을 읽으니 시간도 금세 가고 화도 가라앉았다.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책을 한 권 챙겨 오기 잘했다.

남편은 회사 업무를 보기 시작했는데 예민해졌다. 어떻게든 이틀을 회사에 결근을 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에 화가 난 것 같았다. 말이 급격히 없어지면서 말을 걸면 대답곱지 않다. 필자에게 화를 내는 것 같다. '뭐야 이런 상황이 화나는 건 알겠는데 내게 왜 이러는 거야.'

남편 분위기가 그러니 그로부터 멀리 있었다.

 현 상황을 빨리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환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다. 왜 그러는지 알면서도 불편했다. 집도 아니고 여행지에서 그러니 은근히 신경도 쓰이고 덩달아 기분이 좋지 않고 화도 났다. 나중에는 짜증 내지 말라고 말했더니 짜증 내는 거 아니란다. 훨~ 가급적 가까이 않기~

 


마드리드에서 한 시간 늦은 시간인 저녁 9시 30분에 비행기를 탔다. 항공사 직원의  미숙한 업무 처리와 결항에 대한 서비스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비행기를 탔다는 것에 잠시나마 기뻤다. 드디어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향한다. 늦었지만 어쨌든 반가웠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새벽 4시가 되었다. 마드리드 공항에서 여러 일이 있었는데  이스탄불 공항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남편 가방 태그가 대만행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와 같  대만팀이 있었는데 항공사 직원이 남편의 케리어에 대만행 태그를 붙인 것이다.

일행의 짐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우리 팀 짐을 대만행으로 묶어 놓은 것으로 짐작되었다. 어이 상실이다.

항공사에 가서 일행의 모든 짐을 찾아달라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가방을 찾았는데 일행 중 한 사람 케리어는 찾지 못했다. 나중에 인천공항에 와 있을 수 있다 그냥 귀국했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짐을 찾는 과정에서 보니 항공사 직원들은 느리고 실실거리며 웃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외국인들이 일하는 모습은 그렇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일행 중 한 명이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했다. 항공사 직원의 그런 모습을 보고 직원들에게 뭔가를 말했다. 나중에 들으니 항공사 직원에게 너희 항공사 잘못이니 열심히 진지하게 일을 처리하고 우리에게 친절하게 대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글로 쓰면서 말했다고 하니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고 생각했다. 여행에서 또 배운다. 

여행경험이 많고 외국어가 능통하니 가능한 것 같다. 필자는 외국어를 못하다 보니 외국인과 말하는 것이 두렵고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외국어 잘하는 사람 보면 부럽다. 여행할 때 식당이나 상점에서 뭔가를 요구할 수도 있었는데 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소스를 더 달라고 한다든지 다른 재료를 넣어달라고 한다던지, 버거킹에서 원하는 버거를 알맞게 요구하는 등의 일이다. 패키지여행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는 많지 않지만 소소하게라도 물건을 살 때 외국어는 필요했다.


짐을 찾는데 두세 시간을 소비하고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 있는 힐튼호텔로 이동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호텔에서 쉴 사람은 쉬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스탄불 여행을 했다. 여행이 끝났는데 다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공항 바우처 햄버거와 오렌지 주스
늦은 비행과 기내식
케리어를 기다린 이스탄불 공항



거의 이틀을 마드리드 공항과 이스탄불 공항에서 시간을 보냈다. 허비라고 생각하면 낭비일 수 있지만 경험이라 생각하면 새로운 추억거리다. 

덤으로 얻은 이틀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다. 언제 또 이런 일을 겪어보겠는가. 여행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던가.

여행이란 이벤트의 연속이고, 이런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여행인 거다. 새로운 마음으로 이스탄불 속으로 들어간다.



#스페인 #항공기결항 #공항

#딸아행복은 여기에 있단다_엄마에 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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