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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ul 06. 2024

도심의 여름 정원

도심의 공원과 꽃밭 속으로

밤사이 비가 내리고, 한차례 더위를 식혀 주었다.

아파트 담장으로 담쟁이넝쿨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화단에는 봄에 한창 울긋불긋 꽃을 피웠던 철쭉꽃은 온통초록이다.

우후죽순 자란 잡풀과 소나무는 도심 아파트에서도 쑥쑥 잘 자란다.

가로등을 타고 오른 능소화가 초록빛에 꽃물을 들였다.



도심 안에 있는 작은 공원은 사람들의 안식처다.

어느새 푸른 녹음이 울창한 숲은 초록잎이 한창이다. 비가 그친 공원에는 산새마저 고요하다.

한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 들든 곳이다.

봄에는 여린 연둣빛이 수놓던 곳이다. 어느새 이리 울창한 산림을 만들었는지.

익숙한 풍경임에도 늘 새롭게 반기는 숲길이라니.

계단 너머에 새로운 세상이라도 숨겨져 있을까?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산길로 숲길로 들어선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지만 도심 한가운데 있는 작은 공원이다.

울창한 전나무 아래는 솔잎향 그윽하니 피톤치드 가득하여 저절로 건강이 찾아오는 듯하다.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이다.  


이 상수리나무는 수령이 몇 년쯤 되었을까? 못해도 100년? 혹은 200년? 어림짐작으로도 가늠하기 어렵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나무 한쪽으로는 하얀 이끼가 피어오르고 연 노란 버섯이 층층이 자리를 차지했다.  


상수리나무 아래 작은 산죽들이 자란다. 산죽 사이로 군데군데 노란 꽃이 피었다. 꽃이 아니라 버섯이다.

아침까지 내린 비가 채 마르지 않은 숲은 푸르르고 싱그럽기만 하다.

자연은 도심에서도 멀리 있지 않고 가까운 공원 속에서도 자란다는 것이 반갑고 기쁘다.  


도심에서는 도로가에 자투리 공간도 자연을 위해 내어 주면 좋은 안식처가 된다.  

맥문동이 여리디 여린 꽃망울을 터트렸다. 진보랏빛 맥문동꽃을 많이 보았는데 연분홍 여린 꽃잎이 가녀린 소녀 같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나리꽃이 길게 자랐다가 제키를 못 이겨 쓰러졌는데 빼꼼히 빗방울을 머금은 모습이 시선을 끈다. 연둣빛 꽃이 진한 다홍색으로 활짝 열리면 나비처럼 활짝 날아오를 텐데 아직은 제모습을 감추고 있다.


한 평도 되지 않는 꽃밭에는 여러 가지 꽃이 피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우연히 구청에서 공공근로로 보이는 인력들이 꽃을 심는 모습을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쌩쌩 지나는 도로가에서 공해를 이기고 예쁘게 자라는 꽃밭에 눈길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키카 훌쩍 크게 자란 하얀 풍접초는 꽃잎과 수술이 어지럽게 자랐다. 바람 따라 멀리 날고 싶은 몸짓이려나.

 

두메바늘꽃은 흰색과 분홍색이다. 꽃잎 네 장에 암술과 수술을 길게 달고 있는 모습이 예뻐서 자꾸만 마음에 담았던 꽃이다.  원산지가 우리나라 강원도와 함경북도라고 한다. 두메산골에서 도심 속으로 나들이 온 처녀 같다.


진분홍 천일홍은 작은 꽃이 수십 개 모여서 피었다. 진분홍 꽃잎에 콕콕 박힌 작고 하얀 꽃술이 있다. 천일홍은 꽃잎이나 전초를 말려서 달여먹으면 기침, 백일해,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름을 몰라서 하나하나 찾아본 꽃들이다. 이름도 낯선 꽃들이 많다.

외국에서 이사와서 도심의 공해 속에서도 잘 자라는 꽃들이 신기하고 예뻐서 발걸음을 멈춘다. 잠시 꽃을 보면서 쉬어가도 좋다.  


푸른 보랏빛 플럼바고 알파는 꽃은 익숙한데 이름이 낯설다. 원산지는 남아프리카이며, 열정과 도전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꽃잎 사이에 고개를 숙인 노랗고 검은 줄무늬 벌이 반갑다.


에키네시아는 국화과에 속하며 번식력도 좋고 생명력도 좋아 한번 심으면 해마다 피어난다고 한다. 알록달록 색깔도 모양도 과꽃인가 하고 보았더니 과꽃은 아니다.


플록스는 흰 식과 연분홍색이 있는데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풀협죽도, 드럼불꽃 지면패랭이꽃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번식력도 좋고 내한성도 좋다고 한다.


맨드라미처럼 생긴 꽃은 맨드라미라고 보기에는 키가 너무 작다. 조금 더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아야겠다. 어린 시절 맨드라미의 검은 씨앗을 훑곤 하던 일이 생각난다.


붉은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은 듯한 사철베고니아는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다. 분홍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은 베고니아도 좋다. 베고니아는 브라질이 원산지이다. 사시사철 꽃을 피우는 꽃이다. 실내에 심은 작은 화분에서 자주 보았던 꽃이다.


도심에서는 내손으로 가꾸지 않아도 누군가의 부지런한 손길로 일구어 놓은 화초와 정원을 만난다. 내 힘 들이지 않고 만나는 꽃들이 반갑고 좋다.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싶다. 모든 공원이 내 것 같고 이웃의 정원도 내 것 같다.


가끔 아쉬운 점은 어릴 때 자주 보았던 채송화니 봉숭아니 과꽃 등을 만날 수 없어서 아쉽다. 이름도 모를 외래종이 꽃밭을 다 차지하는 것만 같아서 서운하다. 그래도 가까운 화단에 무궁화가 한창이라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관공서에서 근무하시는 독자님이 계시다면 가끔은 우리나라 야생화나 오랜 세월 우리 곁에서 함께 했던 꽃들도 화단에 심어주면 좋겠다는 말을 살짝 전해본다.


#하나만 #라라크루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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