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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un 29. 2024

좋은 소식 전해주렴  비비추

하늘의 인연을 맺어준 비비추 전설

지하철 출구 앞은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간다.

몇몇은 지하철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이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화단 앞에서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도 있다. 

고가로는 지하철이 달리고 아래로는 버스와 자동차가 달린다. 

출근길 발걸음이 바쁘다.

다들 어디를 그리 부지런히 가시는지.


지하철에서 내려서 골목을 돌아서면 초록색 잎이 넓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화단이 있다. 잎은 뿌리를 중심으로 상추만 한 크기부터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자라기도 한다. 세로로 긴 잎맥이 십여 개 있다. 


어느날 초록잎만 무성하던 식물에서 꽃대가 올라왔다. 꽃대 하나에 조롱조롱 꽃을 매달았다. 꽃은 아래를 보고 자라는 약간 긴 종모양의 하얀빛을 띤 보라색 꽃이다.  


비비추 꽃이다.  

꽃대 끝에는 예닐곱 개의 꽃몽우리가 잡혔고, 꽃대를 중심으로 어긋나기로 꽃봉오리가 3~4cm 정도로 보라 풍선을 불기 전 모양으로 매달렸다.      


일부는 꽃이 피었는데 꽃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아래로만 향하고 있다. 대여섯 개의 하얀 수술과 암술이 검은색과 갈색 콩나물 머리를 뒤집어쓰고 삐죽이 고개를 내밀었다.     

온전한 모습을 찍어보려고 이리저리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지만 좀처럼 제모습을 담을 수가 없다. 

담배와 자동차 매연 가득한 도로가에서도 잘자라는 것이 신기한데 비비추는 부끄러운가보다.         



비비추는 백합과 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남부와 중부 산지, 일본에서 자란다. 산지의 냇가에서 자라는데 토양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관상용으로 심는다면 부식질이 풍부한 사질토양을 사용하면 잘 자란다. 다양하게 품종이 원예종으로 개발되었다. 요즘은 도심의 화단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곳에서도 잘 자란다.          


꽃대 길이가 30~40cm이며 꽃은 연보랏빛을 피운다. 꽃잎은 끝이 6개로 갈라지며 약간 뒤로 젖혀진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로 길게 꽃 밖으로 나온다. 

꽃은 밀원식물로 벌이 화수분한다. 총상 꽃차례이며 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아래로 자란다. 꽃자루(꽃을 받치고 있는 작은 가지)는 0.4~1.1cm이며 포(잎의 변형으로 꽃이나 눈을 보호한다)는 얇은 막질로 흰색이다. 포는 꽃자루와 길이가 거의 비슷한데 꽃이 핀 후 쓰러진다. 

     

잎은 뿌리에서 돋아나며 긴 타원형이다. 지식백과에서는 난상 심장형 또는 타원상 달걀모양이라고 나와있다. 난상 심장형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어지럽게 자라는 심장모양이라는 뜻인지 원... 아무리 보아도 심장형은 아니다. 긴 타원형 달걀모양이 적합할 것 같다. 지식백과에 식물이나 꽃을 찾아보면 너무 어려운 한자가 많다. 사실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다. 


 잎은 두껍고 끝이 뾰족하다. 밑부분은 윤기가 없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길이는 12~13cm, 폭은 8~9cm이며 잎맥은 8~10개 있다.  줄기는 잎과 따로 구분되지 않으며 뿌리는 많이 자라는데 사방으로 뻗는다. 열매는 삭과(각 칸 속에 많은 종자가 들어있는 열매)로 비스듬하게 긴 타원형으로 열리며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꽃이 지고 나면 나중에 관찰해야겠다.       

         

가을에 잘 익은 씨를 따서 직파하면 잘 자란다. 반음지에서 잘 자라고 직사광선에서는 잎끝이 마른다. 습기가 많으면 쉽게 썩고 건조하면 발아하지 않는다. 비부추 뿌리를 10월이나 봄에 싹트기 전에 캐어 2~3개씩 붙여서 심어도 된다. 

 

뿌리는 햇볕에 말려 약용으로 사용하는데 대하, 자궁출혈, 토혈, 치통, 위통 등에 효능이 있다.

야생초 여린 잎은 나물로 먹는다고 하는데 실제 먹어본 적은 없다.  



옛날 어느 마을에 설녀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다. 

설녀는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으며 효성이 지극하였다. 어느 해 나라에 전쟁이 발생했다. 늙고 쇠약한 아버지도 변방에 나가야만 했다. 설녀를 사랑하는 청년이 있었는데 청년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설녀는 청년을 기다리기로 했고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혼인하기로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청년이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마을사람들은 설녀가 혼기를 놓치기 전에 시집을 보내려고 했다. 처음에는 설녀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기 힘들었다. 설녀는 하는 수 없이 앞마당의 비비추 꽃이 다 질 때까지 청년이 돌아오지 않으면 시집가겠노라고 약속했다. 마지막 비비추 꽃이 질 무렵 청년이 드디어 무사히 돌아왔다. 설녀와 청년은 혼인하여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다.   


행복한 전설을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비비추의 꽃말은 '좋은 소식' '신비로운 사랑' '하늘이 내린 인연'이다. 


모처럼 행복한 결말이라 좋다. 비비추의 전설만큼이나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많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하나만 #라라크루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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