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공항에서 이스탄불까지 12시간 30분, 이스탄불에서 바르셀로나까지 3시간 30분, 총 비행시간 16시간.
해외여행은 비행시간 때문에 두렵다는 말이 실감 난다. 나이 더 먹기 전에 열심히 여행 다녀야겠다.
누군가 말했던가! 여행은 공항 갈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케리어를 끌고 공항에 들어설 때면 연예인의 공항패션이라도 흉내 내고 싶다.
가이드의 안내를 받고 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보안대 검색대를 지나 출국심사를 마친다. 면세점은 봐도 뭘 사야 할지 모르고, 꼭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를까 출국할 때는 그냥 쓰윽 지나친다. 대부분 돌아올 때 현지 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찍이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 앉았다. 밖은 이미 어두웠고 창밖으로 비행장 모습과 비행기가 보였다. 인증샷은 기본으로 찰칵찰칵.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는 눈발이 날리고 비행장과 비행기 날개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폭설이 예상된다는 기상청 일기예보를 들었지만, 다행히 탑승은 제시간에 이루어졌다.
탑승 후 한 시간쯤 지나서 이륙했다. 0시가 넘은 비행기라 피곤했던지 타자마자 잠들어서 이륙시간이 지연된지도 몰랐다. 일찍 자버린 것이 다행이다 싶다. 비행기 탑승 후 4시간을 갇혀 있었던 경우도 있고, 비행장만 한 시간 동안 뱅뱅 돌다 이륙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비행시간이 늦어지는 일은 비일비재 한 일인 것 같다. 비행기를 타면 떠오르곤 하는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공포감은 닥치고 잊어야 한다. 기장님이 안전 운전하기를 바라며 심호흡을 한다. 기장님의 안전한 비행은 필수이다.
다음으로는 스스로 인내해야 하는 일이 있다. 좁고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긴 비행시간을 잘 견뎌야 좋은 여행이 된다. 비행기 앞쪽의 비즈니스석은 공간이 넓지만, 일반 서민 대부분은 비좁은 이코노미석에 앉게 된다. 이코노미석은 좌석이 무척 좁다. 해외 여행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이 좁은 공간에서의 긴 비행시간이기도 하다. ‘이런 감옥살이가 따로 없네’ ‘좀 널찍하게 자리를 마련하면 좀 좋아.’ 등의 구시렁거림이 절로 난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비즈니스석을 탔다고 한다. 돈을 벌어야 비즈니스석을 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심어주고자 했단다. 책을 읽고 나도 그렇게 해야지 마음먹었지만 아직 실천하지는 못했다. ‘나중에는 비즈니스석을 꼭 타리라.’ 다짐하며 ‘어느 세월에?’ 한숨. 지금은 좁은 공간에서 건강하게 지루하지 않게 가려면 몇 가지 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을 생각하며 현명하게 시간을 즐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긴 비행시간 현명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눈이 내린 인천 공항 비행장
팁 1. 좌석이 안쪽 좌석이라고 하더라도 비행동안 두세 번 정도는 자리에서 벗어난다.
통로 쪽 좌석이라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창가 쪽 좌석은 옆좌석 승객에게 미안하고 귀찮기도 하여 좌석에 붙여가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실례를 무릅쓰더라도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허리에 무리가 오거나 다리가 퉁퉁부어서 건강에 해롭다. 자리를 벗어났으면 가능하면 화장실도 가고 양치질도 하면서 시간을 번다. 화장실 주변에 여유 공간이 있으니 스트레칭을 하면서 관절과 근육의 긴장도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고개도 움직이고 어깨도 돌려보고, 허리도 쭉쭉 펴고, 팔다리도 굽혔다 폈다 하며 움직여보자. 스트레칭으로 피로도를 낮추고 나중에 발생할 수도 있는 허리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거다. 신혼여행 갈 때 장장 16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허리 병이 나서 고생했다. 젊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헉! 그런데 우리 막내네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막내야 너도 젊지 않다. 그러면 안 된다.
팁 2. 좌석에 앉아서도 자주 스트레칭을 한다.
좁은 공간에서도 스트레칭을 할 수 있다. 목도 돌리고, 상체를 비틀어 보고, 허리를 앞으로 살짝 구부려 곧게 펴고, 팔을 들어 올려 스트레칭도 해보자. 다리는 앞으로 쭉 펴고 발목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근육을 쭉쭉 늘려보는 거다. 이것만으로도 꽤 스트레칭이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팁 3.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좌석 앞 좌석에 붙어 있는 TV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어도 좋고, 자신이 가지고 온 태블릿에 영화를 다운로드하여 봐도 된다. OTT 플랫폼은 해외나 비행기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니 자신의 태블릿에 다운로드해야 한다. 비행에 대한 준비는 출발 전부터 해야 한다.
팁 4. 푹 자는 것이 제일 좋다. 수면에 필요한 수면제를 준비해도 좋다.
예전 경험으로 비행기를 타고 갈 때 잘 잤던 것 같아서 비행기 내에서 자는 것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번에는 형님이 챙겨 온 젤리 타입의 약한 수면제를 하나 먹었다. 수면제라고 하니 걱정되었으나 멜라토닌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었다. 의약품이 아니니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처방된 약을 복용할 것을 권한다. 필자는 비행기에서 수면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았으나 편히 쉬고 싶어서 하나를 먹었다. 한두 번 정도 깼으나 비교적 잘 잤다. 공황장애나 고소공포증, 기타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면제를 반드시 복용할 것을 권한다.
팁 5. 목베개, 수면(발) 베개, (넉넉한) 압박스타킹 등을 사용한다.
장시간 비행이나 버스를 탈 때 목베개는 매우 유용하다. 목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여 숙면할 수 있다. 수면(발) 베개는 형님이 준비해 왔는데 탁자에 놓고 수면 베개로 사용할 수도 있고 발밑에 두어 발베개로 사용할 수 있었다. 발베개로 사용하니 발이 편했다. 발베개는 드나들 때는 발에 걸려서 불편하다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다리 부종 예방을 위해 압박 스타킹을 착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다리가 너무 부어서 조이면서 힘들었다. 장시간 비행 시에는 넉넉한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막내는 비행기에서 제공한 넉넉한 압박스타킹을 착용해서 불편감이 없었다고 한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기내용품은 파우치(이어폰, 슬리퍼, 귀마개, 치약, 칫솔, 압박스타킹)와 무릎 담요가 있으나 항공사별로 다르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줌마 정신으로 기내용 파우치 물품은 챙겨서 이번 여행 중 요긴하게 사용했고, 일부는 다음 여행 때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팁 6. 기내식은 먹을까 말까? 선택 가능!
비행기 타면 기내식은 꼭 먹어보자. 하지만 한자리에 계속 앉아 있기 때문에 가스가 차고 소화가 안 될 수 있으니 자기가 필요한 양을 조절하자. 두 번 나온다면 한 번만 먹어도 된다. 식사를 하지 않고 자고 싶다면 화면에 방해금지 모두를 켜 두면 식사 시간에도 승무원이 깨우지 않는다. 출발할 때는 기내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는데 돌아올 때는 방해금지 모두를 켜 두고 한 번만 먹었다.
12시간 넘게 비행기를 탈 동안 기내식은 아침용 기내식과 간식용 기내식이 나왔다. 우리나라 항공사가 아니다 보니 식사용 기내식으로 나온 스파게티는 맛이 별로였다. 요구르트는 입맛에 맞지 않았고 김치는 보기보다 맛은 있었다. 샐러드는 과일과 치즈가 함께 나왔으며 딱딱한 빵은 딸기잼과 마요네즈를 발라 먹었다. 간식용으로 나온 스크램블드에그는 먹을 만했다. 기내식은 기호에 맞게 먹으면 탈이 없다.
팁 7. 비행기가 이륙과 착륙을 할 때 기압 차이로 인한 고막 통증 완화하기
고막의 기압 조절장치 제품으로 출시되어 있기도 하던데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 기압차이를 느끼는 경우는 고도 차이로 기압의 변화로 발생한다. 고막이 터져서 난청과 이명 등의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고막은 평상시에 외부압력과 내이의 압력을 동일하게 유지함으로써 고막의 정상상태를 유지하며 조절하지만 비행기나 고속열차 등은 고도변화가 심해 외부의 기압이 급격하게 변화되어 고막의 이상 팽창이 발생한다.
보통은 먹먹함과 약간 심한 통증을 느끼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좋아진다. 필자는 다른 때와 달리 이번 비행 시에 유독 왼쪽 귀가 심하게 아팠다. 입을 부풀려보기도 하고 손으로 귀를 막아서 압력을 줄여보고자 했다. 여간해서 통증이 완화되지 않았다. 침 삼키기, 물 마시기 등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기압감소 귀마개(다음에는 준비해 가야겠다)를 챙겨가거나 기내에서 제공하는 귀마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비행할 때 귀마개를 착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해서 사용을 못 했다. 다음에는 비행용 귀마개를 챙겨야겠다.
팁 8. 옆자리에 앉은 승객과도 불편하게 가지 않기
다행히 내 옆자리 승객은 여성분으로 타 여행사에서 리스본으로 먼저 간다고 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고 한다. 살짝 부럽기도 했다. 언젠가는 홀로 떠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혼자여행을 할 수지 모르겠지만. 그분도 즐거운 여행이 되었기를 바란다. 옆자리 승객과 부딪힐 일은 없지만 서로 배려하며 여행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